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예전처럼 마음껏 취미생활 하기도 힘든 요즘입니다. 특히 콘서트, 연주회, 오페라, 연극, 뮤지컬 등 공연 관람이 어려워졌는데,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온라인 중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며칠 전, 대학로 창작극의 활성화를 이끌었던 극단 연우무대의 <플레이 위드 햄릿>이 네이버TV를 통해 송출되었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 풀이한 흥미로운 연극이었어요.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1600년경 집필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40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다양한 버전으로 번안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햄릿>) 중 하나인 <햄릿>의 줄거리를 그림을 통해 간략하게 알아보려 합니다.
# 아버지의 유령
독일에서 수학 중이던 왕자 햄릿은 갑작스런 부왕의 서거 소식에 고국인 덴마크로 돌아옵니다. 숙부인 클로디어스는 햄릿에게 부왕이 궁정 정원에서 낮잠을 자다 독사에게 물려 사망했다고 설명합니다. 슬픔에 빠져 있던 햄릿을 더 큰 절망에 빠트린 사건이 벌어졌는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클로디어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 왕비와 재혼을 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죽음만으로도 힘에 겨웠던 햄릿은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더해져 깊은 우울증에 빠집니다. 그러던 중 햄릿의 충직한 친구 호레이쇼가 찾아와 초소에서 선왕의 유령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 곳을 찾은 햄릿 앞에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은 동생(클로디어스)에게 독살되었다며 복수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 극중극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 후, 햄릿은 숙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났다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단번에 실행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실망하기도, 유령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도 하며 힘든 날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클로디어스와 어머니 거트루드 앞에서 선왕의 죽음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연극을 계획합니다. 연극이 시작되고, 햄릿은 연인 오필리아의 발 아래 누워 장면마다 설명을 덧붙이는데 극 속에서 조카가 왕인 숙부의 귀에 독약을 넣어 그를 살해하고 왕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햄릿의 설명에 클로디어스가 비틀거리며 그 곳을 빠져나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이 한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되지요.
# 폴로니어스의 죽음
연극을 보다 자리를 뜬 남편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거트루드 왕비는 햄릿을 처소로 불러 그를 꾸짖습니다. 햄릿도 굴하지 않고 어머니를 거세게 비난하다 커튼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는데, 클로디어스라고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칼로 찌릅니다. 그런데 숨어 있던 사람은 햄릿을 잘 감시하라는 클로디어스의 명령을 받은, 그리고 동시에 오필리아의 아버지이기도 한 폴로니우스였어요. 당황하는 햄릿 앞에 다시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복수를 다짐받고, 허공을 향해 이야기하는 햄릿을 보며 거트루드 왕비는 아들이 미쳐버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 오필리아의 죽음
어머니의 빠른 변절에 여성을 혐오하게 된 햄릿은 연인이었던 오필리아에게도 심한 말로 상처를 줍니다. 거기다 아버지인 폴로니우스의 갑작스런 죽음이 더해져 오필리아는 실성하고 말아요. 결국 오필리아는 시냇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가지에 꽃으로 만든 화환을 씌워 주려다 물에 빠져 익사합니다. (그래서 밀레이의 그림처럼 오필리아의 마지막 순간은 대부분 화면 가득 꽃이 그려지곤 합니다.) 폴로니우스의 아들이자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는 이 모든 것이 햄릿 탓이라고 생각해 클로어디스와 함께 햄릿을 없앨 계획을 세우지요.
# 비극적 결말
클로어디스의 계략으로 햄릿과 레어티즈는 검술 시합을 하게 됩니다. 클로어디스는 레어티즈의 칼 끝에 독을 바르고,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햄릿에게 줄 술잔에 독약을 타는 치밀함을 보여요. 하지만 클로어디스의 술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모든 인물이 죽음에 이르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됩니다. 햄릿은 레어티즈의 검에 스쳤고, 레어티즈 역시 시합 도중 우연히 바뀌어버린 독이 묻은 자신의 검에 상처를 입습니다. 거트루드 왕비는 아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클로어디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을 탄 햄릿의 술을 대신 마셔버리지요. 클로어디스 역시 죽어가는 햄릿에 의해 칼에 찔리고, 독이 든 술잔의 남은 음료를 마신 후 쓰러집니다. 이후 덴마크의 왕위는 노르웨이의 왕자에게 넘어가고 새로운 왕은 햄릿의 장례를 정중히 치루도록 지시합니다.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은 배경을 현대로 옮겨 와, 유머러스하게 연출된 장면이 많았습니다. 아버지의 유령이 등장하는 대신, 햄릿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복수를 명하기도 하고요. 가장 유명한 햄릿의 독백,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를 “(파인애플을 사야 하는데) 한 봉지냐 두 봉지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재미있는 문장으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연극은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도 이 셰익스피어의 고전이 어떠한 모습으로 새롭게 만들어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