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by 영화가 있는 밤

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학업, 성적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그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거나 때로는 더 큰 파이를 차지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꼭 교우관계가 아닐지라도 사람이 서로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에서라면 누구든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뇌구조 그리기를 시킨다면 가장 큰 동그라미에 인간관계를 적어 넣을 것이다.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버거움을 느낀다. 쉽게 말해 인간관계를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나 또한 그러하였다. 지금까지 숱한 생각의 시간을 거쳐왔는데 그것의 8할 이상이 인간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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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 적 친구가 있을 텐데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처음 사귄 친구는 7살 때 만났던 친구였던 것 같다. 유치원 때 소꿉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너무 어렸기 때문에 진심 어린 '친구 사이'에 대해 고민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7살 때 옆집 살던 친구를 만나며 처음으로 '친구'가 무엇인지 느꼈다. 함께 씽씽이를 타고 아파트 앞을 누비며 놀던 때 누군가가 넘어져 다치면 함께 울어주었다. 심심하면 옆집 문을 두드려 친구를 불렀고 여름에 함께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지칠 때면 동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그 친구와는 아직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고 기억상 내가 가장 순수하게 쌓았던 우정이었다.


그때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친구를 이해하게 되었다 해서 인간관계를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려면 주변에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야 했다. 그래서 7살 때부터 초등학생 때까지도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었다. 때로는 미술 시간에 물감을 안 빌려줬다고 싸우고 체육 시간에 같은 팀에 안 뽑아졌다고 삐지기도 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때 묻지 않았었다. 싸우더라도 언제 다투었지 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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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장 중학생이 되자마자 수많은 동급생들과 선생님, 주변 어른 분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 놓인 스스로를 발견했다. 마치 작은 연못 속에서 친한 개구리들과 함께 편하게 뛰어놀다가 갑자기 바깥세상으로 던져진 것처럼. 그때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오랜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히 고등학생 때에는 더했다. 야자시간까지 포함해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니 서로 크고 작은 갈등도 많이 겪더라.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언제쯤 이 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 과정에서 딱히 아쉬움은 없었다. 그저 다른 곳에 더 쏟을 수 있었던 에너지를 무의미한 곳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그 이유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이 있어 명쾌하게 해소라도 된다면 속이 시원하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대한 고찰은 그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밤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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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고민의 길에서 많은 선입견을 겪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더 큰 '예민함'을 가진 나였기에 진지하다,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감성적이니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도 마음을 털어놓은 절친한 친구들과 있으면 4차원 소리를 밥 먹듯 들을 만큼 재미있고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등이 아니면 크게 감성적이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며 때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해 마음을 터놓을 몇몇 친구들이 주변에 남아 있다. 그것에 만족하고 지금껏 들어왔던 선입견 어린 말들을 생각해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제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이 있다는 것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 고민하며 변화한 것이 있다면,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것.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발견할 때에는 언제나 짜릿한 기분이 든다. 특히 그 부분이 자신의 인간성을 이루는 여러 부분들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나와 다른 취향과 특색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해 고민할 것들은 여전히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고민이 나를 이끈 곳은 '나는 예민함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하는 한 문장이었다. 이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도 시작은 충분했고, 그 의미를 찾는 과정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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