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이게 왜 떨어진고야?"
호기심이 많은 두살 남짓한 조카가,
윗부분이 떨어진 내 이어폰 케이스를 보며 물었다.
“글쎄… 왜 떨어졌을까?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닌 대답에, 이내 목이 메어 왔다.
"이상하다 이러케 이러케 되야되는데?"
조카는 떨어져버린 이어폰 케이스를 손으로 꾹꾹 붙이면서 얘기를 한다.
"그러게 원래 꼭 붙어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나는 이내 말을 잃어버렸다.
"미안 그만하자"
나에게는 올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말이 찾아왔다.
생각조차도 하기 싫었던, 그리고 그런 일들은 그저 남들 얘기라고만 생각했었던 그 단어가
당장 나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누구는 인연이 거기까지였나 봐 라고 하고, 누구는 시간이 약이라고 하고, 누구는 내게 상대방의 욕을 해 댔다. 말의 표현은 달라도 결국은 같은 말이다.
지워야함.
어떠한 위로와 다른 이들의 경험의 말로도 내게는 다가 오지 않는다.
그저 이 시간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것.
아직은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내가 해 주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또 흘러 넘치는 나의 마음을 닿게 할 수도 전해줄 수도 없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같이...
남아 있는 감정들과 이미 지나간 그의 마음들과 표현들이 내 마음에 그루터기로 자리 잡아,
거기가서 우두커니 앉아보고 쓰다듬어도 보지만 이내 혼자 남은 내 모습만 보인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기억과 감정이 흘러가지 않은 채
어느 순간엔 후회가
어느 순간엔 미안함이
어느 순간엔 아픔으로
밀물과 썰물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만
결국 이 모든 말들은 그저...
그리움 이라는 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