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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부 Sep 09. 2020

실패하면 좀 어때 겁먹지 마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4-5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 오성부

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서서히 이곳 생활의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영락없이 지금의 초라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갈 판이었다. 첫 번째 출판사는 망하고, 두 번째 마케팅 회사에서는 잘리고. 서울에 계속 남아 있자니 먹고살 길이 막막하고, 강릉으로 돌아가자니 땡전 한 푼 번 것도 없이 거질 꼴을 해서는 도저히 내려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나는 진퇴양난의 막다른 골목길에 서 있었다. 온통 내 머릿속엔 ‘도대체 어쩌면 좋지?’라는 생각만 뱅뱅 돌아다녔다. 그러다 불현듯 출판사 대표님이 떠올랐다. 그 대표님이라면, 어쩌면 늪에 빠진 내가 뭇으로 올라와 살 길을 알려 줄 것만 같았다. 나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출판사 대표님한테 연락을 했다.   

   

“대표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다른 게 아니라... 혹시 어디 일 할 데 좀 없을까요?”

“일? 성부 너 어디 회사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어? 거기 그만뒀니?

“네... 어떻게 사정이 그렇게 됐네요...”

“그렇구나. 그럼 우리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     


다음 날. 나는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대표님은 내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나를 데리고 성산동의 어느 한 사무실로 갔는데 그곳은 비누를 제조해서 파는, 비누 사업을 하는 곳이었다. 


비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장님은 돈이 제법 있는 사장님이었는데 나와의 만남에서 얼마간의 대화를 하더니 퍽이나 나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그 길로 나는 그 사장님과 비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아니,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 정말 사람이 꼭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는 또 구사일생으로 서울생활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가 정말 하늘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성실히 일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사장님은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비누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내게 맡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서 그간 내가 배운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접목시켜나갔다. 출판사에 있을 때 배운 유통 일과 마케팅 회사에서 배운 홍보 방법으로 비누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비누가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더니 곧 매출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치고 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 기세를 몰아 온 동네방네를 찾아다니며 비누 영업에 나섰다. 한여름 36도가 넘는 그 무더위에도, 한 겨울 차가운 칼바람에도, 오직 이 사업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 수많은 시간들을 이겨나갔다. 


그러는 동안 나에게도 노하우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길로 1인 사업자를 내기로 하고 사장님에게 내 계획을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나의 사업 계획에 대해 크게 기뻐하며 나의 비누 사업을 적극 지지해주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비누 사업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보단 망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인생은 꼭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내 실력보다 언제나 더 뛰어난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더 성실하고 더 분주하고 더 노력하고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럼에도, 실패를 하더라도 겁먹거나 도망치지 말라는 것.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상자 안의 초콜릿은 어떤 맛인지 어떤 향을 가지고 있는지 겉만 보아서는 모른다. 집어서 먹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느냐는 내게 달려 있다. 어떤 초콜릿은 카카오 함유량이 높이 씁쓸한 것도 있고 어떤 초콜릿은 너무 달아서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있고 또 어떤 초콜릿은 적당히 달콤하고 씁쓸한 맛으로 위로가 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내가 선호하는 맛을 고르지 못했을 때 실망하거나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다음 것은 내가 원하는 맛을 고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초콜릿을 또 선택하기 마련이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실패했다고 해서 그대로 주저앉는 선택보다는 “실패 좀 하고 사는 거지, 뭐 어때? 다들 이런 실패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 않나?” 하면서 훌훌 털어버릴 용기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이번에 선택한 초콜릿은 별 맛이 없었어. 다른 맛을 골라봐야지.” 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지금 이 길이 잘 가는 길일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 혹시 잘못된 선택의 길일지라도, 그 길이 결코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갈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나는 내 삶을 나만의 방법으로 가장 아름답게 가꾸어 갈 테니 벌써부터 걱정은 NO,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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