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만든 엄마 밥 빼고는 뭐든 다 팔 것 같은 공구시장, 퇀꺼우
공구 시장은 길어지는 봉쇄 기간에 시민들이 지쳐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했다. 시장과 시스템도 살아 있는 것과 같아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또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섭리에 맞지 않는 것들은 사라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이 짧은 시간에.
판매자 – 공급처만 찾을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돈을 벌 때다 싶었는지 우후죽순 퇀주들이 생겨나고 이전부터 공구를 운영하던 베테랑 퇀장의 경우 2, 3000명 이상의 팬덤을 확보하기도 함. 그러나 값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거나 판매자에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을 이용한 갑질 퇀장들의 경우 사람들에게 뭇매를 받고 퇴출당할 수 있음.
우리 단지 내에서도 최초의 코카콜라 공구로 단숨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퇀장 다이애나는 며칠이 지나도 코카콜라를 구해오지 못해 사람들을 크게 실망시키더니 환불처리도 제대로 처리 제대로 해주지 않아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듦. 상하이 최상위층만 마실 수 있다는 코카콜라를 수량 제한도 없이 주문받아댈 때부터 의심스럽더라니. 게다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호출을 받고 물건을 가지러 나온 사람들에게(방역상 직접 수령 불가하나 물건이 무겁다는 이유로 남성들만 나오라 조건부 호출) 학생을 지휘하는 사감 선생님처럼 호통을 쳐대다가 결국 사기 및 방역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를 당함. 뒷목을 잡고 쓰러졌는지, 지병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다음 날 병원을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걱정하는 이 하나 없이 감염의 위험이 있을 테니 다이애나의 집을 철저히 소독하고 감시해달라는 무서운 요청이 주민위원회로 전달되었음.
내 돈을 쓰면서 내 맘대로 구매도 못하는데, 코카콜라 대신 펩시를 마시라 말라, 밤늦게 어디를 오라 말라 자존심 강한 상하이 주민들을 빈정 상하게 했으니, 단체 대화방에서 사건의 진상을 목격한 사람으로 나 역시 그 퇀장의 정신건강이 절대 걱정되지는 않았음.
품목- 기본 식자재 공구가 활발해지면서 기본 자재에서 고급자재로 종류도 품질도 천차만별 해짐. 배는 곪지 않으니 이제 좀 여유로운 생활을 해보자는 욕구와 이에 부응하는 재주 좋은 공급자들이 시장을 빠른 속도로 키워 나감
돼지고기 다음 쇠고기, 쇠고기를 넘어서 타이거 새우, 타이거 새우를 넘어서 생굴, 양고기 스테이크까지 등장.
심지어 붕어과의 민물 생선 25마리를 살아있는 채로 공급한다는 공구는 공지 25분 만에 마감되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음. 공급 시스템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나는 이 와중에 어디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구하는 것인지, 아파트 단지 내 개울에서 밤새 낚시로 건져 올린 물고기를 배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듯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잠깐 해보았음.
야채 다음 사과 오렌지의 과일이 구해지나 싶더니, 철 이른 수박에 수입 두리안까지 등장.
보관기간이 긴 멸균우유 대신 신선우유와 종류별 요구르트, 스위스산 치즈 구매 가능.
약 2주간 꿈도 꿀 수 없던 간식 시장에선 과자, 아이스크림을 넘어 이제 치즈 케이크에 개인 맞춤 생일 케이크까지. 이걸 공구라 할 수 있나 싶지만. 어쨌든 원하면 구해줌.
*주의 사항: 너무나 기다리던 품목 등장 시 과소비 주의. 편의점 토스트도 구하지 못해 머리를 쥐어뜯던 중 버터를 넣어 구워낸 동네 제과점 빵 공구를 만난 날, 이성을 잃고 3세트(이것저것 합해서 빵 10개가 한 세트)를 한 번에 주문, 아직도 이 빵들을 소진하느라 다음에 등장한 더 고급진 빵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음.
기타 - 실물 제품 외 서비스 또한 상품화 가능.
단지 내에 거주하는 미용사 아저씨가 아이들 한 둘의 머리를 이발기로 밀어주었다는 사진이 훈훈한 미담으로 떠돌더니 결국 금액을 달고 공구 상품으로 등장.
단 머리 감기와 말리기는 알아서 해결, 거울이 없으니 중간과정 확인 불가. 시내 유명한 헤어샵의 드자이너 스앵님이 잘라 주신다는 소문에 이번 기회 아니면 언제 그런 스앵님의 손을 타보겠나 싶어 나도 조용히 구매 버튼 및 지급 완료. 아 설렌다.
판매 가격- 판매자들이 늘어나면서 적어도 가격을 비교를 해볼 수는 있게 되었으나 수요는 많고 공급은 턱도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함. 현재 상해 물가가 일반 중국 평균 물가의 5배라는 둥 6배라는 둥… 이 시기 상하이에서 식자재를 공급하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식자재 공급 시 폭리를 취하여 경찰에 입건된 어떤 사람이 10일 동안에만 3억 이 넘는 돈을 벌었다 하니, 헛소문은 아니었음.
특이사항 – 사람들이 꽁꽁 집에만 갇혀있는데도 확진자 수는 점점 늘기만 하는 이 기이한 상황에서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외부에서 들여오는 공구 물품이 지목, 공구에 대한 제한을 두거나 심지어는 금지를 하는 곳도 생겨났으나 공구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음.
식품에 소독약을 뿌려선 안된다 vs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선 소독을 해야 한다, 걱정되면 공구를 하지 말라 vs 그럼 굶어 죽으라는 거냐 등등 공구와 소독에 대해 아파트 단체방 내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일었으나 각 단지에 배송된 물품들은 종류에 관계없이 박스가 축축이 젖을 만큼 소독약 세례를 받고서야 각 가정으로 배송이 되었고 다행히 배탈로 병이 났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 먹고살기 위해 공구도, 소독도 계속하는 것으로.
아, 배탈 소식은 못 들었지만 알코올 과다 사용으로 인해 상하이 모처 아파트에 화재 발생.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 했건만…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제로 코로나, 봉쇄 때문이라 탓해 봄.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중국인들이지만, 돈의 흐름을 좇아 빠르게 움직이는 중국 사람들의 놀라운 사업수완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었던 공구 시장, 퇀꺼우(团购)
물론 판매자가 구할 수 있는 제품만 살 수 있고, 모든 주부들이 원하는 음식 배달은 구할 수 없는 시장이라 마치 감옥에 갇혀 웃돈을 주고 사제 물건을 구하는 범죄자가 된 기분으로 공구시장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냉장고 사정이 조금 안정된 지금은 굳이 그 돈을 주고는 사고 싶지 않은 물건도 혹은 내 소득 수준으로는 살수 없는 물건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없어도 먹고살 수는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기 위해 불러야 하는 그 이름 , 퇀장.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범죄도시의 윤계상이 호로록호로록 흡입하듯 뜯어먹던 매콤한 마라롱샤와 한 달 뒤에나 필요할 단오 맞이 쫑즈(粽子 대나무 잎에 찐 찹쌀밥)의 업데이트 소식이 딩동 딩동 핸드폰을 울려댄다.
가만, 6월 단오가 올 때까지 갇혀 있을 거란 소린가...?업데이트가 반갑지만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