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행복'에 대해서
'서론'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행복했던 적이 많이 없었다. 남들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소확행'을 누려보려고도 했고 크고 만족스러운 행복을 느끼고자 큰 지출도 해 보았다. 그런데도 어떤 활동을 하건 마음 속에 행복감이 가득 들어찬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행복을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다. 즐거운 경험도 많고 좋은 사람들과 많은 일들을 함께 하였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남들보다 그런 경험이 적은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평소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였기에 고등학생 때 선생님 한 분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지금도 나의 인생 멘토로 계신 은사님이시다. 커서 선생님뿐 아니라 마음이 맞는 친구 3명과 함께 5인팟을 꾸려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털어놓지 못 하는 이야기더라도 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 놓고 나눌 수 있었다. 그 때 선생님께서 넌지시 하신 말씀 중에 "진심으로 행복했던 적이 있니?"라는 말씀해 주셨다. 그때 순간 친구들과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인데 그 모임에 있던 우리는 진심으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단어로 형언할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부터 친구들과 나는 왜 그럴까, 함께 고민하며 숱한 시간을 보냈다. 철학적 질문에 대한 고민이 늘 그렇듯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고 생각은 쳇바퀴를 돌았다. 생각은 같은 자리를 맴돌았고 뫼비우스의 띠에 걸린 것처럼 비슷한 고민을 반복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결코 답답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답을 명확히 낼 수 없을지라도 '우리가 그 동안 행복을 느껴보지 못 했었구나'라는 것을 누군가 콕 짚어준 것만으로도 가려운 데를 시원히 긁어준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어딘가 이해되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도 모르는 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언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은 아니었구나,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그 동안 평범하다 생각했던 내가 어떤 새로운 자질들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깨달음을 얻은 것만으로도 선생님과의 대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그 말씀 한 마디로부터 나의 '예민함'에까지 이르렀으니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를 이해하는 여정이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