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어의곡~늦은맥이재)을 마치고...

by 민경남

민박집에서 언덕을 넘자,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민박집에서도 언덕너머의 세상은 보이지 않았고,언덕을 넘어서 밑을 내려봐도 민박집은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산행팀은 일요일 아침이 되어 민박집 언덕을 넘었다.

어의곡 매표소의 모습은 지붕에 눈이 덮여 있었고 스머프의 집을 보는 듯 아기자기 해 보였다.같이 간 아이들이 동화의 나라,눈의 나라에서 마냥 뛰어 놀고 있었고,그런 풍경을 보고 있으니 환상의 나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아이들과 같은 팀이 된 YMCA 여 선생님 두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걸어간 산길을 조심히 따라 올라갔다.덕분에 언덕을 오르는 길은 힘이 들지 않았고 동화속 세상을 걷는 여유가 있었다.

계곡에서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러셀이 잘 된 계곡길은 처벅처벅 올라서기만 하면 신선한 공기를 깊게 흡입할 수 있었다.

계곡은 바람이 없어 날이 더웠다.새해첫날 설악산 귀 떼기청봉 산행에서 무서운 추위를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중무장을 하고 올라 갔는데 생각이 짧았다.

이럴땐 네비게이션 처럼 예쁜 목소리의 여성이 '오늘 날씨는 산행하기에는 다소 더우니 이런옷을 입으시기바랍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는 '산행 핸드폰 상품'이 나오면 좋을거 같다고 생각해 봤다.

능선에 오르자 유명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12월 달력처럼 그곳은 알프스의 경치를 보여주고 있었다.시야는 맑았고,멀리 천문대와 대피소가 보였고,국립공원에 설치한 나무계단은 청주 IC를 지나 플라타너스 잎들이 손을 맞대고 있는 가로수 길 처럼 원근을 더하고 있었다.그곳에서는 알스프의 목동소년이 플란다스의 개와 함께 양들을 방목하고 있을거 같았고,요들송이 흘러 나올 법했다.

이날 경치는 TV에서 보았던 마테호른에서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관광객의 모습처럼 많은 등산객들이 하늘과 구름과 대지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비로봉의 바람은 얼굴을 따갑게 했지만 모자를 덥으면 되었고,차가운 손은 장갑을 덥고 있으면 온기를 느낄수 있었다.탁트인 경치를 그렇게 폼나게 볼수 있었다.

소백산은 충청도가 아니라 강원도의 높은 산에서 보는 경치보다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 위에서는 길게 늘어선 철새들 처럼 뭉개구름이 오와 열을 맞워 한줄로 늘어 서고 있었고,풍기쪽의 호수는 아담해 보였고 작아진 마을은 더 할 수 없이 평화롭게 보였다.

비로봉을 400미터 앞둔 곳에서 웃통을 까젲끼고 런닝하나 걸친 모습으로 비로봉으로 향하는 아저씨의 모습은 어쩐지 초라하고,흉물스러웠다.이런 좋은 경치에서 런닝차림 이라니...

점심을 먹고 ,국망봉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힘이 들었지만,산행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을전으로 가는 가파른 하산길은,얼음위에 눈이 덮여 있었다.
계곡물에는 얼음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고,계곡에 발을 담근 바위위에는 눈이 바위를 포근하게 덮고 있었다.하산길에 본 나무들은 하늘높이 올라선 깊은 햇살을 받고 있었고,나무 밑둥에 덮여있는 눈들은 저장된 식량처럼 나무들 사이에서 양분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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