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전쟁부터 파업, 반전 가득한 사랑까지, 모든 걸 담은 시대극의 귀환
시즌 1에서 구권력층과 신흥 부호의 다툼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1800년대 후반 미국의 도금 시대를 매력적으로 담아낸 <길디드 에이지>가 시즌 2로 돌아왔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시즌 2에서도 러셀 가문의 이야기, 밴 라인 가문의 이야기, 애스터 부인 등 구권력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에는 시즌 1보다 확장된 스토리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쇼에 매력을 더한다.
먼저 러셀 가문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을 배경으로 했는지가 좀 더 명확해졌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러셀 부부는 밴더빌트(Vanderbilts) 부부를 모티브로 했다는 의견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극중 버사 러셀과 역사상 알바 밴더빌트의 영향력이 매우 유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조지 러셀이 당시 굴드 가문의 제이 굴드(Jay Gould)를 모티브로 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드라마와 달리 역사적으로 제이 굴드는 사후가 되어서야 그의 자식들이 애스터 가문에 의해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정황을 볼 때 <다운튼 애비>와 <길디드 에이지>의 감독, 작가, 쇼러너인 줄리안 펠로우즈에 따르면 러셀 부부는 당시 "robber barons"라고 불렸던 록펠러, 카네기, 굴드, 밴더빌트 등 석유, 철강, 철도, 해운업 등 신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모은 뉴 머니 계층의 다양한 리더들에게서 복합적인 모티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러셀 가문뿐 아니라 올드 머니의 상징이자 버사 러셀의 앙숙인 캐롤라인 애스터(Caroline Astor) 부인도 실존 인물이고, 그녀의 책략인 맥칼리스터(Ward McAllister) 씨도 역사에 기반했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올드 머니와 뉴 머니 사이의 갈등이 역사보다는 약하게 나타났다.
시즌 2에서 조지의 이야기는 노동자 파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중 조지 러셀이 관리하는 피츠버그 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철강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안전한 근로, 정당한 급여 등 조건을 내세우며 파업에 나서는 스토리가 나온다. 처음에 조지는 노동자 측 리더를 매수하려고 시도하고, 자신이 제철소를 세워서 일자리를 주었는데 왜 많은 것을 요구하냐는 식으로 노동자 측의 요구를 무시한다.
하지만 노동자 층이 요구했던 구호인 "8, 8, 8"은 오늘날 기준 당연한 것이었다. 8시간 근무를 요청했다는 의미인데, 당시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근무, 턱없이 적은 급여, 위험한 산업환경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피츠버그 지역에서 벌어졌던 홈스테드 파업(Homestead Strike)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와 실제 역사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먼저 홈스테드 파업은 철강 수요가 감소하자 줄어든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만 다뤘기 때문에 드라마는 오늘날 근로자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현대적인 조건으로 주제를 훨씬 확장시켰다. 또한 카네기는 헨리 프릭이라는 대리인에게 노사 갈등 처리를 위임했지만, 드라마 속 조지 러셀은 훨씬 더 적극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는 노사 갈등의 장면에 직접 등장하는 식으로 각색되었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폭력 사태의 여부이다. 당시 철강 노동자들은 카네기 사의 사병대와 노사충돌을 빚었고 이것은 실제로 유혈 사태로도 이어지며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폭력은 5개월간 이어졌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파업은 실패하면서 결국 노동자들은 카네기사의 요구에 무릎을 꿇고 하루 12시간 근무, 임금 삭감, 일자리 감소에 처해졌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주지사의 민병대가 총을 발포하기 직전에 러셀이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조금 더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이는 식으로 캐릭터가 변화했고, 실제 역사처럼 폭력 사태로 번지지도 않았다.
또한 역사적으로 노사 갈등이 심했던 당시 파업과 러셀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극중 노조의 파업 지도자인 핸더슨(Henderson) 씨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로 역사적으로 존재했고 드라마에도 나온 철강 노동자 연합회를 대변하는 인물인데, 러셀은 핸더슨 씨의 자식과 가족에게 연민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제작자들이 러셀 씨를 전체 회사를 상징하는 무감정한 아이콘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만 일시적인 봉급 혜택, 숙련공과 일반 노동자들의 차별 등 임시방편뿐인 해결책으로 협상에 성공한 조지는 여전히 6개월 뒤 노조 내부 분열을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3에서 그의 사업과 노사 갈등이 어떤 전환점을 맞을지 궁금하다.
한편 조지의 아내 버사 러셀은 시즌 2에서 '오페라 전쟁'을 이끄는 주역이 된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구권력층 VS 신권력층, 즉 Old Family VS New Money 간의 전쟁은 시즌 2에서 'Opera War'로 이어진다. 이전 시즌에서는 밴 라인 가문과 러셀 가문의 다툼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애스터 부인과 버사 러셀 부인 간의 불꽃 튀는 권력 쟁취전을 볼 수 있다.
물론 버사 러셀은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로 오페라 전쟁은 그 당시 뜨거운 화두였다. 드라마에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구권력층은 아카데미(Academy of Music) 박스라고 해서 기존 상위층만 차지할 수 있는 전통 오페라 극장 자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버사 등 신흥 부호는 그 자리에 낄 수 없었고, 결국 그들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라고 하는 그들만의 새로운 오페라 극장을 건설했다.
드라마에서 버사는 캐리 애스터 부인에게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아카데미 상류층을 메트로폴리탄에 합류시키려고 갖은 애를 쓰고, 애스터 부인의 심복이자 시즌 1에도 나온 맥칼리스터 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하면 메트로폴리탄이 아카데미를 이기고 새로운 사교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고심한다. 그리고 버사는 더이상 애스터 부인에게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 이전에 그토록 원했던 아카데미 박스석을 얻는 데서 만족하는 대신 아예 자신이 새로운 질서와 문화의 장을 이끌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이전 시즌부터 사람들의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리그를 만들려고 하는 버사의 진취성이 놀랍다. 이렇게 메트로폴리탄을 흥행시키기 위해 버사는 유명 가수도 자신의 집에 직접 초대해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초연 때 아카데미에서 공연하기로 했던 아티스트를 회유해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세우며, 일부러 아카데미 박스와 메트로폴리탄의 개관 일자를 똑같이 맞추어 사람들이 양자택일을 하도록 한다. 또한 버사는 버킹엄 공작이라는 인물을 애스터 부인보다 먼저 회유하면서 메트로폴리탄의 개관일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성대한 승리를 누린다.
이것은 실제 역사에 기반한 것이다. 당시 신흥 권력층이었던 밴더빌트, 모건, 굴드, 해브마이어 가문 등은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아카데미의 긴 대기 목록과 지나치게 희소하고 배타적인 좌석을 얻으려 애쓰지 않고 자신만의 공연장을 지었다. 이것이 실제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Metropolitan Opera House)이고 애스터 부인은 실제로 오페라 전쟁에서 졌다. 결국 아카데미는 폐관하고 메트로폴리탄이 당시 사교계를 이끌었다.
시즌 1에서는 버사와 조지 러셀 부부의 얘기만 강조되었다면, 시즌 2에서는 아들 래리 러셀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그는 브루클린 브리지를 지은 실존 여성 엔지니어를 밝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여성 서사의 관점에서 중요한 내러티브이기도 하다.
당시 브루클린 브리지는 에밀리 로블링(Emily Roebling)이라는 여성이 설계했다. 당시 여성들은 공학을 배울 기회가 적었고, 설령 여성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드라마의 대사를 빌리자면 "여성이 만든 다리는 사람들이 건너지 않을" 정도로 STEM 여성들의 능력이 인정받지 못하던 사회였다. 실제로 에밀리 로블링은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남편과 함께 유럽의 다리를 연구하며 독학으로 공학과 교량 설계법을 배웠고, 남편이 병환으로 프로젝트를 하지 못하자 브루클린 브리지를 만드는 것을 리드한 주역이었다.
다만 드라마에서 래리가 다리 완공일에 로블링 부인의 공로를 칭찬하는 것과 달리 역사적으로 로블링 부인은 자신의 공헌을 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실제로는 로블링 부인과 더불어 남편 워싱턴 로블링도 다리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다만 드라마에서 에밀리 로블링의 이야기를 더욱 강조한 것은 그만큼 역사 속 여성 인물들이 성취에 걸맞는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낸 것 같다. 그리고 래리가 로블링 부인을 추켜세우는 스토리를 통해서 드라마에서나마 그런 아쉬움을 해소했다.
러셀 가의 아들뿐 아니라 밴 라인 부인의 아들인 오스카 라인의 이야기도 더 확장되었다. 특히 동성애자지만 당대 사회적 편견에 의해 커밍아웃이나 온전한 사랑을 이룰 수 없던 오스카는 시즌 1에서 래리의 동생인 글래디스 러셀에게 접근했었다. 그 이야기는 시즌 2 초반에도 이어진다. 오스카는 조지 러셀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조지는 오스카가 진심이 아닌 것을 꿰뚫어보고 그가 사랑 때문에 글래디스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한다. 결국 글래디스와 결혼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오스카는 시즌 2에서 '모드 비튼(Maud Beaton)'이라는 새로운 미지의 상속녀와 로맨스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 로맨스는 큰 반전을 갖고 있다. 바로 모드 비튼이 사기꾼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오스카는 동성과 결혼하지 못하는 대신 부유한 상속녀를 찾는데, 그때 등장한 새로운 여성이 바로 모드였다. 그녀는 소문에 따르면 제이 굴드의 사생아이자 유럽에서 온 미스터리 가득한 상속녀였다. 비록 오스카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진 못하지만 반려인으로서 결혼생활을 윤택하게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점차 모드와 우정을 형성해간다.
그리고 오스카는 모드가 주식 투자 때문에 고민을 호소하자 그녀를 도와줄 겸, 수익도 얻을 겸 모드가 추천한 '캐스트퍼시픽 레일웨이'라는 철도회사에 거금을 투자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회사는 유령회사였고 모드와 회사 사람들은 오스카로부터 연락을 끊은 채 그의 투자금을 들고 도망갔다. 드라마에서 회사의 사무실도, 매번 모드를 바래다주던 그녀의 집도 모두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된 오스카의 허망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비록 그가 모드에게 접근한 의도는 투명하지 못했지만, 오스카의 이야기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성적 취향대로 살아갈 수 없었던 폐쇄적이었던 당대 사회, 그 속에서 LGBTQ의 아픔, 그리고 사랑하진 않았지만 믿고 의지했던 동반자에게 배신당한 오스카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모드 비튼은 캐시 채드윅(Cassie Chadwick)이라고 하는 당대 여성 사기꾼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라고 한다. 캐시 역시 극중 모드처럼 자신이 카네기의 사생아라고 속이면서 거대한 부의 상속녀라고 말하며 상류층의 환심을 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캐시는 자신의 가짜 신분을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막대한 사업 자본금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캐시는 카네기가 보는 앞에서 재판을 받고 수감되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모드가 오스카의 돈뿐 아니라 밴 라인 가문 자체의 재산을 거의 다 갖고 달아났기 때문에 밴 라인 가문의 재정 상황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식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모드 비튼이 새로운 시즌에서 다시 나올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즌 2 마무리 부분에서 밴 라인 가문의 형편이 해결되는 재밌는 반전이 있었는데,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이 동성 연인이자 오랜 친구였던 존밖에 없는 오스카가 시즌 3에서 복수를 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찾는 스토리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시즌에서는 시즌 1에서도 등장한 페기 스콧을 통해 인종차별의 이슈를 훨씬 더 깊이 탐험한다. 페기는 새로운 시즌에서 포춘 씨(T. Thomas Fortune)가 이끄는 글로브사(The Globe)에서 사회 이슈를 다루는 저널리스트로 근무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앨라배마의 터스키기(Tuskegee) 지역에 있는 유색인종을 위한 학교를 취재하러 간다.
이러한 스토리는 모두 실제 역사에 기반했다. 물론 시기적 차이는 있지만 포춘 씨와 글로브도 실존했고, 특히 터스키기의 학교는 흑인 학생들이 소득을 벌고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농업, 재봉 등 실용적 지식을 가르쳤다. 그리고 터스키기 학교는 오늘날 터스키기 대학교로서 여전히 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미국의 HBCU라고 하여 흑인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학업을 쌓고 직업 훈련을 받는 흑인 대학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실제 역사에 기반을 두고 페기의 스토리를 훨씬 확장시켰다. 이전 시즌에서 페기는 신분 차이 때문에 아버지에 의해 남편과 강제로 헤어지고 아이를 입양 보내야 했는데, 시즌 2에서 아이가 성홍열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 소식을 접한다. 하지만 페기는 주저앉지 않고 계속 사회 참여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그녀가 포춘 씨와 터스키기를 취재하는 것은 그녀의 관점을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페기는 그동안 약국을 운영하는 부유한 아버지와 북부 뉴욕의 편안함 속에서 인종차별의 실상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터스키기에 가면서 처음으로 남부 백인들의 흑인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체감한다. 가령 식당 아주머니가 백인 남성의 희롱과 공격에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하자, 참다 못한 포춘이 백인 남성에게 반기를 들지만 그 때문에 포춘과 페기는 목숨을 위협받으며 백인들에게 쫓긴다.
이것은 과거 남부에서 노예였다던 포춘 씨의 전사를 믿지 않던 페기가 처음으로 실상을 목격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고, 당시 얼마나 흑인들이 제대로 된 인권 없이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합리적 대우의 피해자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신랄한 시퀀스이기도 하다. 결국 페기는 이 사건을 보고 세상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되며, 뉴욕에 올라와서도 유색인종과 소수자들을 위한 교육 개혁을 돕는 데 힘쓴다.
터스키기에 이어 브루클린에서는 교육 위원회가 흑인들의 정당한 학습권과 사회 참여 기회를 없애기 위해 흑인 아이들의 학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폐쇄하려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심지어 교육 위원회는 유색 인종 학부모들에게는 회의 변경 시간도 고지하지 않은 채 오직 백인 관계자들만 모아 회의하면서 멋대로 학교를 폐쇄하려고 한다. 이것에 대항해 페기와 부모님, 그리고 당시 뉴욕 공립학교 최초의 흑인 여성 교장이자 실존 인물인 사라 가넷은 힘을 모은다. 다만 실제 역사적으로는 드라마와 달리 흑인 학교들이 통합되는 결말을 맞았다. 하지만 흑인뿐 아니라 이민자라는 이유로 소외받았던 아일랜드 출신 선생님들의 이야기까지 포함시킨 것,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선생님으로 거듭난 매리언이 함께 학교 폐쇄를 막는 스토리는 <길디드 에이지>가 포용적인 스토리로 역사를 더욱 각색했음을 보여준다.
역사에 더해서 페기는 취재 도중 유부남인 포춘 씨와 모호한 관계를 이어가다가 결국 글로브사를 나왔다. 이후 새로운 시즌에서 페기가 저널리스트가 아닌 작가로 거듭날지 그녀의 스토리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매리언과 에이다도 큰 전환점을 맞는다. 먼저 매리언은 더쉴이라는 새로운 등장인물과 로맨스를 형성한다. 그들은 약혼까지 가지만 결혼 직전 매리언은 파혼을 결심한다. 그 이유는 서로의 역할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더쉴은 매리언이 자수를 놓고 파티를 하고 편안히 살길 바랐지만, 매리언은 이번 시즌에서 선생님으로 거듭나며 수채화나 쓰기, 읽기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데서 큰 보람을 느꼈다. 이것은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당대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스토리인 동시에 여성들이 가정 생활과 일 모두를 하는 선택지는 없었던 시대 상황을 보여준다. 비록 두 번의 아픔을 겪긴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매리언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다음으로 에이다 또한 이번 시즌에서 루크 포르테 목사님과 결혼을 한다. 당시 여성들은 결혼을 해서 남편의 소득과 부에 평생 의지했기 때문에 결혼 전에 에이다와 같은 독신 여성은 아그네스 같은 형제자매나 친척에게 존재를 의탁해야 했었다. 이것 또한 제인 오스틴 소설 등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나왔듯 당시 생계 해결 방법이 없었던 여성들의 좁은 입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놀라운 반전을 넣었다. 에이다는 슬프게도 결혼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병환으로 루크를 잃는데, 그 이후 루크가 선조에게 물려받았던 막대한 유산이 에이다에게 상속된다. 이것은 오스카가 모드의 사기 때문에 돈을 잃은 사건과 맞물리면서 이제 밴 라인 가문의 주도권이 돈을 가진 에이다에게 넘어왔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아그네스에게 찍소리 못하던 에이다가 이제 어떻게 주도적으로 밴 라인 가문을 이끌어갈지 궁금하다. 이제 포르테 가문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버사가 공작을 메트로폴리탄으로 데려올 때 그녀는 막대한 돈뿐 아니라 자신의 딸 글래디스와의 결혼을 제안하면서 공작을 회유한 것 같은 복선이 시즌 2 후반부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글래디스는 처음에는 오스카와, 지금은 필립이라는 다른 남성과 썸을 타는 듯 보이는데. 그동안 어머니의 손아귀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자기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던 그녀가 이후 시즌에서는 자신만의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글래디스가 콘수엘라 밴더빌트라는 여성을 모티브로 했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녀는 재산은 부족하지만 작위가 확실한 9대 말버러 공작과 사랑 없는 결혼을 했으나 이혼하고 이후 정치 활동에 전념했다고 한다. 이것을 통해 보았을 때 글래디스가 버사에 의해 공작과 결혼하되 이후 자신의 삶을 새롭게 되찾는 스토리가 나올지 추측해 본다.
글래디스뿐 아니라 매리언도 벌써 두 번의 사랑의 아픔을 겪었다. 시즌 1의 레이크스 씨뿐 아니라 시즌 2에서는 더쉴과 파혼까지 겪었다. 하지만 이 중 진정한 사랑은 없었는데, 시즌 2 후반부에서 그간 돈독한 우정을 쌓아오던 래리와 매리언이 선을 넘고 입맞춤하며 로맨스가 진전되는 듯 복선을 남겼다. 래리도 시즌 2에서 자신에게 건축 일을 맡긴 의뢰자인 블레인 부인과 나이 차이 때문에 사랑을 접는 상처를 겪었는데. 그동안 묘한 기류를 자랑하며 힘들 때마다 서로 위로해주었던 매리언과 래리가 시즌 3에서 로맨스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이외에도 오페라 전쟁에서 승리한 버사, 노사 갈등이 살얼음판처럼 계속되는 조지 러셀, 아그네스에서 에이다에게 권력이 넘어간 밴 라인 가문의 새로운 질서, 재산과 사랑도 잃은 오스카, 글로브 사를 떠나 새출발을 하는 페기, 그리고 필자가 글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계 특허를 받으면서 단순히 하인이 아니라 기술적 재능을 선보인 밴 라인 가문의 하인 '잭'의 이야기까지. <길디드 에이지>는 수많은 계층과 인종, 성별의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며 시대극을 매력적인 현대적 관점에서 조망하였다. <길디드 에이지>는 쿠팡플레이의 HBO 테마에서 볼 수 있다.
참조 자료:
The True Story Behind ‘The Gilded Age’s Labor Union Strike
The True Story Behind 'The Gilded Age' Season 2's Opera War
The True Story Behind ‘The Gilded Age’ Season 2’s Female Engineer
Gilded Age True Story: Who George Russell Is Based On & Why That Matters
Who Is Maud Beaton in The Gilded Age? Maud Beaton & Cassie Chadwick Explained | The Mary Sue
8 Biggest Changes The Gilded Age Season 2 Makes To Real History
How The ‘The Gilded Age’ Brought Booker T. Washington’s Tuskegee Institute to Life | Decider
How The Gilded Age Season 2 Recreated The Tuskegee Institute | Den of Geek
흑인 학교를 구하기 위한 '도금 시대'의 투쟁 뒤에 숨겨진 실화
‘The Gilded Age’ Season 2: The real-life people behind the story – Desere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