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키미 인터뷰
'디자인'으로 소통하고 '업무 태도'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디자이너.
디자이너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이 정도는 설명 안 해도 알겠지?'
'디자이너가 이것도 해야 돼?'
이런 태도가 아닌, 동료들과 교량 역할을 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디자이너 키미(Kimmi)
그녀의 역량에는 디자인 기술 + 대화의 기술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파트와 대화를 통해 작업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의도를 파악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미스되지 않게 업무 상황을 공유하는 등..
이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아닐까?
키미 팀장과 함께 하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까지 만나게 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Global Experience Team의 팀장 김미연입니다. 사내에서는 ‘Kimmi’로 불리고 있어요. 아이데틱에서 5년 차 3D 디자이너이고요, BTL(전시, 오프라인 이벤트) 공간을 기획하고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총괄해요.
전 세계를 무대로 기업들이 브랜드와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도록 마케팅 기획, 실행, 운영까지 수행하는 팀이에요. AE와 3D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가 한 팀으로, CES, MWC, 게임스컴, 지스타 등 글로벌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국내외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합적으로 진행했어요.
e스포츠 올림픽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국제 대회급 행사, ‘WCG(World Cyber Games) 2019’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중국 시안에서 열렸는데, 111개국 4만 명의 선수들과 현장 관람객이 12만 명이 참여한 게임 대회였죠. 아이데틱이 WCG를 총괄했는데 규모가 큰 프로젝트라서 모든 직원이 두 달 정도 중국에 있었어요. 공들여 준비한 이벤트였고, 현장 운영에 문제가 없어야 해서 개개인의 역할과 팀플레이가 중요했죠.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마치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처럼 한마음으로 집중했던 것 같아요. 릴레이 경기에서 선수들이 바통 터치를 할 때,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는 것처럼 저희도 최상의 팀워크를 냈거든요. 어렵고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북미에서 권위 있는 마케팅 어워드 Ex Awards의 eSports Activation 은상을 수상했고, 독일 레드닷(Red-dot) 디자인 어워드 수상 등 글로벌 어워드 9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죠. WCG 프로젝트를 계기로 중국 법인 직원들과 돈독해졌고, 업무 역량 이상으로 정신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에게는 ‘원팀(One Team)’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고 내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고요.
글로벌 전시는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몇십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마케팅 활동이에요. 고객사에서 많은 예산을 쓰기에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KPI와 니즈가 명확하죠. 그러므로 이를 분명하게 파악하여 정량적, 정성적 성과를 낼 수 있게 기획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이해하고 서비스가 돋보일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건 당연한 거고, 관람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크리에이티브 영역 또한 실체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디자이너의 역량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에게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 업무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군의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 팀은 매주 각자 분야에서 동향과 정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렇게 모인 무형의 가치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유형의 경험으로 전화되기도 해요. 지식은 나눌수록 커지고, 좋은 인풋이 좋은 아웃풋을 만들어 낸다고 믿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건축가들이 일반인의 주택을 리모델링해 주는 ‘러브하우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주 공간이 삶의 변화까지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공간의 힘을 느꼈고, 실내 디자인을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헤비타트 단체를 통해 인도에 보육원을 짓는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사람들과 협력하여 건축 작업을 하면서 저는 현장에서 빛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 해외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견문을 넓히면서 우리나라의 공간디자인이 ‘인테리어’에 국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디자이너로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템포러리(Temporary) 공간 디자인을 배웠어요. 전시 공간에 집중해서 학문적 연구를 했는데, 단기간에 임팩트 있게 독창적인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유학 후, 국내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엑스포, 전시 업무를 하던 중, 해외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데틱과 인연이 닿아 입사하게 되었어요.
아이데틱은 이전 회사에 비해 프로젝트 규모가 컸고, 기획, 디자인 분야마다 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어서 프로젝트 진행 감도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또한, 대표님이 3D 디자이너 출신이라서 면접 때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잘 통했죠. 제 예상대로 아이데틱은 체계적이고, 팀원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며 능동적으로 일하는 곳이라서 지금까지 만족스럽게 근무하고 있어요.
맞아요. 개인 사정으로 베트남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어 퇴사했죠. 4년 차가 되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던 때라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아쉬운 결정을 했어요. 퇴사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대표님께 연락이 왔어요. “외국에 베이스를 두더라도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으니 자유롭게 근무하면 좋겠다”라고 제안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재입사했어요.
아이데틱은 미국, 중국 법인과 효율적인 미팅을 할 수 있도록 원격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주 2일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요. 저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일하면서, 고객과 대면 미팅이 필요하거나, 프로젝트 실행일이 다가올 때 한국에 와서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하고 있어요. 한국에 상주하는 직원들과 업무 효율을 맞추기 위해 한국 시각에 맞춰 일찍 움직여야 하지만, 더 밀도 있게 일하기에 생산성은 높아지고 워라밸도 유지할 수 있어요.
프랑스 미술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학기가 끝날 때 항상 프레젠테이션 과제를 했어요. 주제에 맞게 직접 공간을 찾아서 전시하고 모든 학생들과 교수님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죠. 디자인 기획을 잘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해도, 기획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없었죠. 불어가 유창하지 못했던 저는 불필요한 말은 최대한 줄이고, 명확한 TOC(table of contents)를 갖고 생각을 전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이 경험이 디자인 당위성을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자율적인 조직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요. 젊은 직원들과 음악이 흐르는 사무실, 캐주얼한 근무 복장은 물론이고 직급과 관계없이 ‘일’ 자체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죠. 아이데틱의 구성원들은 도전과 성취의 즐거움을 잘 알고, 완성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요.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요. 겉으로 보기엔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서로를 잘 알고 신뢰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표를 향해 기꺼이 협력하고 노력하며 근무해요.
유연한 생각을 가진 리더가 되고 싶어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계획을 수정해야 할 때가 있고,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그럴 때 팀원들과 논의하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몇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판단하고자 노력해요. 제가 다른 팀원들보다 경험은 많지만, 제 해결책이 늘 통하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말하고 어떤 사람이 듣는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잖아요. 팀원마다 성향,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 달라요. 모든 팀원의 성향을 다 맞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성향에 맞는 언어와 행동으로 의견을 전하고자 노력해요.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생각이 있을 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공간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므로 3D 프로그램을 잘 다루면 좋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역량인 것 같아요. 기획안을 준비할 때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고, 설계, 제작 과정을 거쳐 실제로 공간이 구현되기까지 팀원, 파트너사와 협업이 필요한 일이기에, 여러 사람과 계속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어야 해요. 사실 많은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데, 이 직무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화려한 언변술이 아닌, 상황에 맞는 적합한 질문과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대화예요. 본인의 직무를 잘 이해하고 팀워크가 필요한 상황을 숙지한 상태로 업무에 임하면 어렵지 않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울 수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모닝’이라고 근무 시간에 전시회나 브랜딩을 참고할 만한 스토어, 이벤트에 다녀올 수 있는 복지혜택이 있어요. 혼잡한 시간을 피해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창작자에게 매우 값진 시간이에요. 그리고 자기 발전 지원금으로 연 100만 원의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피트니스 등록비, 교육 수강료, 영화 관람권 등 다방면에서 사용할 수 있어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복지제도예요.
전시, 이벤트 형태의 오프라인 행사들은 단발성 프로젝트로 오픈일이 정해져 있어요. 변경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날짜이기에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의 아웃풋을 내야 하죠. 항상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며 작업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아도 마지막에는 압박감을 느끼게 돼요. 그렇지만 결과물이 완성되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 파트너사나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힘든 시간을 잊게 해요. 제가 이 직무를 계속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예요.
‘5년 뒤에 상상하는 자기 모습은 어떤 사람인지?’를 묻고 싶어요. 자신의 커리어에서 마일스톤을 그리는 사람인지, 성장 의지가 있는지 알고 싶거든요. 목표 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힘들어서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회사는 디자이너가 커리어를 쌓기 위한 좋은 징검다리가 될 텐데,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며 커리어 맵을 그려 나가는 진취적인 사람과 함께 하길 원해요.
새로운 직장에 간다는 건 인생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해요.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열정이 생기는지, 아니면 부담과 걱정이 앞서는지 먼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전자에 가깝다면, 면접을 볼 때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세요! 지원자분들의 장점은, 열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심에 서 있어야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