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rbalist Apr 15. 2024

젠슨 황은 왜 삼성 반도체에 사인을 했을까?

GTC 삼성 ‘JENSON APPROVED’ 비하인드 스토리

GTC 2024 : 삼성 반도체 HBM3E 제품 위, 젠슨 황 CEO의 "JENSEN APPROVED" 친필 사인


엔비디아 반도체 황제가 남긴 사인의 가치는 40조였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글로벌 반도체·IT 기업들이 총출동하여 엔비디아에게 기술 구애를 펼쳤던 GTC.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뉴스가 쏟아지며 전 세계 증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의 "JENSON APPROVED" 사인은 국내 시총 1위 '삼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삼성 부스에 방문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


3월 20일 GTC 3일 차, 삼성 부스에 디스플레이된 HBM3E 앞에 젠슨 황은 멈춰 섰다. HBM3E는 삼성이 최근에 엔비디아에 샘플로 제공한 12단의 차세대 HBM인데, 젠슨 황이 그 제품 위에 ‘승인(Approved)’ 사인을 남긴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76,900원에서 84,800원까지 10% 상승하였다. 시총 400조였던 삼성전자는 1주일 만에 440조를 넘어섰다. 반도체 황제가 남긴 사인의 가치가 40조로 증명된 셈이다.

엔비디아가 키운 AI판에 승자로 떠오른 삼성은 이 글을 쓰는 4월 12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500조가 되었다.


이 정도면 젠슨 황 CEO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주가를 쥐락펴락 하는지 궁금할 것 같다.




Chapter 1. 엔비디아가 쏘아 올린 AI생태계



최근에 '우리는 엔비디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렇다, AI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고로 엔비디아 생태계 속에 있다. GTC 현장에 있었던 나는 이 말을 무한 공감하지만 업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엔비디아 시대를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2016년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는가?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대결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승부


이때만 해도 AI는 먼 나라 얘기, 우와! 하며 볼 수 있는 구경거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핫한 브랜드는 AI를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고 우리는 Chat GPT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많은 기업들이 AI 사업모델을 만들고 상용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우리 회사는 미드저니, 달리 등 ‘생성AI(Generative AI)'와 함께 친밀하게 일하고 있다.

 

이렇게 급진적으로 AI기술이 올라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AI 연구개발에 꼭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를 설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나 AI와 가까이 지내고 있기에, 어느 곳에나 엔비디아 GPU가 존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떠오르며 엔비디아의 주가는 1년 5개월 만에 7배 상승하였다. 15만 원이었던 주가는 무려 122만 원으로 막힘없이 우상향 했다. GPU는 엔비디아를 시총 3,000조 기업으로 올렸고 매출 80조, 영업이익 43조를 가져다주었다. (엔비디아 주식 있는 사람, 소리 질러어어~~!!)


시총 3,000조라 하면 가늠이 잘 안 될 텐데,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을 매입하고도 남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는 대한민국 총생산액(GDP) 2236조를 훌쩍 뛰어넘는다.





Chapter 2. 마약보다 구하기 힘들다는 H100.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GTC에서 만난 엔비디아의 GPU


그럼 이쯤에서 엔비디아를 미국 시총 3위로 단숨에 올려버린 GPU 모델 H100은 무엇일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H100'에 대해 "마약 보다 구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였다. 빈말이 아니다. 빅테크 기업 대표들이 H100을 얻고자 엔비디아를 향해 간절하고 정중하게 행동하고 있다.


예전에 엔비디아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그래픽카드 회사였다. 사실 GPU(Graphic Card)라는 명칭도 엔비디아가 게임용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를 출시하며 붙인 이름이다. 게임 그래픽을 제작할 때, 수많은 픽셀 정보를 동시에 모니터로 출력해야 하는데 GPU가 있으면 가능했다. 1999년의 지포스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성능을 키워나갔고,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면서 게임업계가 황금기를 맞이했을 때, 엔비디아는 IPO를 하였다. 이때만 해도 게임업계를 평정한 엔비디아였다.


불과 작년 초, Chat GPT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컴퓨터 언어가 아닌 사람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답변을 하는 Chat GPT 성능에 모두가 감탄하였다. AI기술의 발전을 대중들이 납득한 순간이었다.


Chat GPT는 어떻게 천문학적으로 소모되는 데이터를 처리했을까?

그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AI가속기 '서버용 H100'이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픽셀을 동시 처리했던 GPU의 구조가 대량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AI학습과 유사했던 것. 엔비디아의 2023 영업이익률 66%의 비결이 여기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AI 서비스에는 엔비디아 H100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GPU 경쟁사도 없을뿐더러 빅테크 기업들이 AI개발에 속력을 내면서 H100은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H100은 개당 4만 달러(5천만 원)라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사실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예측한 대로 2024년 AI칩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GPU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이 일어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H100의 대기 기간은 36주에서 52주 사이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롤렉스 세라토나를 구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2023년 H100 GPU 출하량을 위 그래프로 살펴보면, 엔비디아의 고객층은 MS, 메타, 구글, 아마존, 텐센트 같은 글로벌 TOP IT기업들이다. 차트에서 스토리가 느껴지는가, AI기술 산업의 권력 구조까지 내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자본이 있어야 AI 기술이 가능하고, 이제는 기술적 우위가 아닌 핵심자원 H100 보유 능력이 있어야만 AI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AI시장에 뛰어들었다.





Chapter 3. AI세상의 중심, GTC 현장에 가다


앞서 말했듯이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는 엔비디아의 주최로 만들어진 AI컨퍼런스다.

2024년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GTC 전시장 메인 입구


GTC의 핵심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엔비디아가 그리는 AI생태계의 새로운 방향성이자, 이와 관련된 차세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 두 번째는 AI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향해 홍보전을 펼치는 기술쇼라는 것.


산호세 컨벤션을 꽉 채운 참가사 현수막


2009년에 시작된 GTC는 15년이 지나서야 역대급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시 참가기업은 300개가 넘었고, 세션은 900개 이상 진행되었다. 실제 전시장에 갔을 때, 전 세계 IT기업들이 엔비디아 부스를 중심으로 줄을 서있는 것 같았다.


2024 GTC Hall plan


GTC 참가기업의 진짜 욕망은 '엔비디아 파트너'


GTC 전시는 스폰서십 형태로 참가할 수 있는데 등급에 따라 부스 규모와 혜택이 달라진다.

다이아몬드-플래티넘-골드-실버-브론즈 순의 등급인데, 최고 스폰서십은 5억이 넘는 후원금을 내고 참가한다. (부스 공간을 확보하고 세션을 참가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 3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국내 참가기업 중, 삼성전자는 플래티넘으로 SK하이닉스는 골드로 참가했다.


GTC 스폰서십 유형 [엔비디아]


AI 산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와 함께 공존하고 소통해야 하기에,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스폰서십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GTC 참가팁 : 2025 GTC 스폰서십과 전시 참가 모집은 7월부터 시작된다.


GTC 패스 비용은 얼마일까?


우리 회사는 삼성의 GTC 프로젝트를 실행했기에 Exhibitor 패스를 받아서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지만 패스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패스 비용을 내야 한다.


GTC 패스 비용


GTC 패스는 3종류인데 트레이닝까지 포함된 입장권이 무려 350만 원이 넘으며, 가장 낮은 레벨인 전시와 키노트를 들을 수 있는 건 100만 원 정도이다. 높은 가격임에도 올해 1만 7천 명이 참석할 만큼 GTC가 의미 있었던 건, 엔비디아가 설계하고 있는 AI생태계 로드맵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GTC 현장의 엔비디아 부스


젠슨 황의 키노트 발표는 오픈 2시간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되었다. 메인 행사장인 산호세 컨벤션에서 조금 떨어진 SAP센터에서 열렸는데, 1만 7천 석 수용인원을 꽉 채울 만큼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우리도 키노트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차로 인해 도로가 정체되어 애를 먹었다.)


1개의 거대한 GPU 'DGX GB200 NVL72'

젠슨 황이 자신 있게 발표한 차세대 GPU '블랙웰(Blackwell) B200' 스펙에 대해서 수백 개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H100보다 2.5배 대단하고 비싸겠네"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실제 전시장에서는 AI칩으로 연결된 서버, 자동차, 로봇들이 동행되면서 영화보다도 선명하게 AI 미래가 느껴졌다.


특히 엔비디아 기술의 끝판왕인 'DGX GB200 NVL72'는 블랙웰 GPU 72개와 그레이스 CPU 36개가 결합된 AI 슈퍼컴퓨터다. 기존 H100보다 30배나 빠른 추론 성능을 갖췄다니.. 얼마나 업그레이드를 시킨 건가. 엔비디아 부스에 서버랙으로 설치된 'GB200 NVL72'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엔비디아의 AI기술의 결정체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보틱스였다. 젠슨 황은 키노트 후반부를 AI의 '다음 물결(next wave)'로 로봇을 예고했다. 나는 실제로 전시장 안팎에서 여러 종류의 로봇들을 만났는데,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엔비디아의 바텐더 로봇이었다. 별도로 마련된 F&B 부스에서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로봇이 팔을 열심히 움직이며 칵테일을 제조했다. 완벽한 레시피와 현란한 플레이가 더해진 칵테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휴머노이드 로봇이야말로 인공지능의 하이라이트였다.


엔비디아의 바텐더 로봇


AI 기술이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는지, 엔비디아는 이번 GTC를 계기로 AI 여정이 로봇을 향해 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어쩌면 AI혁신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지도.




Chapter 4. GTC 삼성은 AI가 아니라 휴먼이 기획했다.


AI시대가 열리면서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도 큰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HBM(고대역폭 초고속 메모리) 경쟁 구도는 공공연하게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HBM3E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고성능 메모리로 생성형AI를 구동할 때 꼭 필요하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서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맹추격을 하며 D램 신제품인 HBM3E 어필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이번 GTC에서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최신 제품인 HBM3E 실물을 공개했다. 엔비디아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젠슨 황 CEO의 삼성 HBM "APPROVED" 사인은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젠슨 황은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삼성 HBM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는 의사를 밝히며 삼성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엔비디아를 대표하는 젠슨 황의 긍정적인 제스처와 발언 만으로 삼성은 단숨에 유명세를 치렀다.


전 세계 메모리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는 삼성이지만, HBM에서만큼은 공급망 진입에 번번이 실패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반도체야말로 삼성의 본업이 아닌가. 오뚝이 같은 태도로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해 왔다. HBM 양산을 위한 삼성전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최선을 알기에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삼성의 GTC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리 회사, EIDETIC(아이데틱)은 글로벌 IT기업들의 기술 런칭과 포럼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고 총괄하고 있다. IT, 게임 등 다양한 산업군의 파트너사가 있지만, 이번 케이스 같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미국 RHQ에서 진행하는 포럼, 컨퍼런스, 전시 등 현지 행사들을 전담해서 실행하고 있다.


아이데틱의 GTC 삼성 프로젝트 수행 현장


반도체 마케팅은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고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과 매우 다른 차이가 있다. 기술의 특장점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좋은 스펙을 시각화해서 알기 쉽게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현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번 GTC에서도 삼성 부스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현지 사무국과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았고, 현장에서는 실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했다.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전략을 제안하고, 가치를 보여주는 이 모든 프로세스가 다행히도 아직 AI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젠슨 황 CEO가 GTC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결국 휴머니티다. 삼성을 향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엔비디아와 사업적인 관계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휴머니티다. 삼성과 앞으로 수행할 미션들을 생각하니, 어깨가 기쁘게 무겁다. AI혁신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역할이겠지만, 우리는 꾸준히 휴먼웨어를 실천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