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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Jan 09. 2022

7. 미라클 모닝 체험기

미라클 모닝은 정말 미라클한가

요즘… 이 아니라 꽤나 오래 전부터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다. 미라클 모닝이 무엇인지 모르시는분들도 계실 테니 이해한 대로 설명해 보자면, 미라클 모닝은 평소 기상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생활 양식으로,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운동, 독서, 공부, 명상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아침형 인간은 주로 자기계발과 커리어에 집중하는 데 비해 미라클 모닝은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와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프리랜서 시절보다 개인 시간이 줄어든 나는 왠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평생 같은 일만 하다가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막연함이 들었고, 개인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은 비는 시간을 찾거나 만들어야 했는데, 퇴근 후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의욕이 넘치는 상태지만 퇴근하고 나면 모든 기력을 회사에 반납하고 왔기 때문에 밥 먹을 힘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 종일 일한 나에게 걸맞은 보상을 줘야 한다는 보상심리 때문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해보려고 해도 시작조차 어려웠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아침시간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주위가 조용해서 집중하기도 좋고 의욕이 넘치는 상태라서 효율도 오를 테니 평소 기상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 뭐라도 해보자. 그렇게 결심하니 자연스럽게 요즘 트렌드인 미라클 모닝이 떠올랐고, 나는 도서관에서 미라클 모닝을 다룬 책을 빌려다 읽거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며 의욕을 불태웠다. 일단은 책에 나온 대로 백만장자들이 실천하는 미라클 모닝 루틴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4시 반에 알람을 맞춰 놓고 침대에 눕자 천장에 앞으로의 장밋빛 전망이 펼쳐졌다. 당장이라도 내 인생이 미라클하게 바뀔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첫 번째 아침을 맞이했다. 다음은 미라클 모닝 첫날을 기억대로 재구성한 기록이다.


기상

알람이 울리자마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알람을 끄고 도로 잘까 하는 생각이 10초 정도 들었지만 첫날부터 포기해버린다면 내 인생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 오만상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났다. 잠에서 덜 때 따뜻한 발을 끌며 욕실로 향했다.


찬물샤워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인상적이었던 백만장자들의 모닝 루틴 중 하나는 바로 찬물 샤워였다. 찬물 샤워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잠에서 깨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당연한 소리다).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던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미션이긴 했지만 그 와중에 백만장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샤워기로 찬물을 틀었다. 일단 찬물로 세수를 해보았는데 벌써 잠이 다 깬 것 같았다.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다 짜낸 뒤, 쏟아지는 찬 물줄기 아래 간신히 서니 시원함을 훨씬 넘어서는 고통이 밀려왔다. 한겨울에 눈 쌓인 계곡에서 목욕재계하는 사람의 심정이 이러려나. 혈액순환은 잘 모르겠고 무지하게 괴로웠다. 그 와중에 ‘샤워’라고 치려면 적어도 10초는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빠르게 10초를 센 다음 물을 잠갔다.


나는 찬 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리는 해바라기 샤워기 밑에 이를 딱딱 부딪치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찬물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피부에 차가운 감각이 전해지니 정신이 번쩍 들고 전신의 세포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잠에서 깬 것은 아까 전이지만 찬물 샤워를 하고 나자 비로소 진짜로 잠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찬물 샤워의 묘한 쾌감을 영접한 나는 다시 찬물을 틀고 이를 딱딱 부딪치며 몇 초 정도 더 샤워기 아래 서 있었다. 그리고는 피부 속까지 차가워진 기분이 든 다음에야 물을 잠갔다. 샤워를 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옷을 입자 평소보다 훨씬 더 따뜻함이 잘 느껴졌고 더 상쾌했다. 그 뒤로 나는 이 개운함을 느끼기 위해 가끔씩 찬물 샤워를 하게 되었다.


6단계 루틴

미라클 모닝 입문서에는 ‘S.A.V.E.R.S.’라는 6단계 모닝 루틴과 실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단계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이렇다.


Silence(침묵)

글자 그대로 침묵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명상, 기도, 심호흡 등을 할 수 있는데 나는 명상을 해보기로 했다. 유튜브에 명상이라고 치면 나오는 영상 중 하나를 골라서 따라해보았다. 나는 명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초보자였기 때문에 시간이 가장 짧은 5분 명상을 택했다. 

파도 소리와 고요한 음악소리가 배경에 깔리고, 태어나서 화를 한 번도 안 내봤을 것 같은 여성의 맑은 목소리가 명상 가이드를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가이드의 지시에 따랐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새벽의 완벽한 고요 속에서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은 꽤 근사한 경험이었다. 비록 예상했던 부작용이 있었지만. 그것은 바로 내가 자꾸 머릿속으로 가이드에게 말대꾸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가이드: 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그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속상할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 그래도 진짜 빡치는 일이 일어나면 빡치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자꾸 가이드에게 반박하게 되는 바람에 명상에 집중하는 데 조금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명상의 탓이 아닌 내 탓이기 때문에 명상이 효과가 없다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불량학생인 나 또한 명상 후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명상은 꽤 좋은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잠시 잡념을 잊고 내 호흡에만 집중해 본다거나, 눈을 뜬 후에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등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명상은 앞으로도 해볼 생각이다. 특히 점심시간에 잠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오전 업무의 고단함을 잊고 오후 업무를 해낼 수 있는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기도 하니 직장인이나 학생이라면 휴식 시간에 5분쯤 명상을 하거나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Affirmation(확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주는 시간이다.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확신의 말을 종이에 적고 매일 한 번씩 읽으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보았다. 그런데 나는 천성이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확신의 말을 적는 순간에도, 그 말을 읽는 순간에도 머릿속으로는 ‘이게 정말 될까?’를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확신의 시간이 재미가 없었고 심지어는 약간 고통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Visualization(시각화)

자신이 소망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이다. 확신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하지만 자기 확신이 부족하고 상상에 푹 빠지지 못하는 나에게는 확신이나 시각화나 똑같이 힘들었다.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어야만 하는데, 내 안의 의심이 자꾸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서 상상을 방해했다. 백만장자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다가도 지금의 내 모습과 희망사항을 비교하면서 끝없이 의심에 빠지곤 했다. 이러다가 내가 바라는 것을 못 이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의심 없이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교훈을 얻었고, 그 뒤에도 확신과 시각화 단계는 어물쩍 건너뛰곤 했다. 


Exercise(운동)

단 5분만이라도 운동을 하는 시간이다.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 나는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맨몸 근력운동을 하거나 ‘로잉밴드’라는 간이 기구로 운동을 하기도 했다. 운동을 워낙 싫어하기 때문에 5분 동안 타이머를 맞춰 놓고 했다. 운동하는 동안에는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니 놀랍게도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물론 계속하지는 않았다) 몸이 한결 가볍고 상쾌해졌다. 


Reading(독서)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시간이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단 1분이라도 좋으니 읽어야 한다. 

독서는 워낙 좋아하는 데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 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게다가 고요하고 집중력도 높은 새벽은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임에 틀림없다. 책상에 앉거나 침대에 누운 채로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 들고 하루를 보람차게 시작하는 느낌도 든다. 처음에는 주식, 부동산 같은 실용서 위주로 읽었지만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읽어서 그런지 자꾸 잠이 오는 바람에 에세이나 소설로 장르를 바꾸었더니 술술 잘 읽혔다. 모든 것이 새로운 새벽이라 그런지 감성도 새롭게 깨어나는 것 같았고, 감정의 백지 상태에서 책의 정서와 감정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좋았다. 


Scribing(일기 쓰기)

공책이나 다이어리에 오늘 하루에 대해 적는 시간이다. 형식은 자유다. 마음 내키는 대로 뭐든지 적으면 된다. 나는 <타이탄의 도구들>에 소개된 대로 ‘내가 감사하게 여기는 것은?’과 ‘오늘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에 대해 각각 세 가지씩 썼다. 평소에 감사하는 습관이 없어서 감사가 자꾸 비아냥으로 변질되긴 했지만(예: 2차 백신 맞고 죽을 뻔했지만 안 죽어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매일 세 가지씩 적다 보니 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어서 좋았다. 그나저나 영혼 없는 감사 하는 습관은 어떻게 고쳐야 하나. 



이렇게 찬물 샤워를 하고 6가지 루틴을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고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다. 비록 일주일에 이틀 정도 띄엄띄엄 실천하고 끝났지만 그래도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 날에는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하루 내내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고 자신감도 더 넘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꾸준히 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효과나 장단점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마다 일어나서 자신만의 시간을 채워 나가고 스스로의 목표를 이루고 있는 걸로 미루어 보아 한 번 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아는가?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지.    





사진 출처: I tried the 'The Miracle Morning' productivity routine for a month. Here's what happened. (nb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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