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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Jul 06. 2022

니스에서의 매일 아침 : 일상 회복

프랑스 여행


"그냥 안 갈래요. 비행기 티켓은 버리면 되고, 숙소는 아직 예약 전이니 그냥 두면 되고, 이 기분으로 여행 못 할 거 같아요..."

니스로 오기 이틀 전 옆자리 동료에게 무기력하게 뱉었던 말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사람과 상황으로 인해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던 터라 도저히 떠날 엄두가 안 났고, 이 상태로라면 좋으려고 가는 여행이 엉망이 될 것만 같았다.



"꼭 가세요. 분명 가면 나아질 거예요." 나와 함께 회사 일로 지쳐 있던 그녀가 대답했다.



그 짧은 한마디가 갑자기 큰 힘으로 번졌다. ‘맞아, 이 감정에 속지 말고 그냥 떠나보자'.






그렇게 온 니스에서 몇 번의 감정 시소를 경험하며 애를 먹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여행은 내게 잔잔한 파도처럼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좋은 친구가 건네주는 위로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한동안 사라져버렸던 일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매일 아침, 숙소에서 스무 발자국 정도면 다다르는 마음에 쏙 드는 카페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여행에서 좋아하는 행위 중 하나인 사람 구경을 시작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커피를 만드는 모습만 봐도 굉장한 매력을 자아내는 꼬불 머리 바리스타, 오고 가는 손님들을 도도한 눈빛으로 스캔하며 일사불란하게 테이블을 정리하는 센스 있는 긴 생머리 여자 직원, 싱그러운 레몬향같이 친절하고 웃는 모습이 예쁜 또 다른 여자 서버, 나와 같이 여행자의 신분으로 기분이 약간 상기되어 있는 듯한 한 커플 등등. 그들의 일상인 니스에서 나는 이토록 잔잔한 특별함을 덧입는다.







신비로운 세상만큼이나 다양한 존재를 바라보며 매일 아침,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천천히 설계한다.


'오후엔 포케를 먹어야지, 내일 아침엔 바다 산책로에서 러닝을 해야겠다, 오후엔 모나코를 가고, 모래는 칸, 거기선 꼭 1박을 할래!' 하면서 말이다.




신기하게도 이 작은 카페 하나가 이번 여행 전체를 기분 좋게 물들이고 있다. 맛있는 커피랑 책이 있는 나만의 카페를 한 번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나에게 찬찬히 뜯어보며 느끼고 싶은 공간이기도 했다. 세계를 여행하며 관광지는 건너뛰어도 카페에서의 오롯한 시간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내게 이 카페는 유독 내 마음에 많은 말들을 건네 왔다.







CAFE FINO -

39 Rue Gioffredo, 06000 Nice, France











[아보카도 토스트 강추 - ]


무엇 하나 소홀한 것이 없었던 메뉴. 토스트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버터 향 가득 부드럽고 쫀득한 빵에 저염식 연어, 아보카도, 폭신한 식감의 오믈렛 각각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난 하나의 요리였다. 입 안에서 재료 하나하나가 춤을 춘다. 커피는 두말할 것도 없고!






니스가 살아있다!


커피 마시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니스의 아침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나나 향 가득했던 초코 마들렌 + 카푸치노, 또 먹고 싶다.




프랑스 남부(니스)는 처음이다.


첫 느낌은 대략 이러했다. 코발트빛 바다를 배경으로 흰 도화지 같은 도시의 모습, 영롱한 색감의 건물과 사물, 멋있는 중년들, 개성 있는 사람들.




여행에서 첫인상이 전체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니스는 그 부분에서 완벽한 합격점을 받았다.


공항 밖을 나오자마자 연결되는 트램, 트램에서 시내 중심가로 오기까지의 예고편 같았던 도시의 요모조모, 트램 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며 느꼈던 바삭거리는 햇살까지.


아테네, 말타, 스플리트, 자다르, 리스본, 리미니, 말라가, 바르셀로나 등등.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허나 분명히 다른) 광경에 니스를 닮은 도시들을 떠올려본다.



바다가 없는 헝가리에 있다가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 오면 그렇게 바다가 일상인 그들이 부러울 수가 없다. 내게 "이렇게 멋진 두너강 전경을 매일 같이 누린다는 건 행운일 테지요!"라고 말했던 어느 누군가 뱉었던 감탄처럼 말이다. 그때 난 그녀에게 대답했다. "좋아요, 매우. 그렇지만 똑같아요. 살아가는 모습은. 울고, 웃고, 슬프고, 힘들고, 허무하고, 행복하고의 연속이죠!"



"이곳에서의 삶은 한없이 다채로울 것만 같아요!" 하는 나의 말에 니스 주민이 지나가다 나와 비슷한 대답을 할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들은 지금 내게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각자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니스에서도, 부다페스트에서도.





(*프랑스도 지난 5월부터 노마스크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행으로 오고 갈 때, 백신 접종, pcr 음성 확인서, 신속 항원 테스트 등 구비 서류 중 택 1을 해야 한다. 팬데믹 시대가 완벽히 끝난 것처럼 보이는 헝가리에 있다 보니 프랑스도 당연히 제한 없이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프랑스에 가기 전날 입국을 정보를 찾아보다가 아차-하고선 부리나케 달려가 신속 항원을 받아왔다.


백신을 2차까지 맞았고, 그마저도 이제 일 년이 지났고 지난 1월 코로나에 걸렸지만 그게 무적 방패가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코로나 확진마저도 유효기간이 생겼다. 다시는 백신을 맞고 몸의 이상 증상을 느끼기 싫어 유럽 여행 때마다 다행히 이 모든 복잡한 절차를 최소화시키는 신속 항원 테스트를 받는 편이다. 그렇게 받아 간 안티젠 테스트의 음성 결과지는 허무하게도 프랑스 입국부터 단 한 번도 꺼낼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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