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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의 이너콘서트 Jan 13. 2021

한국형 로고테라피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이시형, 박상미

로고테라피는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창시한 심리치료기법으로 프로이트, 아들러와 함께 3대 학파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심리치료는 말 그대로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보니 철학적 오류가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가 인간의 근원적 실존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대의 일상에 찌들고 아픈 우리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의 '수단'으로써는 매우 도움이 되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빅터 프랭클은 이미 잘 알려진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본인이 겪은 끔찍했던 경험을 들려주면서 그런 극한의 고뇌와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모습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인간은 죽음의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고귀한 인간성과 절망적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보았다. 자기 몫의 최후의 빵 한 조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을...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프랭클은 이런 인간 정신의 근원을 로고스(Logos)라고 했다. 로고스란 영혼, 논리, 정신, 우주 법칙, 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프랭클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신 본래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로고스다.
중요한 것은 자기 속에 잠들고 있는 그 힘을 자각하고 이를 믿고,
거기에 자기를 맡기고 살아가는 거다.
그러면 로고스가 작용, 위대한 일이 가능해진다.



프랭클은 인간이 내면의 힘을 통해 위대한 일을 성취하는 로고스의 원리를 정신 요법에 적용하여 로고테라피라는 치료기법으로 탄생시켰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와 심리상담가 박상미 박사는 책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서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의미치료)의 이론을 한국인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여 대화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글은 대화 형식으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면서 전개가 되다 보니 좀 산만하지만, 쉬운 내용에 상황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읽기에 부담은 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책의 주제인 삶의 의미 찾기에 대한 내용만 간략히 요약해 본다.


◆ 인생의 의미 찾기


모든 사람의 삶에는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삶의 의미와 사명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있으며 나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고난이 "왜 나한테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질문을 바꿔 "이런 고난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질문을 바꾸어 보면서 내 삶의 의미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내 삶의 책임을 다음 생으로 미루는 책임 회피이며 나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말이다.


빅터 프랭클은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라고 말했다. 지금 내가 막 하려고 했던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그 행동을 멈추고 달리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좌절되면 우리는 또 한 번 실존적 좌절과 공허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니체는"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내 생각과 태도에 따라 지금의 고통을 지나고 나면 미래의 더욱 성숙한 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음 세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창조가치: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직업, 육아, 교육, 예술활동, 봉사활동 등에 몰두함으로써 로고스를 각성시켜 생명 에너지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 체험가치: 자연체험, 예술체험, 사랑 체험 등을 통해 이 순간을 위해 죽어도 좋겠다는 절대적인 무아지경에 빠지는 체험을 말한다.


- 태도가치: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내가 인생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의미이다.


로고테라피 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상담자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게 도와주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정신 분석과는 달리 무의식이나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실존적 현실, 즉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와 미래의 잠재적 의미까지 고려한다. 


자살 미수자들에게 자살을 실패한 후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다들 죽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둘씩 말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삶의 의미'가 된다.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억울함일 수도 있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할 일을 더하면 진정한 삶의 의미로 전환할 수 있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이 되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박상미 박사는 절망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글로 적어 보는 것을 제안하는데 일기처럼 매일 조금씩 적고 확인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절망의 의미

1. 내가 겪고 있는 시련은 무엇인가?

2.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3. 의미를 창조하기 위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나는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할 것인가?

4. 나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 감정 알아차리기

1. 내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기

2. 이 감정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3. 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4. 그 결과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5. 그 결과로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인가?

6.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나를 위해 가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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