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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de May 19. 2023

상대적 박탈감 - 다시, 초점을 나에게 맞추기

[어감] 어색한 감정 시리즈


상대적 박탈감은 어디로부터 올까? 나는 내 경쟁적인 면모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항상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목표지향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적어도 한 번쯤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봤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동안,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누가 더 나은가’에 대한 물음에 ‘내가 쟤보다 열등해, 더 낮은 위치에 있어’와 같은 답을 내릴 때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열등감과 시기를 하게 된다.


어떤 친구들은 자기가 정해진 꿈이 없더라도 인턴을 일찍 시작해 사회경험이 많다. 회사나 기업에서는 그런 친구들을 선호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인턴경험을 많이 쌓기 위해 노력한다. 이 친구들에 비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중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저학년 때부터 학자의 길을 가겠다고 스스로 결정했고, 때가 되면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적을 관리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 겉으로는 걱정하면서 속으로는 한심하게 생각했다. 매일같이 과음하며 성적을 좋게 유지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쟤들은 뭘 하고 살고 싶길래 저러지?’ 하는 오만한 생각도 했다. 그런데 3학년이 되고,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열심히 놀기만 하는 친구들이 인턴생활을 시작하고 돈을 버는 것을 보며 난 상당한 자격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다른 친구들이 꿈을 찾고 돈을 벌 동안 나는 로욜라에나 처박혀서 책 몇 권 더 읽었을 뿐이야.라는 생각이 한 학기 정도 내 정신을 지배했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연구실 인턴을 하려 해도 학년이 낮았고, 대학원으로 가기 위한 전공이 아닌 부전공을 하고 있었기에 내 ‘학자’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졌을 때였기에 더 많은 상실감과 존재감의 부재를 겪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인턴생활을 하는 친구와 다른 친구 여럿이서 술을 먹게 되었다. 사실 그 약속 자리에 정말 나가기 싫었다. 나의 이런 무료한 일상과 그들의 사회생활이 비교될까 봐였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비교하는 것보다, 내가 내 스스로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껴 돈독한 친구관계가 산산조각 날까 봐서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 자리에 같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석했다. 내 상황을 변호할 수 있다는 옹졸한 마음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약속에 나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들 같은 시기에 상황은 조금 다를지라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한참 그때 나를 써주는 연구실도 없었고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턴을 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선택한 직무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사회생활 자체가 너무 힘들다’ ‘고시 준비해서 이미 합격한 친구가 정말 부럽다’처럼 내 주변 친구들 모두 그들이 처한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는 시기였다. 오히려 그날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네 다들 잘해가고 있다, 이 힘든 시기는 다들 처음이니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된 영화 초반부의 한 장면 같은 거라고. 그 순간 ‘남들이 보는 나도 저랬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로에 관한 걱정거리를 늘어놓을 때 부모님과 남자친구, 또 가까운 친구들은 ‘너 정말 잘해가고 있어’하는 피드백을 많이 해주었는데 이런 것들을 내가 무시하진 않았을까? 나는 꼭 누군가와 경쟁하고 비교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다 나는 성장하는 내 모습에 떳떳함과 자부심을 느끼지, 비교하고 열등해하는 내 모습을 자랑스러워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친구들도 본인에게 더 집중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살아가려는 것일 뿐인데. 나도 그냥 순수하게 내가 설정한 목표치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주위 사람들과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지속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그 술자리에서 했다. 술김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런 생각들을 했었기에 흔히 말하는 대2병 같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헤엄쳐 나올 수 있었음은 확실하다.


 그 후로는 의식적으로 나에게만 집중해 보았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중에도 ‘남들은 이 시간에 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하며 집중의 끈을 놓았던 적이 많았던 그날들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이 책을 읽으면 나중에 연구실에 지원할 때 어떤 내용을 써서 내 역량을 드러낼 수 있을까?’처럼 건설적인 생각들을 하면서 읽으려 노력했다. 그러니 더 내용도 재밌게 읽혔고, 습득도 빨라져 다시금 학문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저명한 심리학자가 쓴 자기 개발서를 읽고 있다. [스턴버그가 들려주는 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라는 책이다. 여기에는 101가지의 짧고 굵은 교훈들이 있다. 나는 이 항복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나’. ‘나 자신에 집중하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론은 끝까지 밀고 나가라’와 같은 자기중심의 사고였다. 물론 사회생활이 아닌 자신이 학문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기중심적 사고가 더 도움이 된다는 식의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이것이 학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 교훈을 적용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가 살면서 인생 전반적으로 이러한 태도를 갖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자신의 자존감과 정체성은 그 누구도 형성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굳건한 자기 개념과 그것을 지켜주는 내가 중요하다. 그 어떤 외부적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중심을 지키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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