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처음 시작했을때 많이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카페를 오픈하는 일이 글쓰기보다 쉽다. 이것은 커피와 관련한 여러번의 ‘처음’과 잦은 ‘실패’ 덕분이다. 모든 시작에는 가벼운 마음이 도움이 된다. 몇년동안 작업실을 옮겨다니다 카페를 처음 오픈 했을때, 하루에 15만원만 벌면 유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손님이 친구가 되었고, 친구들이 늘어났다. 같이 모여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판매한 커피보다 친구들과 마신 커피가 더 많았지만, 공간은 늘 북적거렸으며, 외롭지 않았다. 공간도 나도 살아있었다.
시간이 흐르다보면 손님이 늘기도 했다.
책을 내는 것이 두려운 손님 하나가 있다. 그는 글을 발표하는 것이 두렵다. 그가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누군가가 그것을 훔쳐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줄곧 그것은 심각한 강박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도 그런 비슷한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써버리면 쓰는 만큼 소재가 고갈되고, 재능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면 꿈조차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초심자의 이런 두려움은 만국공통어다. 둘러대는 핑계와 두려움이 숙성되는 동안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이 소소한 글들이 태어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을 한편씩 정리하면서, 하나씩 태어나는 글을 보면서, 이제 아무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이미 글을 쓰고 있고, 한 두명의 독자가 있고, 매일 읽을 책이 있다. 그 사이 커피를 볶는다. 고민과 달리, 글은 쓸 수록 새로운 소재가 떠올랐고 삶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것으로 충분히 즐겁가.
갓 태어난 아이가 예쁘지만, 사실 아이는 해가 갈 수록 더 예쁘다.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다. 나의 기록은 아프기도 슬프기도 기쁘기도 할 것이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 또한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컴퓨터 자판과 나 사이에 오직 소리와 행위만 남아있는 초월의 순간도 탄생할 것이다. 글이라는 소중한 삶의 동반자를 하나 더 얻은 나는, 인생의 모든 순간이 승승장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