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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의 커피책 Aug 10. 2020

핸드 드립, 첫만남만 어색한거예요

한번만 내려보면, 추출,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커피는 이제 카페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음료가 되었다. 눈을 떠서, 손수 내려마시는 드립 커피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웬만한 바리스타보다 커피에 대한 애정이 깊고, 추출 방법에 대한 지식이 많고, 가격이 높은 커피장비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직접 정성 들여 내린 커피가, 자기 입맛에 딱 맞을 때면, 조금 귀찮았던 과정들이, 이 한 모금의 경험을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추출하기 위한 장비의 가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아무래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에서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신, 드리퍼를 사용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립 커피, 혹은 핸드드립 커피가 이에 해당한다. 외국에서는 푸어 오버(Pour-over) 커피, 혹은 대표적인 드리퍼의 이름인 V60(하리오 드리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바리스타마다 핸드드립과 푸어 오버의 차이를 구분하는 사람도 있고, 같은 방법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점이 아닌 것 같아,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서구권 나라를 가서 커피를 주문하게 된다면, 푸어 오버라고 얘기하는 것이 더 긴설명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간단하고, 빠르게 추출되는 에스프레소랑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느리고, 귀찮아 보이는 이 추출방법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역시나, 먼저 처음 개발된 시점의 환경을 알아보자.




첫 번째, 드립 커피의 시작


찌꺼기가 싫으면, 걸러내면 되는 것을


1908년, 독일의 아침, 어떤 주부가 커피를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마셔오는 커피였고, 방법이야 거창할 것도 없이 커피를 물과 함께 우리는 방식이었지만, 그날따라 대체 왜 이 찌꺼기들과 커피를 함께 마셔야 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음에 안 든다면 걸러내면 될 것을 왜 지금까지 참아왔던 거지? 터프하게 놋쇠 그릇을 주워 든 그녀는 바닥에 구멍을 뚫고, 아들이 사용하는 연습장을 몇 장 깔아 커피를 내려 보았다. 연습장에 의해 찌꺼기가 걸러진 커피는 그녀가 지금 까지 마셔왔던 어떤 커피보다 깔끔했고, 무엇보다 입안을 찝찝하게 했던 커피 찌꺼기가 하나도 남질 않았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 현재의 드립커피의 처음을 시작한 '멜리타 벤츠' 여사는 필터와 드리퍼의 상품적 가치를 바로 알아보았고, 그 길로 달려가 특허를 낸다.


현재까지도 드리퍼를 만들어내고 있는 독일의 멜리타 사의 첫 등장이다. 멜리타 여사에 의해 처음 등장한 드리퍼의 이름은 본인의 이름이 붙어 '멜리타 드리퍼'로 불리고 있으며, 뒤집힌 사다리꼴 모양에 중간 부분에 뚫린 구멍이 특징이다. 이때부터 등장한 드리퍼는 소비자의 수요와 커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다.




두 번째, 드립 커피의 발전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은 핸드드립 커피를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면, 100년 전에 개발된 드립 커피가 왜 이제야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걸까? 1908년 멜리타 여사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긴 했지만, 동시에 다른 아이템도 등장했다. 1906년 등장한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커피가루와 물을 함께 우려내는 당시의 커피에서는 볼 수 없던, 황금색의 크레마와, 그냥 끓이는 커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진하고 짜릿한 맛, 새로운 경험에 매료된 사람들에게 핸드드립으로 내린 맹맹한 커피는 첫 순위가 아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등장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의 자리를 넘보지는 못하고 있던 핸드드립 커피는 1950년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기회를 잡는다. 일본인들의 다도문화와, 장인문화의 정서가 직접 손으로 내리는,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핸드드립 커피와 잘 들어맞았던 것이다. 세세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는걸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드리퍼에도 스며들기 시작한다.


한 잔의 커피를 진하고 깊이 있게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노 드리퍼. 산뜻하고 풍부한 향의 커피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하리오 드리퍼, 멜리타 드리퍼를 개발, 발전시킨 칼리타 드리퍼 등 각종 드리퍼들이 등장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핸드드립 커피의 데이터가 쌓여가고 특징이 분명해지며, 추출 방법에 대한 정보도 세세히 나눠지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핸드드립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의 차이점은 유분기의 정도라고 말한다. 이 유분은 커피에 쫀득한 촉감을 더해준다는 특징이 있지만, 커피의 디테일한 향미를 느끼기 힘들게 한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핸드드립 커피는 기본적으로 필터로 커피를 한번 걸러내는 과정에서 과한 유분기의 추출을 방지할 수 있는데, 덕분에 커피의 특징과 향미를 좀 더 깊고, 민감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현재에 인기 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의 특징인, 향미에서의 두드러지는 특징을  표현하는 것에 최적화되어있는 방식인 것이다. 발전되어 오며 쌓인 데이터들이, 싱글 오리진 커피의 등장과 만나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어떤 종류들이 있는 걸까?



지금도 개발되고, 만들어지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의 대표적인 특징은 커피가 가진 특징을 세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드리퍼들의 특징에 대해 알고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이런 점을 살리는데에 더 유리한 입지를 만들어 준다. 여러 가지 드리퍼들이 많고 계속해서 개발될 것이므로, 당장은 몇 가지에 대해서만 알아보도록 하자. 첫번째론, 리브(Rib)이다.


아웃백과 같은 스테이크 집을 가면, 뼈가 붙어 나오는 스테이크를 볼 수 있다. 바비큐 폭 립(BBQ Pork Rib) 같은 메뉴를 보면 곡선의 갈비뼈에 고깃살이 붙어 나오는데, 여기서의 립과 현재 설명하는 리브는 같은 철자를 쓴다. 드리퍼 내부에 곡선 혹은 직선으로 배치된 선들이 마치 갈비뼈와 비슷하다 하여 리브(rib)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드리퍼 제조사마다 이 리브의 길이와 높이, 수가 모두 다르다. 살짝 들어 들여다보기에는 별로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거 같은 작은 갈비뼈들이 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리브는 드리퍼의 안쪽으로 튀어나와 있다. 때문에 종이 필터를 드리퍼에 맞춰 끼운 뒤, 물을 적셨을 때, 리브가 없는 부분은 필터가 드리퍼에 착 달라붙지만, 리브가 있는 부분에는 리브가 튀어나온 부분만큼 드리퍼와 필터 사이의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은 나중에 공기와 추출된 커피가 빠져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리브의 길이와 수를 조절하게 되면, 추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리브가 많다는 것은, 드리퍼와 필터 사이의 공간이 많다는 것이고, 공간이 많다는 것은 공기와 커피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많다는 것이므로, 물이 드리퍼의 내부에 고이기보다는 빠르게 흘러나가게 될 것이다. 반면, 리브가 적고 짧다면, 드리퍼와 필터 사이의 공간이 적고, 추출된 커피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는 좁다는 것이므로, 커피는 빠르게 흘러나가기보다는 한차례 고인 뒤 천천히 빠져나가게 된다.


리브가 길고 많으면, 추출이 빨라지고, 리브가 짧고 적으면, 추출속도가 느려진다 라고 이해하면 된다.


커피가 고여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커피와 뜨거운 물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서 커피의 성분이 물에 녹아들 수 있는 시간이 더 길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즉, 리브가 적을수록, 커피가 고여있는 시간은 길어지고, 커피의 성분은 더 많이 녹아들게 되어, 흔히 말하는 '진하고 쫀득한 커피'가 되는 것이다. 물론, 추출되는 구멍의 크기와 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자, 리브는 여기까지 알면 충분하다. 이제는 드리퍼의 종류를 알아보자.



멜리타 드리퍼


처음으로 등장했던 드리퍼로써, 앞서 나온 멜리타 여사가 개발한 드리퍼이다. 뒤집어진 사다리꼴 모양의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로 리브는 곧고 높게 세워져 있다. 비슷한 모양이지만, 길이가 짧은 리브를 가진 고노 드리퍼에 비해, 리브에 의한 추출수의 이동속도는 빠르겠지만, 추출구의 크기가 작고 하나만 있기 때문에, 비슷한 형태이지만 구멍은 세 개인 칼리타 드리퍼에 비해, 추출 속도가 느린 편이다. 비슷한 형태이지만, 뒤에나온 칼리타 드리퍼에 밀려, 현재는 사용하는 곳이 적은 편이다.


멜리타 드리퍼이다. 이를 보완하여 만든 것이 칼리타 드리퍼라고 한다.



칼리타 드리퍼

멜리타 드리퍼와 한눈에 봐도 비슷하게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다. 뒤집어진 사다리꼴 모양의 형태에 바닥에 구멍이 있는 것은 같지만, 그 경사가 조금 더 완만하고, 바닥에 뚫린 구멍의 개수도 일정한 간격으로 세 개이다. 추출수의 속도가 느린 멜리타 드리퍼보다 유량의 조절이 편하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 편한 드리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물을 투입하는 테크닉이 부족한 경우, 내부에 생기는 와류 때문에 일정한 추출이 쉬운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세 개의 구멍으로 추출이 균일하도록 하는 것은 스킬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 물줄기의 굵기 변화에 민감하게 맛이 변하는 특징을 가진다.


비슷한 형태이지만, 리브와 구멍의 개수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고노 드리퍼

원뿔 형태의 드리퍼이다. 바닥에 추출 구멍이 하나만 뚫려 있지만, 멜리타와 칼리타보다는 구멍의 크기가 크다. 리브의 짧은 형태가 특징인데. 바닥에서 드리퍼의 반까지만 리브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추출이 드리퍼의 하부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추출수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물을 한 번에 많이 부을 경우,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린 고노 드리퍼의 특성상 물이 고여 있게 된다. 커피의 성분이 많이 녹아든다는 것은 커피의 향미에 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자칫하면 탁하고, 너무 진하게 과다 추출된 커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분쇄커피를 리브가 있는 드리퍼의 중간 높이보다 더 많이 담을 경우, 물이 갇혀 추출 수율이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전체적인 유속을 느리게 만들고 추출 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장 진하고 깊이 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에 유리하지만, 때문에 초심자들에게는 조금 다루기 어려운 드리퍼로 알려져 있다. 그 특성 때문에  드립을 할 때의 방식도 특이한 편인데, 한 방울씩 떨어뜨려가며 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드립 주전자의 각도를 원하는 만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 숙련도가 필요한 방법이다. '점 드립'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잘만내린다면 커피를 진하고 특색 있게 뽑아낼 수 있는 드리퍼 이기 때문에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리브가 반밖에 안 올라와있다. 추출 속도의 차이가 난다.


하리오 드리퍼

내열 유리 회사인 하리오사에서 만든 드리퍼로, 리브의 형태가 특이하다. 물결 모양의 리브 형태로 드리퍼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는 물의 흐름이 굉장히 빠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추출 속도가 빨라, 진한 커피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드리퍼로 꼽히지만,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의 산뜻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드리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유행한 산뜻한 산미와 플로럴한 향의 커피를 뽑아내는 데에 유리해 커피숍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드리퍼이기도 하다. 리브는 굵고 높게 설계되었으며, 맨 윗부분에 부가적인 리브까지 추가하여, 공기의 흐름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빠른 물 빠짐은 커피의 잡맛을 유발하는 타닌 등이 적게 추출된다는 장점을 만들기도 한다.

옆면에 보이는 물결무늬의 리브가 특징이다


케멕스 드리퍼

아주 이쁘게 생긴 드리퍼이다. 모래시계가 생각나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드리퍼 부분과 서버 부분이 일체형의 유리로 만들어지고, 가운데 나무로 된 손잡이가 있다. 다른 드리퍼의 리브 대신에 에어 채널이라고 부르는 단 하나의 리브 겸 배출구를 위치시켜, 드리퍼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필터가 완벽히 밀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부의 공기는 차단하고 분쇄한 원두의 내부 공기는 단 하나의 통로로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서버 부분에는 온전한 향을 간직한 커피가 보관된다는 방식이다. 산패에 민감한 커피가 공기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더욱 줄여 뛰어난 커피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단점이라면 케멕스의 장점이 드러나기 위해 큰 모델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한 번 추출할 때마다, 많은 양을 추출할 수밖에 없어, 개인이 혼자 마시기 위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필터 가격도 여타 제조사의 필터보다 비싼 편이다.


모래시계 같은 모양이 아주 이쁜 케멕스 드리퍼이다


클레버

사용의 편리성을 한껏 높인 제품. 멜리타 나칼 리타와 비슷한 형상이지만, 아래쪽에 밸브가 있어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고 3~4분 뒤에 서버 위에 올리면 올리기 전까지는 추출수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커피가 우러난 물이 나오는 방식이다. 까다로운 드립방식이 필요치 않아 편할 뿐만 아니라, 매번 맛이 달라질 염려도 거의 없다. 방법도 간단하여, 설명할 것이 적기도 하지만, 정말 정말로 편한 드리퍼이다.


이렇게 서버에 올리면 밸브가 열리면서 물이 흘러나오는 방식이다. 손이 가는 부분이 적고 균일한 맛 추출이 가능하다


디셈버 드리퍼

드리퍼를 돌려 추출구의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변식 드리퍼로 불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 추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방식의 커피를 추출하는 데의 선택지를 넓혀준다. 뿐만 아니라, 물 붓기 단계마다 추출 단계를 조절함으로써 개인적인 성향에 맞는 추출 프로파일을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이면서 손잡이가 없어서 뜨거운 물에 의해 달궈진 드리퍼를 잡는데 조심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이 덴다!

저 스테인리스 몸체가 돌아가면서 구멍수를 결정한다



각각의 드리퍼들이 가진 특징이 뚜렷하다는 점을 볼 때, 자신이 선호하는 커피의 스타일을 찾아 사용하는 드리퍼를 달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니 똑같은 커피인데 드리퍼의 종류에 따라 맛이 뭐가 그리 다르겠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믿고 내려보라. 확실히 다른 커피가 나올 것이다.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느낄 정도의 차이가 드리퍼를 통해 결정된다.




어렵지 않다고 썼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 당황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필터의 종류와 물을 붓는 추출 테크닉이다. 물론 그라인더의 효과가 가장 커피맛을 크게 좌지우지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이며, 금전적인 부분의 문제이므로 생략하도록 한다. 다음에 그라인더의 종류에 대해 알아볼  알아보려고 한다.



커피는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비단, 카페인을 얘기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물을 부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커피의 꽃과 같은 모양, 동시에 터져 나오는 초콜릿 같으면서도, 잘 익은 과일 같기도 한 향, 들이켰을 때 퍼지는, 흰 쌀 같은 단맛과 화사한 신맛에 고이는 침. 그 매력을 경험해본 사람에게 핸드드립 커피는 어렵지만 어렵지 않고, 귀찮지만, 귀찮지 않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이해한다. 자신의 손으로 커피를 내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스스로의 손이 어색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커피의 맛을 떠나,  커피를 내리는 추출과정자체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부디, 당신의 졸린 아침을, 피곤한 저녁을 깨워주고 위로해주는 핸드드립 커피의 뿌듯함을 알게 되는 데에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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