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스트 조윤정 Oct 23. 2021

얼죽아

엄마 친구, 영심이 아줌마는 정동원은 너무 까불고, 임영웅은 돈을 그렇게 벌고도 기부하지 않지만, 9살 트로트 여자아이는 교양이 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영탁에게서 정동원으로 팬심이 돌아선 엄마는 정동원이 까분다는 말에 화가 나서 “9살 짜리가 무슨 교양이니?” 라며 ‘사랑의 콜센타’를 틀었다. 엄마의 4번째 냉장고에서 미숫가루를 꺼내 마시며 토끼인형의 팔 하나를 쭉쭉 빨고 있는 강아지 옆에 앉아 사랑의 콜센타를 보는데 가게가 떠올랐다.


코로나 검역소에서 마주친 당신은 언제나 함벨라를 마시고, 당신보다 더 많이 오래된 손님인 콜롬비아 아주머니는 커피에 크림을 넣어 마신다. 테라스 자리를 좋아하는 고고학 셈은 아메리카노를 1과 3/4샷을 넣어 음악을 틀고 앉아 글을 쓴다.


내 취향이 누구보다 더 낫다고 우겨댈 필요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매번 브라질에 설탕을 넣어 드시는 영화감독님이나 얼죽아인 그가 느닷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비엔나를 주문한다면, 빗나간 예상에 우리는 깜짝 놀라겠지만, 이는 진부한 카페 일상의 소소한 이야깃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사건들이 자타가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뛰어난 예술가가 늘상 그리던 작품들 가운데 새로운 경향을 발견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보다 덜 중요한 사건도 아니다. 얼죽아가 비엔나를 시도하는 시시한 사건의 변화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지구의 어느 중요한 지점을 크게 뒤흔들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니 세상에 귀하지 않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스티밍한 거품을 탁탁 쳐 본다. 그 진동으로 잠자고 있던 커피향이 폴폴 날아올라 어느샌가 당신의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고, 카페의 삶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심코 굴러가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중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