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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라 Jul 04. 2023

비엔나에서의 새로운 시작

3개월 인턴십 기간을 맞추려다 보니 종강 직후에 출국하게 되었다. 학부생 일상을 마무리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이게 맞나 싶었지만 어찌어찌 다 해치우고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시험 보고 과제 제출하고 작별 인사하고 짐 싸고 마지막 남은 체력을 다 소진한 후 비행기에서 실컷 잘 생각이었다.  정든 학교와 친구들과 가족을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 반반으로 복잡한 심정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 벌써 4번째인 인천-아부다비행 비행기를 타고 아부다비를 경유한 뒤 비엔나로 향했다. 

또(에) 티하드
4시간 동안 다시 만난 아부다비


에티하드 마일리지 덕에 라운지를 무료로 쓸 수 있어서 새벽이지만 그리웠던 중동 음식을 먹었다 :)

그렇게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비엔나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와 락센부르크로 향하는데 창가의 풍경이 영 익숙했다. 광활한 평야가 미국 중서부와 꼭 닮았다.

오전에 도착해서 조금 쉬다가 오후에 상사분과 만나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회사 투어를 했다. 국제 연구소 위치를 구하던 중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락센부르크의 빈 고궁을 무료로 내주어서 어쩌다 보니 이곳에 위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살다 살다 궁으로 출근하게 될 줄이야... 내부는 그렇게 특별하진 않지만 화려한 외관은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된다.

회사 정문
락센부르크의 명물 젤라토 가게

렌트 계약이 7월 초부터라 2주간은 락센부르크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었다. 락센부르크는 정말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라 할 게 없다. 고궁 옆에 아주 큰 공원이 있는데 내가 지금껏 가본 공원 중에 제일 예쁜 곳이다. 공원 내부에 호수도 있고 호수 안에는 작은 성이 또 있다. 

첫 날 보고 반했던 풍경. 진짜 그림 같다.

락센부르크에는 할 게 정말 없기 때문에 지난 2주간은 공원 구경하고 산책하고 조깅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공원이 워낙 커서 아직도 다 돌진 못했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많이 덥지 않고 특히 저녁엔 정말 선선하고 좋아서 여유롭게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는 게 큰 낙이였다 :)

오피스 내부는 일반 사무실이랑 다를 게 없다!

일은 정해진 태스크가 있고 내 페이스 대로 하면 돼서 아주 바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사분이랑 동료들이 다들 좋아서 회사 생활은 아주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공원이 워낙 커서 작은 기차도 지나다닌다.

워낙 급하게 오기도 했고 많이 알아보지도 않았기에 기대가 없었는데 아직까진 정말 만족스러운 오스트리아 생활이다. 독일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하고 회사에선 다 영어를 쓰기 때문에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한국과는 정말 거의 반대의 분위기인 곳이라 아직 많이 낯설지만 이곳의 느린 삶의 방식도 좋은 것 같다. 정신없이 지나갔던 한 학기를 마치고 회고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정말 소중한 기회인 만큼 이곳에서의 3개월을 열심히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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