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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고 Jul 09. 2024

[어감02] 사랑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유일하게 두 가지 색을 가진 기쁨

인사이드아웃 2, 다들 보셨나요? (못 보셨다면 꼭 보세요! 강력추천 합니다.)


모든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지요. 버럭이는 빨간색, 슬픔이는 파란색, 까칠이는 초록색, 불안이는 주황색… 등이요. 딱 하나의 캐릭터만 빼고요. 바로 기쁨이에요. 기쁨이는 파란색 머리와 노란색 옷을 입고 있어요.


인사이드아웃의 관계자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하나의 감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포하기 위해 기쁨이의 머리색을 슬픔이의 파란색으로 물들였다고 해요. 저는 사랑도 이와 유사한 속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마냥 예쁘고 고귀한 특징만을 가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계시나요?


사랑 자체만으로는 감정이라고 하기 어렵겠어요. 사랑을 만들어내는 행복, 배려, 지지, 위로… 그런 여러 요소들이 있겠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과연 사랑에는 아름다운 감정들, 흔히 말하는 긍정적인 감정만 포함될 수 있는 것일까요?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면,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느껴져요. 예를 들어 우리는 연애를 하며 항상 행복하진 않아요 - 가끔 싸우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라고 말하곤 해요. 사랑하는 사이니까 싸우기도 하는 거야… 같은 말도 자주 하죠.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의 속성을 알기 위해 맨 처음으로 돌아가보도록 해요. 우리가 사랑을 배웠던 시점으로요.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배울까. 한 가지 흐름을 생각해 보았어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누군가가 건네주었을 때가 아닐까 - 내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결핍에 대해 충족을 해주는 것은 뭐였을까. 생리적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엄마이지 않을까. 처음으로 젖을 물었을 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어요. 점점 커가며 나는 다른 사랑도 느끼게 되었겠죠.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는 엄마의 목소리, 따뜻한 밥상, 아빠의 포옹과 갖가지 선물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온정 넘치는 손길. 그 속에서 사랑의 아름다움을 무의식으로 느끼면서 커왔기에 우리는 모두 사랑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과연 아름다움만 있었을까요? 어릴 적 부모님께 혼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손에 꼽을 거예요. 저는 장구채로도 맞아봤답니다 하하하… 우리는 실수를 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아빠에게 따끔하게 혼나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아빠의 심한 다툼을 마주하기도 해요. 사회에서 힘겹게 일하고 온 아빠의 무뚝뚝한 시선을 보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느꼈을 수도 있겠죠. 성장과정에서 나 스스로의 모습, 혹은 엄마아빠의 부정적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며 커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사랑 속에 긍정감정과 부정감정이 뚜렷하게 나뉘느냐! 에 대해서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연속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혼난 후에 엄마아빠와의 다정한 대화 속에서 다시금 견고해진 사랑을 온 가슴으로 느끼죠. 엄마아빠의 다툼 후 내가 부리는 애교 섞인 울음에 부모님은 진솔한 대화를 하며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혹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 둘은 다시 함께 투닥거리며 여생을 살아가기로 다짐하죠. 따뜻한 가정에서 하룻밤 푹 쉬고 난 우리 아빠는 금세 활기찬 목소리를 가지며 다녀올게 인사하고 매번 지루한 출근길에 오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지요. 사랑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둘은 상호적이어서, 한 가지가 있어야 다른 하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결국 행복이 있어야 우울을 느낄 수 있고, 우울을 느껴야 더 큰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말처럼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것들은 사실 하나의 표상 속 양면적인 모습임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왠지,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라일리의 러브스토리를 다루었다면 등장했을 사랑이의 캐릭터는 '다홍색'과 '까만 그림자' 두 가지였을 같아요. 버럭이와 당황이의 색이 묘하게 블렌딩 된 패턴을 가진 캐릭터와 새까만 그림자 캐릭터가 쌍둥이로 나오는 모습으로 상상해 보았어요. 왠지 귀여운 에피소드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아요. 다홍이와 검정이가 사랑의 양가적인 모습으로 비치면서 다투는 모습들이 그려지기도 하네요...!



여러분들은 인사이드아웃 2, 어떻게 보셨나요?

새로운 감정이 추가된다면 어떤 감정이 추가될만한지, 그 캐릭터는 어떤 모습을 가졌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감정과 찾아오겠습니다.





어감


어감 시리즈의 두 가지 뜻.

1. 말 혹은 글의 미적 아름다움을 뜻하는 '어감',

2. 어색한 감정의 줄임말 '어감'.


지금, 당신의 감정은 어떤가요? 스스로 다루기 참 어색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기록해 봐요. 그리고 그 위로, 새로운 마음이 돋아나는 것을 느껴보세요. 글을 쓰면 쓸수록 든든한 생각이 자라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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