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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lo Aug 17. 2020

나는 살아있다.

상처는 치유하는 게 아니라 그저 품어주는 것

한 번도 다쳐본 적 없을 때가 가장 대담했다.


 넘어지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질주하고, 발을 헛디뎌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뛰어내렸다. 피를 닦아내고, 씻을 때마다 쓰라린 상처를 보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비슷한 상황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멈칫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야 상처 입는 것이 두려웠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처는 언젠가 낫는다는 것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생기고, 또 떨어져 나가며 말끔한 새 살이 돋아나듯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혹여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을까, 겨우 아문 상처가 또 곪아 터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는 자신을 돌아보니 한 번 생채기가 생긴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아물었다 생각했지만 상처 자국은 그대로 남아 제자리걸음만 하도록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사회생활에서 부딪히는 숱한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다시 외로워질까,
결국 여기저기 베인 상처만 가지고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 그렇게 눈치를 보고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선물만 나눠주며 나를 숨기고, 나를 죽인 채 살아오니 혼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외로웠다. 내용물 없이 포장만 화려한 선물 말고, 내 진심을, 내 사랑을 담은 선물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웃었다. 더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려 애썼다.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 어찌 되든 상관없다 생각했다.


그래도 상처라는 게 아프긴 했다.



 그렇게 의미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오다 너를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내게 선물해준 너를, 세상에서 가장 맑고 빛나는 두 눈으로 내게 꿈을 선물해준 너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로 내 지난날을 어루만져 주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넓고 깊은 사랑을 선물해준 너를.


너에게 나는 사랑을 배웠다.


‘사랑해’라는 말로만 포장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것이 바로 인생을 산다는 것임을, 이제야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처는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너를 사랑하기에 나는 살아있다.

상처 입은 내 마음 어루만지는 네가 있기에 나는 또 한 번 더 높이 날아오른다. 이것이 내 인생이요,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살아 있다면 사랑해야 하는 것
상처 입은 날개로 또 한 번 더 높이 나는 것
상처 입은 가슴을 말없이 꼭 안아 주는 것

-박효신, ‘살아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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