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도전이 맞았다
알라 챌린지.
그 순기능과 진짜 의도에 관하여.
한 달하고도 조금 더 지났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것이라면
우선 하고 생각을 하는 나란 사람.
<관종> 말곤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들다.
나름 있어 보이는 말로
<프로 인스타 그래머>라고
하고 싶은데 지인들은 웃어넘긴다.
온점을 남기면 당신에 대해 내 생각을 써드려요!
간단한 프로세스인데
모든게 수제로 이루어진다.
이 챌린지를 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노동 아닌 노동은 이런 것이었다.
" 그 사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특히, 모든 영역을 아우르지 못하고
에세이로 치중된 글 머리는 남을 소재로 한
긴 글 쓰기가 쉽지 않다.
이기적 이게도 항상 <나는>에서 <그랬다>로
끝나버리기 일쑤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무튼 나는 적기 전에 한 사람씩 오래. 그리고
바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불상사라면 꾸준히 더 생각했다.
내게 온점을 누른 그 누구라도
대충 적어내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이를테면 그들이 자신 이야기 말고도 다른 이에
느낀 내 감상도 모두 읽게 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의 글이 지인과 지인 사이에
통신망이 되리라는 건방지고도 굳센 다짐이었다.
그런데 성공적이고 말았다.
결과는 흥미롭고 따뜻했던 것이다.
뭔가 <결과>라는 말을 쓰니 연구 논문 같고
딱딱해졌지만 왠지 인과를 나누고 싶어 졌다.
하필 인스타그램 헤비 유저라서 몇십 명의 사람,
아니 몇십 개의 온점에 대답을 준비해야 했지만
반응도 그만큼 적지 않게 돌아왔다.
그것은 모든 글 (브런치 업로드용은 선발하겠지만)
업로드가 끝나면 후기 정리로 올릴 예정이다.
단순히 자랑이 아닌 자존이다.
내가 쓴 글에 담은 애정과 비례하는 보답.
보내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자연스레 답장이 돌아오곤 했다.
시작은 <소외되지 않을 테야!>였으나
끝은 얻은 것으로 무겁다.
하지 않았다면 참 몰랐을 감상과, 세계관과,
진심이 나를 툭 하고 지나쳤을 건데.
누가 SNS가 한심하다고 했는가.
이리도 빛을 발하는
일명 <순한 관종력>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갑작스러운 취업 덕에
한 달만에 들른 브런치에
몇 개 먼저 올려본다.
- 초등학교 때 같이 영어학원 다녔던,
짝사랑한 남자애
얘랑은 이런 계기로 몇 년 만에 함께
호수공원을 걸었다.
나름 '영어 좀 하는 초딩' 반이었던 대로
우리는 잘 자라 있었다.
비슷한 나이에 같은 메이저에
소속되어 일했을 만큼 우린 지금도 닮아있다.
- 미술학원 졸업 ~ 미대 졸업, 내 생에 있을 모든
'졸업'을 앞으로도 같이 할 친구
25년 인생 가장 길고 진득한 연애를 끝낸 날.
내가 저 날을 생생히 기억하는 만큼
쟤도 그럴 것이다.
굳이 저 에피소드를 꺼낸 이유는 이렇다.
꺼내다가 아직도 눈이 젖기 때문에 꺼낼 수밖에.
고맙다, 지지배야.
- 내 손을 잡고 대학교 새내기를
짧고 굵게 그어 버린 동기
우리 엄마는 내가 직장 들어가기 전에 맥주도, 소주도 마셔선 안된다고 가르쳤는데.
내가 커오며 갖고 자란 소위 <유교걸 삼강오륜>을 시원히 부순 사람이고 만다.
당차고 힘 있는 게 나답다는 소리를
듣게 한 은혜로운 친구다.
- 은따 당한 중학교 교실에서 나란히 공부했던 동창
공교롭게도 이 챌린지를 하기 며칠 전 연락이 왔다. 사실 반갑게 맞았지만 온전히 반갑지만은 않았다.
온점은 꽤 먼지 쌓인 구석에서까지
이야기를 끌어온다.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이것 때문, 아니 덕분에.
몇십 개 중 겨우 몇 개지만 적으면서 몇 만 개를 느껴버렸다. 우선 글쟁이 입장으로 '남 이야기'를 익숙하게 써내려 가게 해주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너희의 지인 입장으론 무척 고맙다. 주인공 차례가 되면 오로지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해 주어서.
- 박도련 <알라챌린지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