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23년 6월 2일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11시간 ,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스턴까지 4시간. 총 15시간을 비행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제 어깨가 조금만 넓었어도 옆사람 어깨에 닿았을 만큼 좁은 비행기 좌석은 신기하게도 사람을 설레게 만들더라고요. 운 좋게도 동생과 좌석을 붙여주어 같이 타고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왕복 100만 원 정도에 표를 끊어서, 자리가 굉장히 랜덤 할 줄 알았는데 꽤나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평소엔 아무것도 아닌 거 같아 보이는 것들도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 앞 좌석 너머로 보이는 닿을듯한 승객들의 어깨는 불편함 보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습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인지, 여행 가는 사람들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일단 제가 설레니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을 시작하며 주위의 모든 게 특별해 보이는 마법에 걸렸던 거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별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특별해지는 경험. 그게 여행 아니겠습니까. 맛없는 기내식부터 불편하고 잘 들리지 않는 줄 이어폰으로 보는 해리포터까지.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짜릿했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출발 전 공항에서 마주한 여행객들은 한국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냈을까요.
‘일상을 여행처럼’은 사진을 사랑하는 형들이 강화도에서 스냅사진을 찍으며 만든 문구입니다. 지금 읽어봐도 잘 만든 거 같아요. 일상을 살아갈 때도 주위를 둘러보면 특별함과 행복들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들도 누군가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특별함이 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사진을 찍을 때 저는 평소와 다른 시선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무언가를 사이에 두거나 통해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사진들은 다시 한번 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이걸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게 되는 사진들이 나올 때 사진 찍는 맛이 납니다.
그래서 미국은 잘 도착했냐고요? 아뇨.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잘 갔는데 거기서 보스턴은 못 갈 뻔했습니다. 첫 시작부터 아주 스펙터클 했답니다. 그 이야기는 또 이어서 해드릴게요. 오늘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새로운 시선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옆에 있는 건 바뀌지 않아도 보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바꿀 수 있어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