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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소장 Dec 12. 2023

11. 중종은 왜 조광조를 버렸을까? 2

조선 왕에 관한 27가지 궁금증

-사림의 BTS 급 아이돌, 조광조     


조광조는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조광조는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희천(지금의 평안북도)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무오사화

(김종직의 조의제문 사건: 성종실록을 편찬할 당시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일을 비방한 것이라며 문제 삼아 사림파를 싫어하던 연산군이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한 일) 에 연루되어 유배를 왔던 김굉필을 만나게 되고 스승으로 삼게 되며 조광조는 성리학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리학에 빠져들수록 주변과는 멀어지게 됩니다. 친구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멀어지고 가족과 친척들도 공부만 하고 생산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다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조광조는 학문에 더 빠져들게 되죠.


완벽한 학문인 성리학을 공부하던 선비들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의문을 품게 되었죠. 그리고 모든 사대부가 공부를 하고 바른 마음을 가지고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면 더 이상 부조리한 세상은 없을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성리학이 완성된 이들, 옳은 마음을 가진 선비들이 정치를 한다면 모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광조 스스로 성리학을 공부하며 (도를 닦듯이)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그리고 드디어 조광조는 중종의 눈에 들게 됩니다.


 중종은 특별 과거 시험인 알성시에서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드러낸 문제를 출제하게 됩니다. 이상적인 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문제에 조광조는 그동안 생각했던 소신을 솔직하게 적어내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왕 너부터 잘해라. 모범을 보여야지 않겠니? ” 라는 내용으로 중종이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힘이 필요했던 중종에게 조광조의 답변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권력을 꽉 잡고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끝을 알 수 없는 훈구 카르텔을 정리하려면 이 정도 깡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 조광조는 폭풍 승진하게 됩니다. 경연에 나가면 바른말 대잔치로 견제를 많이 받긴 했지만 중종은 조광조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권력을 잡고 있던 공신들은 조광조가 두려웠지만 전국의 유생들 선비들은 조광조의 등장에 열광했습니다.


 조광조가 우선 힘을 가지게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권력을 가진 소인배들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자들을 내치기는 어려우니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 지식만을 보는 과거제가 아니라 인품까지 보는 현량과로 관직에 진출하는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전국에 숨어있던 성리학 인재들이 마구 뽑혔고 조광조를 따르는 사람들로 점점 관직이 채워지고 있었죠.   

   

중앙정계뿐 아니었습니다. 지방 곳곳에 성리학 세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향약을 보급했습니다. 성리학적 질서를 담은 책을 직접 한글로 쓰고 아주 어린 아이들도 익힐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어쩌면 조광조의 이런 노력이 유교가 조선의 정신적인 이념으로 자리를 잡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쉽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도교식 제천행사를 관장하는 관청인 소격서를 폐지하자는 조광조의 주장은 중종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선왕들부터 내려오던 것이라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왕의 권위가 하늘에서 온 것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없애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조광조는 뜻을 이루기 위해 중종을 압박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광조를 이용하고 싶었던 중종도 점점 커지는 조광조의 힘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중종은 슬슬 조광조를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이때다 싶은 훈구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주초위왕 사건은 궁궐에 있는 나뭇잎에 벌레들이 주초위왕이라는 글자를 갉아먹은 사건이었는데 주와 초를 합치면 조가 되어서 조광조가 왕이 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이었죠.


사실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지만 중종은 갑자기 싸늘하게 돌변하며 조광조를 잡아 가두고 유배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자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가 사림이 화를 입은 사건이 기묘사화였죠.     


죄목은 붕당을 만들어 국론과 조정을 어지럽혔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일했던 조광조였지만, 정치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품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혜성처럼 나타났던 조광조는 바람처럼 빠르게 사라지고 사림의 세상이 오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시대가 낳은 괴물 폭군,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지만 나라는 가난해지고, 재정은 빈약해졌으며, 군대와 무기 개발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아 국방력이 약화 되었습니다.


 도망가는 백성들이 늘어 세수가 줄어들었고 조광조를 쫓아낸 후 무기력해진 유생들은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민심은 흉흉해졌으며 대간은 건강성을 잃게 되었죠. 39년간 왕의 자리에 있었던 중종은 나름의 노력을 했겠지만, 결국 조선은 발전을 멈추게 되었죠.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는 계속됩니다.


인종, 명종, 선조로 이어지는 정치의 혼란은 연산군의 폭정보다 백성들을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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