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성부 Sep 04. 2020

술은 술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3-4

4. 술은 술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알바를 하다 보면 시간대에 비해 고수익을 벌 수 있는 알바가 있는데, 그건 바로 가라오케나 단란주점 웨이터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월급도 나오지만 손님들께서 술을 드시다 보면 따로 팁도 많이 챙겨주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와서 선릉 쪽 가라오케에서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 태수와 같이 살다가 알바 자리를 찾다가 찾은 곳이었다. 가라오케 이름은 홍콩이라는 이름이었다. 


홍콩이라는 술집이 왜 그렇게 많은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처음 면접을 본다고 해서 갔는데 지하실에다가 노래방 룸은 5개 정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이란 분이 퉁퉁하고 금목걸이에다가 금팔찌! 누가 봐도 형님 식구들이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쓰셨는데 면접이 면접이 아니었다. 보자마자 “으잉 그려~ 착하게 생겼어! 오늘부터 당장 일해도 된다” 누가 내가 간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나? 너무 신기했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바로 그날부터 일을 시작했다. 


출근 시간은 오후 6시에 와서 새벽 2시에 퇴근하는 것이었다. 월급은 90만 원이지만 사장님께서 그 이상을 벌 거라고 계속 얘기해 주셨다. 가라오케가 작아서 그런지 몰라다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다. 출근하면 화장실 청소, 룸 청소, 마이크 청소, 계단청소, 주방 청소, 청소가 거의 다였다. 6시에부터 시작이지만 결과적으로 9시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가라오케 같은 곳은 일찍 술을 먹으러 오지 않고 1차 2차 정도 마신 다음에 그윽하게 취할 때 오기 때문이다. 9시 정도가 되면 1팀 2팀 정도 오다가, 11시 정도가 되면 손님이 가득 찬다. 술값이 싼 곳이 아닌데도 어른들이라서 그런지 술집은 항상 가득 찾았다. 


나름 주 5일 근무제라서 시간적 여유가 많았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끝나지도 않았다. 호프집에서 일할 시간대랑 비슷했었다. 일은 거의 호프집 때랑 똑같다. 술상 차리고 서빙하고, 다 먹으면 치우고, 그게 다였다. 간혹 너무 취하신 분들이 꼬장을 부릴 때와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큰 실례를 범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내가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그런지 몰라도 술이 취하셨다 하여서 나에게 시비를 걸거나 어려운 부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월급이 아니어도 많은 보너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하루에 적게는 2만 원 많게는 10만 정도까지 벌어본 것 같다. 그렇게 한 달을 일을 하다 보니 다음 달이 참 넉넉했다. 사고 싶은 옷을 살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었고, 돈도 조금씩 모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통장 잔고가 생기기 시작하다 보니 무언가 계획을 할 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다음 달에 무엇을 해야지?라는 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이 많이 오는 술집이어서 그런가 남자분들의 허세와 성향을 고스란히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남자들은 술을 먹으면 희한하게 허세(?) 자랑(?)을 할 때가 있다. 이곳에서 일할 때 그나마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술에 취하신 분들이 나를 붙잡고 30분 1시간씩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가 있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 하지만 그분들은 동시에 보너스(?)도 많이 주신다. 


마지막에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수고하고 얼마 안 되지만 용돈 써라 하고 만원 이만 원을 손에 쥐어주고 가시곤 한다. 사실 그때는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를 한다. 나도 내 동생 같이 어린애가 열심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용돈이라도 줄 것 같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손님이 한분 계신다. 이분은 자주 오면 1주일에 한번, 최소 2주일에 한 번씩은 꼭 오셨던 것 같다. 항상 정장 차림이셨고, 오실 때마다 쓰디쓴 양주를 꼭 한 병씩 마시고 맥주를 두병씩 마시고 가셨다. 가게에 오시면 2시간 이상 계시지 앉으셨고, 항상 뒤탈 없이 깔끔하게 먹고 돌아가셨다. 


하루는 서빙을 하러 룸에 들어갔는데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자네 혹시 술 먹을 줄 아는가?” 나는 사실 술을 잘 마실지도 몰랐고 양주를 먹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거절을 했지만 사장님께서 많이 바쁘질 않으니 이야기라도 해보라고 하셔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이가 많으셔서 깜짝 놀랐고, 가족들은 해외에 있고 혼자 서울생활을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이렇게 자주 비싼 술을 드시러 오는 것 보면 경제적인 여유는 있었던 분 같았는데 나에게 꿈이 모냐고 물어보셨다. 생전 처음 뵌 분이 나에게 꿈이 모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선 자기의 젊었을대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하셨는데 시간이 한 시간 두 시간 흐르기 시작했다. 


11시쯤에 시작된 이야기는 시간은 계속 흐르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나는 일을 해야 하는데 나를 계속 찾기 시작해서 가게 사장님도 어느 순간 화가 나기 시작하셨다. 그래도 계속 술을 추가하셔서 사장님은 화가 풀어지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새벽 3시까지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땐 사장님께서 끊어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아침 9시까지 이야기를 하셨을 거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래서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께서 잠깐 대화를 하자하면 절대 그 자리에 가질 않는다. 둘 중에 하나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하시거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하실 것이다. 


정말 중요하고 진중한 대화를 술에 취해서 할까? 절대 그럴 수가 없다. 그 후 나는 큰 지혜를 얻었다. 시간에 맞춰서 술을 깔끔하게 멋지게 드시는 분들은 술을 즐기는 게 아니고,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오래 못 먹는다는 것을….. 친구들과 술을 신나게 먹고 아예 마음가짐을 취한다는 마음으로 먹지 않을 거면 술은 항상 곱게 마셔야 한다. 


짧고! 굴게! 마셔야 뒤탈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발렛파킹(아우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