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쓴다는 기준이 뭐예요?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by 노나나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조직은 명확한 목표 없이 일하는 것을 가장 죄악으로 여긴다. 목표가 없으면 의도 또한 없을 것이며, 일의 성공 유무도 판단할 수 없다. 사실 좀 과장해서 죄악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난다. 일을 할 때뿐만 아니라 내 삶에서도.


지금 회사에서 입사한 지 두어 달쯤 됐을 때 뜬금없이 총괄 이사님이 나에게 면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내일 오후 5시에 시간 돼요? 잠깐 얘기해요" 나는 "넵"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날 하루 종일 생각했다. 대체 팀장님도 아닌 이사님이 나와할 얘기가 무엇인 걸까. '나 뭐 잘못했나? 사고 쳤나? 혹시 날 뽑은 걸 후회하시나?'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시간은 흘러 다음날 오후 5시가 되었고 펜과 노트를 들고 담담한 척 회의실로 들어갔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이사님은 그저 새로 입사한 나에 대해 궁금하신 거였다. 팀은 어떤지, 일은 어떤지 나의 회사에서의 목표와 인생에서의 목표는 무엇인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적당히 무게감 있는 대화가 오갔다.


어쩌다 이사님이 내 브런치 글을 재밌게 읽었다는 말을 하셨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내 글을 읽으셨다고...? 심지어 재밌게? 글쓰기를 중요시하는 회사라길래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브런치 링크를 이력서에 넣어뒀던 것인데 사실 이걸 정독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리고는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저는 뭐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 그냥 취미로 쓰는 거예요.. 그다지 잘 쓰지도 않고 그런데..."


이사님은 나에게 질문했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이 뭐예요?"


얼레? 당황했다. 그러게?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대체 뭐지? 필력이 좋다는 건가? 그럼 필력이 좋다는 것에 기준은? 가독성이 좋다는 건가? 재미있다는 건가? 그 재미를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를 텐데 뭐로 판단하지?


온갖 물음표로 가득한 나에게 이사님은 한번 더 다른 질문을 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뭐예요? 뭘 이루고자 쓰는 거예요?"


나는 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이사님은 뭘 위해 쓰는 건지, 왜 쓰는 건지 생각해 보면 스스로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동안 내가 쓴 글에 자신이 없던 이유를 알게 됐다. 내 글에는 목적도 목표도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게 잘 쓴 글인지 부족한 글인지 판단할 수가 없던 거였다.


그날 이후 꽤 오래 생각해 봤다. 나는 뭘 위해 이런 글을 쓰는가?

처음 브런치에 쓰기 시작한 첫 직장에 대한 이야기인 <사회생활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요>도, 혼자 사는 이야기인 <얼렁뚱땅 혼자 살기>도 모두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상처와 실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시간들이 지나 성장하게 된 나의 모습을 담았다. 왜 굳이 실패한 경험, 암울했던 과거에 대해 글을 쓰게 된 걸까? 과거의 내 의도를 찾고자 내 브런치의 첫 글부터 쭉 정독을 했다. 분명 내가 쓴 글인데 이상하게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다독여주는 것 같은 느낌, 그때의 괴로움을 이겨낸 내가 있었기에 지금 그날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이사님이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는 넘어져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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