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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우면 원래 이런 건가요?

초보 수영 극복기

by 숲지기 마야 Mar 10. 2025

"수영 강습을 1~2주 정도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겨우 초급반을 벗어나 중급반에 입문한 지 4주 차에 막 접어들었을 때였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른쪽 등과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몸을 돌릴 수도 없었고, 일어나 앉을 수도 없었다.


전날 극심한 육체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이다지도 아플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원인은 단 하나, 3주 차부터 배우기 시작한 평영 때문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몸을 천천히 움직여보았다. 아주 조금의 움직임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겨우 몸을 돌려 침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자유형을 배울 때도 목과 어깨 통증 때문에 치료를 받으며 3~4일 정도 수영을 쉰 적이 있었다.


뭘 하나 배우려고 해도 몸이 따라 주지 않는 나이가 된 건가 싶어 씁쓸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배워보자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한 계기는 지난봄 가족들과 함께 간 리조트에서였다. 어렵게 풀빌라 독채를 예약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설레었다. 멋진 숙소에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수영장이 있었지만 수영을 못하니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이전에도 이런 경우는 많았다. 깊은 물이 아니어도 ‘나는 수영을 못해.’라는 생각 때문에 물놀이 자체를 꺼려했었다.


20대 때 수영을 배우기는 했다. 초급만은 수월하게 마스터했지만 그때도 중급반에서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평영만 하면 물속으로 몸이 꼬르륵 가라앉아버려 진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었다. 그때는 어려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었다.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었다. 수영에 점점 재미를 잃어가니 결석이 잦아졌다. 재수강은 포기하고 수영은 나랑은 맞지 않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때 이후로 물놀이를 제대로 즐겨본 적도 없었다. 간혹 휴가나 여행에서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그저 눈으로만 감상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런 시간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다.


가족들과 함께 보낸 그 멋진 풀빌라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하며 그곳을 온전히 즐기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래, 더 늦기 전에 수영을 배워보자.’


그렇게 결심을 하고 수영 강습에 등록하기 전 스스로 몇 가지 다짐을 했다.


v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

v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도 좌절하지 않기.

v 즐기면서 하기.(못한다고 스트레스받지 말기.)

v 남들과 절대 비교하지 말기.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한결 편안하게 수영을 배울 용기가 생겼다.


목표는 단 하나, 헤드업 평영


수영을 시작하며 내가 세운 목표는 단 하나, 헤드업 평영이었다.


일명 개구리 수영.


사람은 기본적으로 물에 뜰 수 있는 존재다. 폐에 공기를 담고 몸에 힘을 빼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물에 뜨게 된다. 그때 개구리처럼 머리를 내밀고 팔다리를 저으면 물을 저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게 되지 않았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 가장 큰 문제는 긴장한 탓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과 팔다리를 저을 때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인 것 같았다.


초급반에 등록해 자유형과 배영을 배우면서 강습이 끝나면 혼자서 헤드업 평영을 연습해보기도 했다. 동영상 강의에서 본 대로 열심히 연습했지만 도무지 되지 않았다.


‘평영을 배워야지 헤드업 평영도 될 수 있는가 보다.’


혼자서 이렇게 생각하며 초급반에서만 3개월 강습을 받고 드디어 중급반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드디어 평영을 다시 배우게 되어 처음에는 기뻤다.


‘다시는 저번처럼 중도 포기하지 않으리라.’


수영장에 갈 때마다 다짐했다.


우리 반 강사 선생님은 동작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잘 알려주셨다. 선생님은 알려주는 데로 해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내 몸은 평영의 한계를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발차기만 하면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가는데 팔 동작과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허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몸에 무리가 갔는지 4주 차에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근육 이완제 주사와 물리치료, 도수치료까지 받아도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수업을 빠지게 된 게 못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몸이 회복되면 다시 수영 강습에 출석할 것이다.


수영을 다시 배우며 스스로 했던 다짐을 이번에는 꼭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헤드업 평영을 마스터해서 올여름에는 멋진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수영하는 나를 그려보며 내 몸의 속도와 맞춰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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