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느라 살이 너무 쪘어요 !
오빠와 1년 가까이 만나는동안,
나는 살이 약 2킬로 정도(오빠를 만나지 않는 날은 되도록 한끼만 먹으려 애쓴다).
오빠는 재본적은 없으나 6-8킬로 정도는 찐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술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안주에 술을 먹으면서 수다 떠는게 여태까지 우리의 데이트 패턴이자 낙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무릎을 잃고 있다.
오빠는 러닝, 테니스에 진심인 사람인데.
나와의 연애 이후 점차 운동과 거리가 멀어지더니
살찐 몸으로 테니스를 치다가 무릎에 물이 차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나 또한 소소하게 필라테스나 요가, 걷기 운동, 테니스 깨작거리기 등을 해오며 버텨왔는데
최근 점차 몸이 무거워져서 왼쪽 무릎이 안으로 꺾일때마다 악, 소리가 나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리는 요즘 매주 토요일 오전, 정형외과를 함께 방문하고 있다.
이 병원은 오빠와 오빠 가족들이 오래전부터 다니던 곳이라고 하는데.
원장님이 워낙 꼼꼼하게 봐주시는 병원이어서 토요일에 가면 대기 인원이 엄청나다.
때문에 물리치료, 고주파치료, 원장님 진단까지 3시간은 무조건 걸린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정형외과에서 우스운 일이 종종 생긴다.
#1. 부부로 오해받기.
나와 만나기 전, 재희와 정형외과를 방문한 적이 있는 오빠.
때문에 원장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은 당연히 나와 오빠를 부부로 생각하신다.
원장님은 진단 시마다 우리 둘을 함께 부르셔서는
"사모님이랑 아저씨랑 두분다 살을 빼시는게 우선이에요, 제가 말씀드리는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제가 아까 아저씨한테 운동방법을 알려드렸거든? 집에 가셔서 두분이 꾸준히 그 운동을 같이 하시면 돼."
라고 하신다든지
카운터에 계시는 선생님은 오빠를 향해 "두분 카드결제 같이 하시는거죠?"
라고 말씀하신다든지
물리치료 간호사님도 "어머님, 이쪽으로 오세요" 라든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아가씨이건만, 매번 들을때마다 식은땀이 나고 거북스럽다.
하지만 병원을 나서면서는 오빠와 손을 잡고 크게 웃어제낀다
"하하하하하 서희보고 사모님이래~"
"악 몰라~~ 내가 왜 사모님이야!!! 결혼도 안한 아가씨한테~!!!"
"서희가 워낙 고품격으로 생겨서 사모님 소리 듣는거지~ 아줌마라고 하면 좋겠어??
나보고는 아저씨라고 하잖아~ 사모님이란 말은 서희처럼 예쁘고 고급진 사람만 듣는말이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2. 귀여운 아기 기주
나는 오빠만큼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물리치료와 고주파치료로 끝나지만
오빠는 따로 원장님방으로 불려가 주사를 맞는다.
뼈에 근접한 무릎에 맞는 주사라서 특히 더 아픈건지는 잘 모르겠다.
오빠는 최근 3주간 매번 4방의 주사를 무릎과 허벅지, 배에 맞고 있는데
도저히 아픔을 참을 수 없는 오빠가 내지르는 4번의 고통스러운, 엄청나게 큰 신음소리가 고요한 병원을 뒤흔든다.
매번 대기실에 앉아있는 분들과 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
나는 대놓고 웃을 수 있어 깔깔대고 웃는데,
대기실 안 다른 분들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터뜨리느라 끅끅대는 해괴한 웃음소리를 내신다.
주사를 맞고 얼굴이 빨개져 나오는 오빠를 보며 나는
"오빠!!!! 소리를 왜이렇게 질러?? 여기계신분들이랑 다같이 웃었잖아!! 왜 참지를 못하는거야!"
"엄청 아파. 진짜 죽을것 같이 아프다구. 못참겠어............"
이럴때마다 오빠가 너무너무 귀엽다.. 귀여운 아들내미 보는 기분이 이럴까??
공공장소만 아니었다면 당장 끌어안고 볼뽀뽀를 무지무지 해주고만 싶은데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원장님은 별도로 나를 상담하실때
"아저씨는 왜이렇게 아픈걸 못참아요. 아주 내가 다 민망해죽겠어.
저렇게 소리지르고 못참는 사람 처음 봤어.
처음엔 내가 주사를 잘못 놓은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줄 아세요??"
3회에 걸친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의 녹음 타이밍을 놓쳐서 너무너무 아쉽다.
여기에 붙여넣어서 생생한 그 비명소리를 구독자님들과 나누었어야 하는데...
#3. 두분 정말 닮았어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진료 마무리 단계에서, 원장선생님은 부부로 "보이는" 우리 둘을 함께 불러서 상담해주신다.
최근 상담 시 간호사 선생님이 그동안 참았던 말씀을 하신다.
"근데............ 두분 어쩜 이렇게 닮으셨어요?"
원장선생님도 한말씀 거든다.
"그렇지? 나도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사실 우리 둘이 닮았다는 말은 꽤 많이 들었다.
연애 초반, 내가 주말마다 다녔던 문학 모임에
오빠가 자기도 가고 싶다고 졸라서 함께 참여한 적이 있었다.
미리 남자친구와 같이 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도착했을때 몇몇분들이
"어머나, 세상에 둘이 같이 들어오는데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어요"
이 말이 처음으로 들은 우리가 닮았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우리가 함께 활동하는 동호회에서 공식커플을 선언한 뒤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과 술자리에 동석했는데,
그럴때마다 듣는말이 바로 이거다.
"두 분 웃는 모습이 너무 닮았어요"
"두분 하관이 닮았어요"
나와 가장 친한 동호회 친구도 우리를 보면 늘 얘길한다.
"오빠랑 언니랑 볼때마다 놀라운게, 진짜 닮았어. 느낌이 너무 비슷하달까. 그림체가 너무 비슷한거 같아."
오빠는 나보다 확실히 이목구비가 진하고 선이 굵은데 우리둘이 어디가 어떻게 닮았다는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찬찬히 뜯어보면
웃을때 반달이 되면서 급격하게 쳐지는 눈, 얼굴 전체가 순간적으로 웃상이 되어버리는 모습이 닮아보이는것 같다.
나야 이렇게 잘생긴 오빠를 닮았다는 말이 그저 칭찬인데 오빠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하관 운명설, 인생의 동반자들은 하관이 닮기 마련이라는데,
그말이 우리에게도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혼자 씨익 웃음지으며 생각해본다.
오빠에게 내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은 뒤로,
억울한 마음도 사라지고
날개돋친것처럼 좋은 마음, 행복한 마음만 자라나는 것 같다.
뭐하나 해결되는 것 없다는걸 알고, 단지 내마음 하나 털어놓았을 뿐인데 신기한 일이다.
-아, 나와 함께 있을때 전처의 전화가 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
마음을 감추고 억누른다는게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안좋은 것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점이 더 많이 보이는 내 사람.
오빠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면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