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들은 23㎡ 꼬딱지만한 오피스텔을 구해 나가면서 자기만의 공간이라고 신나하고, 딸은 12시간을 혼자서 친구 찾아 비행기타고 멀리 날라 가고. 친구들이 아들, 딸 독립시켜 내보낼 때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친구들은 이미 들어간 진도를 나는 이제 겨우 본 게임도 아니고, 겨우 예습단계이면서도 이렇게 맘이 허전한 건 왜일까? 빈둥지 증후군이라는 것이 이런 감정인가보다.
집에 있는 강아지마저도 해질녘부터 현관에 꽈리 뜬채로 자리 틀고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은 보는 이의 허전한 마음을 더욱 부채질한다.
마음으로는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내 품을 떠난 자식들의 안부전화가 왠지 벌써 돌봄을 받는 느낌이 드는구나. 평소와는 달리 방은 왜 이리 깔끔이 정리하고 나갔는지 괜시리 야속한 마음도 든다.
아끼는 등산 가방의 끈을 한땀 한땀 꼬맸다. 그것도 가죽 끈이라 한 땀 한 땀이 매우 힘들었다.
땀마다 집 나간 우리 아이들의 평안함을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서.
아뿔싸.
다 꼬매고나니 뒤집어 꼬맸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우리의 삶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두 번 다시 살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삶이라면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면서 살아야할텐데.
나는 이 등산 가방을 메고 이번 생에는 다시 못 올 그 순간을 누리러 나갈 것이다. 북한산 둘레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