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의 뜻을 아십니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변 사람들의 숱한 이야기를 듣고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쳐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예민하다는 것이 정말 어떤 뜻인지.
'예민하다'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포털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무언가를 느끼는 능력이 빠르다, 감각이 날카롭다 등이다. 물론 맞는 정의지만 보통 누군가가 '예민하다'라고 말하면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지나치게 오감이 발달했다거나 다른 사람들은 편안히 넘어가는 일들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통 이와 같은 경우에 '예민하다'는 형용사가 자주 쓰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예민함'은 사전적 정의와는 조금 다르다. 수많은 '내'가 스스로 이해해 줄 '나'의 예민함은 '내'가 가지는 감성과 생각에 대한 것이다. 대단한 감성과 생각이 아니라 남들보다는 조금 더 감성적이었고 '나'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했던 그동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다중지능검사를 해 보면 항상 높게 나오는 항목에 '자기 성찰 지능'이 있었다. 같이 높게 나온 것에는 언어지능, 수리능력도 있었다. 하지만 '자기 성찰 지능'은 다른 항목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나왔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결과를 해석해 주신 진로 선생님께서 자기 성찰 지능이 지나치게 높으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말씀하셨던 것 때문이었을까. 또는 스스로도 느낄 만큼 평소에 생각이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을까. 차라리 낮게 나온 자연친화력이나 공간지각 능력 등이 높게 나왔다면 곤충을 봐도 무서워하지 않고 모르는 곳에서 길도 척척 찾았을 텐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역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때로는 쓸데없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괜히 잠을 자야 할 때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계속 생각해봐도 답이 명쾌하게 나오지 않는 장르라 그 자체가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그렇게 10여 년 간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처음으로 자기 성찰 장르에서 명쾌한 생각이 들었다. '고민에 의미가 없구나.' 그렇다, 계속 혼자 고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백날 생각을 해 보아도 한 번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했고 실제로 겪는 수많은 상황들에서 제대로 된 판단과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 진로 선생님을 다시 한번 찾아갔다. "저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요. 자기 성찰 지능이 남들보다 더 높은 것 같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고민을 많이 하는 만큼 더 발전된 사람이 될 수 있어 좋지만 다른 좋은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근심 걱정 어린 목소리로 선생님께 말씀드렸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또 말했다. "주변에서 저보고 예민하다는 말도 많이 하는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뜻처럼 제가 예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오감이 발달했거나 짜증을 잘 내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이 대목에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너는 그런 예민함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너의 장점으로 예민함을 가진 거야."
어찌 보면 교훈처럼 들린다. 하지만 내가 예민함을 가진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후 그것이 어떤 뜻인지 진심으로 알게 된 것은 선생님과의 대화 덕분이었다. 내가 가진 예민함은 글을 쓸 때, 영화를 볼 때, 음악을 들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했고 나에 대해 성찰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감성'이 나에게는 '예민함'으로 나타나 작게나마 예술적 활동을 하는 데 쓰였고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원동력도 되어 주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예민한 사람이었고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내가 예민한 나를 위하여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려 한다.
각주:
https://ko.dict.naver.com/#/entry/koko/da6fe0a243d5457fa836632d2c23e48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