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3-1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는데… 서울 하늘은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딱 한 가지 존버
1. 출장 뷔페 - 믹스커피 한잔
서울에 와서 주말 알바를 찾고 있을 때였다. 편의점, 대리운전, 호프집, 피시방 등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시급이 제일 좋은 출장뷔페를 선택하였다. 전화를 걸었는데 받으시는 분이 너무 목소리가 퉁명스러웠지만 일하는 것에는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아침 6시 어디 역 앞에 모이라는 곳으로 향하였다.
아무런 정보도, 아는 사람도 없이 나는 6시까지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모 인장 소 앞에 내 또래 같은 친구들이 많이 서있었는데 분명 누가 봐도 같이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친구들이었다.
잠시 후 봉고차 한대가 오더니 어떤 키가 작으신 분이 조를 짜주기 시작하셨다. 다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몇 명은 승용차에 몇 명은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봉고차를 타고 갔는데 50분 정도 간 다음에 내리더니 그때부터 여자 친구들은 서빙 일을 남자 친구들은 짬통(음식물통)을 옮겼고, 요즘은 음식은 그 자리에서 준비를 해주지만 그때는 음식을 어디서 공수해오는지 음식을 어떤 탑차에서 나르기 시작했다.
8시부터 시작을 하였는데 흡사 나는 훈련소에 온 기분이 들었다. 캡틴이라는 분이 조를 짠 다음부터 계속 일을 시키기 시작하는데 정말 쉴셀틈이 없었다. 첫 예식이 11시부터였던 것 같은데 우리는 도착한 후부터 쉴 새 없이 일을 시작하였다.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캡틴의 눈치에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서로 통성명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계속 일만 하려니 시작하자마자 나는 낯선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리둥절했고, 1층에서 2층까지 음식이나 집기류를 날르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어느 순간 나의 마음속에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하지만 8시가 지나고 9시 정도가 되니 나를 또 괴롭히는 것이 있었는데,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나에게 뷔페 음식 냄새는 나를 너무 허기지게 만들었다.
너무 배가 고파 무엇이라도 하나 뷔페 음식을 빼먹고 싶었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신기한 건 같이 간 아르바이트생들은 자기들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할 뿐 아는 척도 안 하고 눈인사도 잘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서먹서먹한 시간이 흐를 때 사람들이 하나둘씩 식당으로 오시기 시작했다. 10시 30분 정도가 되니 사람들이 급격히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와서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고 준비하면서 너무 배가 고팠는데, 이제부터 정말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빠지는 곳에는 새로 세팅을 해야 했고, 음식물을 떨어뜨리거나 엎을 때는 빨리 가서 청소를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어르신들의 화장실, 주차장 문의를 하는데 나도 처음 가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11시 예식, 12시 30분 예식 1시 예식, 3시 예식 엄청난 일들이 쏟아졌다.
나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어디에 잠깐이라도 앉아있고 싶었는데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계속 일하는 분위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찌푸린 표정도 할 수 없었고, 웃는 표정도 할 수 없었다. 계속 세팅하고, 치우고, 짬통 버리고를 연신 계속 움직여야 했다. 내가 정말 많은 알바를 해봤지만 나에게 있어서 당연코 제일 힘든 알바 중에 하나였다.
여기에 배까지 너무 고팠으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한참 일을 하다 보니 믹스커피를 타 먹는 곳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음식은 못 먹어도 저거한 잔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옆으로 지나가면서 나는 믹스커피를 두 봉 다리를 주머니에 넣었다. 계속 기회를 엿보다가 타 먹어야지 하는데 캡틴에게 걸릴까 봐 나는 그 상황에서 뜨거운 물을 내려 타 먹는 것을 도대체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시간은 다 지나가고 끝날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마무리 정리를 하고 캡틴은 남은 뷔페 음식으로 알바들의 배를 채워주기 시작하였다. 내가 서울에 와서 정말 손에 꼽는 알바시간이었다.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나는 출장뷔페 알바가 제일 힘들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요즘은 어떻게 변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20대 청춘이었으니깐 버텼지 지금은 중간에 집에 갔을 것 같다.
커피믹스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먹지 않고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집에까지 가지고 왔다. 그리고 더 재미있었던 건 일이 끝나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서로다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보다 먼저 몇 번 경험을 한 친구 들이였다.
내가 처음 보는 낯선 환경과 새로 만남 친구들에게 주눅이 들어 아는 척을 못했던 거지 그들은 서로 일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암묵적으로 서로를 의지하면서 일일 잘했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든 만큼 아르바이트비는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그때 8시간 일을 하고 5만 5천 원을 받은 기억이 난다. 주말 이틀에 출장뷔페로 11만 원의 아르바이트비는 혼자 사는 청춘에게 너무 소중한 알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