호주 워킹홀리데이 기록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했다. 그동안 고민만 하던 비자를 그냥 사버렸다고.
그리고 비자를 받고 최대한 빨리 출국을 하려면 비자 나오기 이전에 신체검사를 마쳐야했다.
그렇게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가장 빠른 날짜에 예약을했다.
케이티엑스를 탔다. 돈도 없는데 무슨 사치야? 싶겠지만 다행이 나라에서 힘들게 사는 우리 가족을 위해 "문화누리카드"라는 특별한 카드를 준덕에 빠르지만 비싼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더불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잔뜩 꾸미고 향수도 뿌렸다. 들뜬 마음이 들어서인지 평소에는 '벌써왔어?' 싶던 기차가 너무 오래걸린다 싶었다. 그러다 문득 "여권..."
여권을 두고온것이다!
이미 기차는 대전을 지나가고 있었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병원에 전화해봤지만 예약시간을 놓치면 다시 예약해야하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이었다. 모든게 틀어졌다. 허탈했다. 아 내가 이런 실수를 할줄이야 싶었다.
내 장점중 하나는 안되는 일에 억지부려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르게 포기후 신대방에 피씨방을 운영하는 친한 언니에게 연락해 얼굴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신대방으로 갔다.
한가한 매장에 들어서니 언제나 사랑받고 자라서 늘 웃는 얼굴을 가진 그녀가 나를 보면서 인사해줬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참 많이도 만났다. 내가 호주로 떠나는게 뭐 그리도 큰 대수라고 다들 시간을 만들어줬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하다. 1년이란 시간이 이렇게 빠를줄 알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술값에 돈 많이 안썼을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아깝다는건 아니다. 다들 너무 고맙고 또 다시 내가 어딘가로 떠난다면 시간을 내줄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체검사를 받고 비행기표를 사려고 할 때 또 한번의 웃긴 헤프닝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13일 비행기야" 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13일 출발 또는 13일 도착?
호주에 먼저 가 있던 내 친구는 고등학교를 같이 나왔다. 그래서 가족들도 다 알고 지내고 나름 친하게 지냈다. 그리하여 혼자가는 호주 그 길이 외롭지 않게 그 친구 언니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사실 혼자 1박2일 경유를 해야하는게 무서웠다), 나의 13일 비행기는 13일에 출발하는 항공편이였고 언니가 먼저 끊었던 비행기는 13일에 도착을 하는 비행기였다. 우리는 하루 차이로 그 무서운 경유지에서의 하룻밤을 각각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그 사실을 13일 당일에 알게됐다는 것도 당시엔 당황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웃긴 기억중에 하나가 됐다.
결과적으로, 13일 비행기는 13일 출발하는 비행기라고 결정났다. 다들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