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간 있었던 수많은 변화들
지난 한달을 요약하자면, 퇴사를 했고, 프리랜서가 됐다.
현재 상황에 대한 언급을 간략하게나마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급하게 글을 써본다.
마지막 출근을 했다. 내 인생에서 정규직으로 일한 첫 회사였다. 퇴사를 구체적으로 다짐하고 계획했던 때부터 실제로 마지막 출근을 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여러 변수를 생각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 최근 한달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매우 힘들었다.
지난 한달 동안 면담을 정말 다양한 사람과 수도 없이 많이 했다. 회사에 퇴사 소식을 전했을 때까지만 해도 "무대책 퇴사"였다. 나름대로의 대책과 계획은 많았지만, 회사의 어른들에게 설득력 있는 계획은 아니었다. 그래서 면담을 더 많이 했다. 면담 하나를 마치고 나면 그동안 굳게 먹었던 마음이 70% 정도는 무너졌다. (이런걸 사상누각이라고 하는가) 무너지고 다시 쌓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회사에서 그동안 같이 일했던 분들, 밥 얻어먹었던 동료분들에게 퇴사 소식을 전했다. 그냥 메신저로 띡 "저 퇴사해여 그럼 이만"하고 싶지는 않아서 최대한 직접 찾아뵈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산책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대화의 큰 줄기는 "저 이래이래해서 퇴사합니다"였지만, 친밀도와 관심사에 따라 약간의 각색을 더하고 뺐다. 내 선택이 이해 받지 못할까봐 끝까지 두려웠던 것 같다.
퇴사는 무섭다. 여전히 나에게 퇴사는 '실패', '낙오', '배신' 의 이미지가 강하다. 무서워서 퇴사를 포기하는 대신 파티를 기획했다. 이름하여 '퇴사식'. 낙오자가 아니라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설득하기 위한 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노션으로 초대장을 만들고, 사회자랑 축가를 섭외하고, 케익을 주문해서 zoom으로 온라인 파티를 열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서 내게 축하의 말을 해주고, 축가도 불러주고, 케익에 초도 같이 부니 퇴사가 무섭지 않았다.
마지막 출근 직후에 민족 대명절 설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분과 아래의 대화를 나눴다.
"요즘 회사 잘 다니고 있지?"
"음.. 그만뒀어요"
"언제??"
"엊그제요"
(대화 종료)
이런 어색한 대화도 퇴사하면서 겪는 통과의례겠지 싶다.
스타트업의 신사업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참여 됐다. 워낙 오래전부터 주변 사람들한테 "나 백수된다 ~" 얘기하고 다녀서 그런지 감사하게도 금방 일을 하게 됐다. 100프로 리모트로 일한다. 나의 롤은 콘텐츠 에디터 및 서비스 기획자다. (사실 팀에 두명뿐이라 R&R이 크게 없다) 회사에서 쌓았던 경험을 활용하면서도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방향의 일이라 신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계약서 싸인까지 완료했으니 이제 오피셜이다!
설 연휴 전에 작성하고 예약 발송 걸어둔 퇴직메일이 발송됐다. 2월 3일 목요일이랑 2월 7일 월요일 중에 고민했다. 2월 3일은 대부분 설 연휴 이후 연차를 써서 많은 사람들이 못볼 것 같았다. 하나밖에 없는 내 퇴직메일이 수많은 메일에 묻히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관종이라 모두가 연휴에서 돌아와 출근한 날에 볼 수 있게 2월 7일 월요일에 예약 발송을 걸어두었다.
이렇게 구구절절 퇴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오늘에서야 진짜 퇴사다. 안쓰고 모아둔 연차가 8일을 드디어 소진했다. 이제 내 사내 메일도 사라지고, 권한도 사라지겠구나. 이미 사람들한테는 잊혀지기 시작했겠지만, 이제 정말 안녕이구나. 감성적인 감상은 이쯤으로 하고, 이제 건강보험료 어떻게 낼지 알아보고 퇴직금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지난 2년동안의 회사생활을 회고하는 의미로 "보험사 서비스 기획" 연재는 계속 할 것이다. 이것말고도 퇴사 이야기, 퇴사식, 프리랜서의 삶 등 나의 삶의 여러 면면들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