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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Jun 16. 2021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으로 나 자신이 된다

얼마 전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 편을 보았다. 그의 저서 《여행의 이유》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함께한 아나운서가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라는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작가라는 정체성 다음으로 '여행자'라는 정체성을 우선순위에 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이 자기가 누군지를 알게 되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타인을 판단할 때도 그 사람의 말로 판단하기보다 행동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잖아요. 그렇다면 나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은 뭘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거죠. 결국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나 자신이 되는 거죠." 

그는 이렇게 말하며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늘 여행을 하고 있고, 여행을 생각하고, 다음에 어딜갈지 고민하는, 그는 천상 여행자였다.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하고나서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나 자신이 된다.'를 되새겨 보았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이 문장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나서 나에게도 똑같이 질문을 던졌다. '너는 무엇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니?'


살면서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체성을 찾고 싶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하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 중 인간만이 이 질문을 한다고 한다. 도대체 정체성이 무엇이길래 인간에게만 이 어려운 질문을 가지게 했을까?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란 뜻이다. 인간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한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성장한다고 표현하지만 성장이 멈추면 늙어간다고 말한다. 단 하루도 똑같은 모습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내면에는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이 있다. 그것을 알아채는 사람도 있고 외면하는 사람도 있고 발견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 나는 발견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속한다. 발견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많은 시간 그 해답을 찾아 헤매었지만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김영하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힌트를 얻었다.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국 존재의 본질,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지금 나는 무엇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 돌아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면을 탐구한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순위로 두고 나의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지금 당장 훌륭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런 노력이 아깝지 않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적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누적이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따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길 바란다. 

'나는 무엇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답을 얻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 해답으로 보다 더 단단하게 당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혹여라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만들어가면 된다.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 싶은 모습을 위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지금부터 들여보자. 당신의 시간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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