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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balist Dec 29. 2022

퇴사를 응원하는 회사입니다.

온보딩 프로세스 개선노트 1 : 진단



우리는 모두 퇴사자다



우리 회사는 조금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입사보다 퇴사를 더 챙기는 회사, 신규 입사자보다 재입사자가 더 많은 회사,

시작은 미비하였으나 끝은 창대하게, 우리는 그렇게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고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철밥통이 무능력으로 비치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우리 모두가 퇴사자이자 잠재적 퇴사자로서, 퇴사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공감할 것이다.


떠나는 직원이 있으면 다시 돌아오는 직원도 있지 않을까?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은 부메랑직원(퇴사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직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메랑직원의 특징은 기업의 조직문화를 이미 이해하고 있고, 타기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야와 함께 다양한 업무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다시 복귀하면 이전보다 더 헌신적이며 장기직원이 된다는 평이었다.


재입사율이 60%가 넘는 우리 회사에서도 대표님은 이미 이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Door is always open

퇴사하는 직원에게 대표님이 늘 건네는 말이었다.

나 역시 마지막 출근날, 이 말을 들었고 6년 뒤, 열린 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부메랑 직원이 늘어나면서 대표님은 페어웰키트(Farewell kit)를 제작하자는 말을 툭 던졌다. 입사자에게 웰컴키트(Welcome kit)를 주며 ‘당신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퇴사자에게도 페어웰키트를 주며 ‘잘 다녀와’라는 열린 작별을 하자는 것. 키트 제작 예산도 넉넉히 말씀을 하셔서 피플팀 관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떠나려는 직원에게 고가의 선물을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다는 대표님의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회사들이 그렇듯 입사자의 잔존율을 높이기 위해 온보딩 프로세스에 힘쓰고 있지만 이별(퇴사)에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계획을 세우며 신이 났다. 다수 기업들의 브랜딩을 해오며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해왔던 실력을 우리 브랜드에 발휘할 좋은 기회였다.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브랜드 방법론을 적용하여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여정, 아이데틱만의 커리어 여정을 리뉴얼하기로 했다.



PHASE 1. 아이데틱 커리어 여정 ‘진단(Discover)’


1. 인터뷰


방법론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원의 ideal 한 생각을 듣고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첫 시작으로 애슐리 대표님(Ashley Jung)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이데틱 커리어 여정 진단 :  애슐리 대표님 인터뷰]


지금의 아이데틱 창립자이기 전에, 한 때는 그도 직원이었을 대표님.

미국 마케팅 에이전시 스팍스(Sparks)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활약을 펼쳤던 디자이너였는데 그는 왜 퇴사했을까?


Q.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두셨나요?


 I want to sell my own design

대표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대다수는 조직이 싫어서 퇴사하지만, 본인은 호기심이 생겨서 퇴사했다고 말했다. 내가 성실하게 준비한 디자인 작품이 얼마의 값어치를 가지고 시장에서 통용되고 인정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며, 스스로를 참 무모했고 객기였다고 덧붙였다.


“입사 때는 연봉이 8만 불이었는데 3년 뒤, 퇴사할 때는 연봉이 15만 불이었어, 지금보다 많아.”


괜히 퇴사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퇴사 사유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처럼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퇴사가 필연이지 않았을까,


Q. 퇴사할 때, 조직의 반응은 어땠나요?


미국기업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어떤 퇴사 경험을 줄지 궁금했다.


Door is always open


대표님이 퇴사하는 직원에게 했던 그 말이 그때 당시 스팍스 오너에게 받은 메시지라고 한다.

퇴사하려는 직원의 용기를 응원하며, 끝이 아닌 희망을 담은 오너의 한마디는 대표님의 귀중한 퇴사 경험이었다.


한국의 롤링페이퍼처럼 미국에서도 큰 종이에 글을 써서 작별인사를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대표님은 마지막 출근 날, 사수로부터 한글로 된 손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사수는 영어가 아닌, 대표님의 모국어를 구글에서 찾아 동그라미를 정성스레 그리며 편지를 썼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쓴 듯한 삐뚤빼뚤한 한글편지가 대표님에게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대표님은 연인사이에서도 첫 만남보다는 끝맺음이 더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은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꼭 참석하는 신념이 있다고 하셨다. 손절이 쿨함으로 통용되는 요즘 시대에 이별에도 매너가 필요하다는 대표님의 말씀이 인터뷰를 하면서 마음 깊이 다가왔다.



2. 사례조사


우리 회사의 명확한 진단을 위해, 타기업들의 피플팀 역할과 사내복지, 온보딩 프로세스에 대해 조사하여 비교 분석이 필요했다. 우리는 대기업 피플팀 사례뿐 아니라 우리 회사와 주요 파트너 관계인 IT기업, 게임사의 피플팀도 조사하며 업계별 조직문화를 엿보고자 했다.


[아이데틱 커리어 여정 진단 : 피플팀 사례조사]


‘그래서 피플팀이 뭐 하는 팀이죠?’


요즘은 인사팀에서 피플팀으로 용어가 바뀌고 있다. 변해가는 현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 팀 명칭이다.

소위 말해 예전처럼 ‘까라면 까’라던 리더의 권위적이던 모습은 버려지고 공지보다는 공유를 통해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소통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전에는 ‘인사팀’이 직원들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주체였다면, 현재의 ‘피플팀’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성장을 돕는 팀이 되었다.


피플팀 정의부터 업계별 구성원과의 소통방식까지 애플투애플(Apples to Apples)로 비교해 보니, 우리 회사는 요즘 변화와 맞게 ‘Sharing is caring’ 가치를 내세우며 구성원들과의 정보 공유와 양방향적인 소통 방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온보딩의 개념은 ‘입사 첫날’이 아닌, ‘입사 통보 이후’로 변화했다.

프리 온보딩 > 웰컴키트 > 사내 교육까지 타기업들의 단계별 온보딩과 복지들을 살펴보면서 많은 피플팀들이 신규직원의 칼퇴사를 막기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원티드 이벤트: ‘웰컴키트에 진심이 회사 다 모여’ 베스트 기업들]


우리 회사를 진단하기에도 충분했다. 이번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우리의 장점은 살리되, 직원 경험 중심의 온보딩으로 개선하고, 우리 아이덴티티에 맞는 키트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3. 설문조사


피플팀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신입직원에게 꼭 필요한 물품’에 대해 1차 설문조사를 하였다.

올해 하반기에 입사한 직원들도 있었기에 얼마 안 된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조사를 진행하니, 최근에 지스타 게임쇼(G-Star) 프로젝트 경험을 했던 신입직원들이 꼭 필요한 현장물품 위주로 의견을 냈다. 아무래도 사전에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던 선배들과는 달리, 신입직원들은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은 꺼져가는 핸드폰을 보며 초조함을 느꼈고, 어깨에 둘러 맨 선배들의 힙색에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다. 핸드폰 보조충전기와 힙색, 에어팟 등 현장에서 꼭 필요한 탄탄한 전투용품들이 키트 구성품으로 추가되었다.


[신입직원들이 현장의 맛! 을 뜨겁게 느끼고 온 2022 G-Star 프로젝트]


우리는 지난 현장의 기억을 복귀하면서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다. 올라운더(All-rounder)가 되기 위해선 배를 타고 휘청휘청 나아가는 바다 위에 구명조끼 같은 키트가 필요하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현장 스태프 테이블에 쌓여 있는 커피들은 처음엔 내 것인 줄 알지만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면, 어떤 걸 마셔야 할지 손이 갈 길을 잃었었다.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

하루가 지나자, 커피 홀더, 클립보드, 인터컴에 각자 자기 이름을 써 붙이기 시작했다. 대표님은 이 풍경을 보시고는 이름표 스티커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마다 포지션을 나타내는 아이콘 스티커를 만들어 현장에서 개개인을 상징하는 시각적 도구로 활용하자는 의견이었다.

우리가 느꼈던 모든 것들이 아이디어가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장착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2차 설문조사가 필요했다.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아이템들을 모아 투표를 해보았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취향과 의견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감성보단 실용성’ (꽃다발 따윈…)

‘기업들의 웰컴키트 과대포장이 불편하다’ (박스 안에~ 박스 안에~ 박스가 웬 말이냐)

‘우리의 개성이 담겨야 한다’ (자존감은 낮아도 사존감은 높지)

‘이어폰은 에어팟이지’ (버즈 누구냐, 싸우자)

‘따듯하게 초대하고 따듯하게 보내자!’ (그래야 다시 돌아오지)


아이템들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에어팟과 버즈’ 블루투스 이어폰을 두고 '아이폰vs갤럭시'로 의견이 갈렸다. 우리 회사에는 아이폰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에어팟으로 결정되기 직전, 애플이 마지막 어퍼컷을 날렸다.

에어팟을 구매하면, 각인 서비스에 갤럭시 호환까지 가능하다?!!!


버즈 안녕~~~~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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