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서 핵산 검사받으세요!

강제는 아니라면서 안하면 잡아간다는 이상한 규칙

by 보부장

2월 말, 빅데이터에 의해 억울하게 콧구멍을 공격당한 뒤, 이제는 콧구멍뿐 아니라 목구멍까지 흰 면봉에게 끊임없이 농락을 당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매일 2600만 시민을 디테일하게 찔러대는 게 힘들어 그런지 아님 굳이 콧구멍 까지는 침범하지 않아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몰라도 다행히 콧구멍을 찌르지는 않는다. 아 입을 크게 벌리면 목젖 근처를 긁기도 하고 혀 아래를 훑기도 하고 가끔은 어딘가 닿은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휘휘 젓다가 끝이 날 때도 있다. 면봉이 뇌까지 닿는 느낌이 들던 콧구멍 공격보다는 훨씬 쉽고 참을만하다.






봉쇄기간 내내 모든 시민의 가장 중요한 (어쩌면 유일한 ) 활동인 핵산 검사는 대부분 명확한 계획 없이 확진자 발생 상황에 따라 당일 아침 일찍 공지된다. 핵산 검사가 없는 날은 자가 키트를 이용해 스스로 항원검사를 해야 한다. 봉쇄 초기, 인원수에 맞춰 소중히 두 손으로 전해주고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까 조심스레 전달받던 자가 키트는 이젠 박스째 집 앞에 던져진다. 항원 검사든 핵산 검사든 "음성"이라는 두 글자가 해제 후 일상생활의 자격이 되는 만큼 그 결과를 잘 저장하고, 증명 해야한다.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48시간 내 핵산 검사, 12시간 내 항원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증빙이 없으면 지하철을 탈 수도 어느 상점, 건물도 들어갈 수도 없기 때문에 의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강제사항이다. 핵산 검사는 검체 채취 전 QR 코드로 사전 등록을 해두면 결과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고, 항원검사도 정부에서 지정한 플랫폼에 그 결과를 올리면 자동으로 쉽게 저장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검사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있을 터이고 각 아파트 단지마다 한 사람도 빠짐없는 핵산 검사를 요구하지만 관리 방법은 아파트마다 다 다르다.




관리가 엄격한 곳에서는 각 동 마다 관리자를 지정하고 핵산 검사 시 그 관리자가 각 가구의 명단을 기준으로 빠진 사람은 없는지 한 명 한 명 확인한 다음 줄을 세워 검사 지역으로 이동한다. 누락되는 인원도 없고, 핵산 검사로 우르르 몰린 사람들 간의 전염도 막을 수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정말 수감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듯하다. 항원 검사날에는 정해진 시간까지 주민들이 모여있는 단체방에 각자의 항원검사 결과를 사진으로 올리도록 한다. 제시간에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주로 공산당원일 것으로 추정되는 할머니 관리자가 직접 와서 콧구멍을 찔러주겠다는 친절한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인 친구의 지인은 핵산 검사를 받지 않기 위해 마치 없는 사람처럼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단체방에서도 일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2주가 넘는 시간을 보내다가 밤늦게 갑자기 경찰관을 대동한 주민위원회의 급습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에 감염될 원인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니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했지만 한 번만 더 검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엄중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더 무서운 경고를 받았고, 어쩔 수 없이 그 뒤로는 핵산 검사에 빠짐없이 참여해야 했다. 물론, 검사 때마다 주민위원회에서 문을 두드리는 수고를 게을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관리가 소홀하거나 입주민들의 입김이 조금 센 곳에서는 관리가 느슨한 편이다. 단체방이나 공식 계정을 통해 핵산 검사 실행 여부를 알리고 밀접 접촉을 막기 위해 동마다 검사 시간을 달리 정해 두지만 친절한 권유가 먹힐 리가 없다. 급한일이 있으면 먼저 나가고, 뭉그적거리다 검사 시간을 놓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는 10인 1관의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멀찍이 떨어진 3개 동의 검체들이 함께 섞여 있어, 그 3개 동의 인원들이 모두 재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날 이후, 다행히 주민위원회에서는 단지 내에 지도를 만들어 검사를 받는 순서를 지정해주었고, 그때그때 해당 동 아래에서 확성기로 “101동 나와서 검사받으세요!”라고 공지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점점 경각심을 가지고 호출에 맞춰 집을 나서고 앞뒤로 2m씩 간격도 지켜서기 시작했다. 주로 아침 일찍 시작되는 검사에 맞춰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때문에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주민은 집에 키우는 강아지가 “101동 나오세요”라고 따라 할 정도라며 농을 띄웠다. 중국에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었던가?





모든 사람들이 엄격한 관리를 받는 것은 아니다 보니 핵산 검사를 피하는 사람들도 점점 생겨났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도 등장했다. 수업시간과 검사 시간이 겹쳐 부득이하게 오후로 검사를 미뤘던 우리 가족은 오전에 의료진이 모두 철수를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핵산 검사를 한 번 놓친 적이 있다. 며칠 지나지 않아 , 나는 방역 관리국으로부터 핵산 검사가 누락이 되었으니 나의 건강코드(QR코드)는 노란색으로 변경될 것이며,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 문자를 받았다. 이 놈의 빅데이터, 우리 가족 다 못 받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게다가 오전에 예고도 없이 검사를 마친 건 우리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주변에 물어보니 빠짐없이 검사를 받은 사람들도 상당수 문자를 받았고, 나도, 동일한 문자를 받은 내 친구도 건강코드의 칼라는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핵산 검사를 피하려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방역 국에서 무작위 시민들을 대상으로 꾸민 짓(?)이 하는 결론을 내렸다. 치사하게 이렇게 사람을 겁을 주다니. 사실 조금 겁을 먹은 것 같아 더 기분이 나빠졌다.






오늘도 나는 미리 박스채 나눠준 자가 키트를 이용해 미니 프로그램에 내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을 프로그램에 등록시켰고, 내일은 또 “101号楼下来做核算检查! 101동 주민들 내려와서 핵산 검사하세요!”라는 소리에 좀비처럼 문을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언젠가 항원키트에 예상치 못한 두줄이 등장한다면 조용히 없는 사람인척 정부에서 나눠준 양성도 음성으로 바꿔준다는 용한 렌화 칭원 캡슐이나 먹으면서 다시 한 줄이 등장할 때까지 숨어 지낼 생각이다. 6500명이라는 우리 아파트 단지 거주민 중에 핵산 검사를 받는 사람이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니, 나 하나쯤 한 일주일 검사받지 않는다고 누가 아려나. 어차피 당분간 나갈 일이 없어 QR코드가 노란색으로 바뀌어도 상관없다. 절대 격리 장소로 끌려가고 싶지 않다.


아 참, 이거 비밀인데 말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