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아 Dec 22. 2021

울퉁불퉁하다

"이모, 이게 왜 떨어진고야?"


호기심이 많은 두살 남짓한 조카가,

윗부분이 떨어진 내 이어폰 케이스를 보며 물었다.


“글쎄… 왜 떨어졌을까?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닌 대답에, 이내 목이 메어 왔다.


"이상하다 이러케 이러케 되야되는데?" 

조카는 떨어져버린 이어폰 케이스를 손으로 꾹꾹 붙이면서 얘기를 한다.


"그러게 원래 꼭 붙어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나는 이내 말을 잃어버렸다.






"미안 그만하자"


나에게는 올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말이 찾아왔다.

생각조차도 하기 싫었던, 그리고 그런 일들은 그저 남들 얘기라고만 생각했었던 그 단어가

당장 나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누구는 인연이 거기까지였나 봐 라고 하고, 누구는 시간이 약이라고 하고, 누구는 내게 상대방의 욕을 해 댔다. 말의 표현은 달라도 결국은 같은 말이다.

지워야함.



어떠한 위로와 다른 이들의 경험의 말로도 내게는 다가 오지 않는다.

그저 이 시간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것. 







아직은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내가 해 주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또 흘러 넘치는 나의 마음을 닿게 할 수도 전해줄 수도 없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같이...


남아 있는 감정들과 이미 지나간 그의 마음들과 표현들이 내 마음에 그루터기로 자리 잡아,

거기가서 우두커니 앉아보고 쓰다듬어도 보지만 이내 혼자 남은 내 모습만 보인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기억과 감정이 흘러가지 않은 채

어느 순간엔 후회가

어느 순간엔 미안함이

어느 순간엔 아픔으로

밀물과 썰물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만


결국 이 모든 말들은 그저... 

그리움 이라는 말이겠지. 











작가의 이전글 적 양파 잼 ( Red onion ja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