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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ug 01. 2024

대기업 11년차에 퇴사합니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다.. 무슨일이래.."

"충격이다.. 네가 퇴사라니"

첫 직장 첫 퇴사, 한 직장에서 11년동안 머물다보면 사람들은 그가 떠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다른 곳으로 이직할 생각도 없는, 오래도록 이 회사에 뼈를 묻고 남아 있을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난 네가 퇴사생각을 하고 있을줄은 전혀 몰랐어.."

의외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렇다. 나는 11년동안 퇴사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그 시기는 입사초반부터였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루틴한 업무와 일상에 파묻혀 내 삶의 의미조차 잊어가던 회색빛이 가득한 시기였다.  

62세가 정년이라고 했을 때,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더 많은 기간을 회사틀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건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직장인으로써의 삶은 내게 비전과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삶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회사에서 소모되고 있었다.

주 52시간제가 없던 그 시절에는 평일 야근, 주말 근무로 나의 삶이 온통 회사에 바쳐지고 있었다.

이렇게 힘들게 스트레스 받는것이 맞는거고, 그것이 직장인이라는 주변인들 말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 때 우연히 내 삶의 방향을 인도해줄 '등대'와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10여년 전 , 미래전략실이 있을 시기 모든 삼성임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익명 커뮤니티에 있었던 푸념의 글이었다.


퇴근후 동료들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술마시며 회포푸는게 낙이었는데, 이젠 다들 이직/퇴사, 결혼/육아로 주변에 남은사람이 없네요.

저는 이제 40대 아저씨가 되어 회사를 나가지도 못하고, 나가도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서 머물고 있어요.

이제 곧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신입들, 자기계발에 투자하세요.

퇴근후에도 주말에도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가치 있는일에 시간을 쏟으세요. 반드시 그렇게 하세요.

아니면 저처럼 나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이름 모를 선배의 글이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내가 느끼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모두 아우르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뼈있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돈을 벌어다주는 동시에 내 삶의 기반이 되어줄 돈벌이 수단이 되어야한다.


입사 2년차의 나는 큰 울림을 받고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상사와 싸워가며 연차와 반차를 얻어냈고, 퇴근하려는 나를 붙잡고 말리는 그를 뿌리쳤다.

(안타깝게도 그의 눈밖에 제대로 나버렸다. 그는 나르시스트 성향으로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


퇴근 후 다양한 취미를 배웠다. 새로운걸 배운다는것은 내게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영어, 중국어, 미술, 캘리그라피, 요가,필라테스, 아로마테라피, 피아노.. '

해외/국내여행, 종교활동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소중한 추억도 많이 쌓았다.

재테크로 (크진 않지만) 자산도 불렸다.


그러나 어딘가 모를 공허함이 존재했다. 이 공허함은 불현듯 다가와 내 마음을 찌르며 되묻는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일까?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삶이었을까?'

나는 도저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한 때 유튜브에서 퇴사붐이 크게 일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퇴사로그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면서도 내겐 용기가 없었다.

나에게 퇴사는 즉흥적인것이 아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일이었다.

당당하게 사직서를 내기에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는 곧 생계였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삶의 루틴을 바꾸겠노라 생각한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1년간의 직장인 생활 청산하고 다른미래를 그려보고 있다.

완벽히 준비를 해서 나온 상태가 아니기에 , 두렵고 무서운건 사실이다.

그러나 완벽을 바라본다면 몇 년을 다시 회사틀에 얽매여있어야 하며, 그 이후에도 완벽을 보장할 수 없다는걸 안다.

지금의 퇴사는 젊을 때 할 수 있는 '엄청난 도전'이자 '거대한 용기'이다.

 

회사에 대한 미련과 후회는 없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될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색다르게 펼쳐질 나의 인생 2막을 기대한다.


"퇴사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대한민국 직장인분들 !
제가 먼저 그 길을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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