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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장 Sep 16. 2020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매콤한 후난 차이(湖南菜)

매운 건 겁 안나요, 안 매울까 겁나지.

한국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국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不怕辣, 怕不辣!" 

"매운 건 겁 안 나, 안 매울까 겁나!" 


중국음식은 맛있기도 하지만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것으로 보통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중국에서도 맵 부심을 자랑하는 곳이 있으니 쓰촨(四川)과 후난(湖南).



쓰촨 지역 음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훠궈의 "마라麻辣"로  알려진  맛입니다. 한자 그대로 혀를 마비시키는 것 같은 느낌의 혀가 얼얼한 매운맛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후난 지역에는 한국처럼 고추로 맛을 낸 맵싸한 매운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중국 음식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처음 중국에 온 사람들도 후난 음식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요리를 다 먹고 주식을 내오는 대신 흰밥과 곁들어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후난은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모택동 주석의 고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후난 음식점에서는 유난히 모 주석의 사진이나 관련 장식이 많이 보입니다. 후난 음식을 마오자 차이 毛毛家菜-(모택동 고향의 음식)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국요리는 보통 그 이름만 봐도 요리법과 재료를 알 수 있어요. 몇 가지 간단한 후난 음식으로 소개를 해보자면요.




 酸豆角炒肉沫 솬또우쟈오챠오로모 

이름이 어렵죠? 그런데 뜯어보면 글자 한 가지 한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酸 신맛이 나게 절인

豆 긴 콩을 (엄밀히 얘기하자면 안에 작은 콩이 들어 있는 콩깍지)

角 또각또각 잘게 썰어서

炒 볶았어요

肉 고기를

沫 저민 것과 함께


이름이 다 말해주고 있네요. 이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를. 음식을 주문할 때도 재료의 단어를 바꾸거나 요리법의 방법을 바꾸어 이용할 수 있어요.  이 쏸또우 는 후난 음식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데요, 흰 밥에 얹어 슥슥 비벼먹거나 따로 오독오독 씹어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은 느낌이에요. 요리를 먹을 때 늘 곁에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 같은.




干锅有机花菜 깐꿔 요지화 차이


이 음식의 이름은 길어 보이지만 실은 두 가지 요소로만 이뤄져 있어요.

干锅 깐꿔  그리고 有机花菜 유기농컬리플라워.

(실제 유기농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컬리플라워는 다 유기농이라고 붙어있네요)

깐꿔는 납작하고 얇은 냄비인데요, 주방에서 한번 익혀 나온 음식을 냄비 아래 고체 연료로 따뜻하게 유지시켜 먹는 음식을 통칭 깐꿔요리라고 합니다.  주로 버섯이나 채소를 얇게 썬 돼지고기를 간장에 볶아내는데 어떤 음식이든 깐꿔 위에 올라가면 맛있어지는 마법의 냄비입니다. 지글지글 끓는 기름과 매콤한 고추, 그리고 재료들이 함께 익어가는 향기는 식욕을 마구 마구 불러일으키죠 , 음 ~.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剁椒鱼头 둬쟈오위토우


剁  사정없이 다졌어요.

椒 고추를

鱼头  그리고, 생선의 머리.


생선의 머리는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온전한 상태로, 반응만 갈라서 쪄내고요, 위에 얹어지는 고추를 마구 마구 다져서 낸 음식입니다. 이 요리에 사용되는 생선은 주로 민물고기입니다. 중국은 크긴 하지만 바다와 닿은 면이 면적 대비 넓지 않아서, 바다 생선보다 민물 생선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삼면이 바다인 한국이 고향인 저는 바다 냄새 가득 나는 바다 생선을 더 좋아하지만, 이 요리 둬쟈오위토우만큼은 민물 생선 특유의 흙냄새가 없어 늘 맛있게 먹습니다. 생선들이 눈을 너무 선명하게 뜨고 있어, 고추로 눈을 살짝 가려주고 배나 등 쪽의 두툼한 살을 젓가락 가득 집습니다. 민물 생선답게 가시가 좀 많은 편이지만, 쉽게 골라낼 수 있는 큰 가시들이라  가시를 쏙쏙 뽑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한 개 두 개 집어낼 수 없을 정도로 다져진 고추를 적당히 얹어 생선살을 입에 넣으면 매운 고추 맛이 입안을 가득 때릴 때쯤 고소한 생선살이 이를 막아주면서 두 맛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무리 매워도 고추 다짐은 꼭 같이 먹어야겠더라고요.  중국 사람들은 생선의 머리에 있는 흐물 흐물한 머리 부분이며 아가미 부분도도 쏙쏙 맛있게 골라먹긴 하지만, 저는 쫀득쫀득 볼살 까지만. 눈은 여전히 덮어두어야 생선에게 좀 덜 미안하더라고요.


小炒肉 샤오차오로우


이 음식은 고기를 잘게 썰어 볶았다는 의미지만 조리법이나 이름과 관계없이 소개해 드리고 싶은 음식입니다. 집에서 간단히 해 먹는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家常菜 이기도 하지요. 매운 고추를 큼직 큼직하게 썰고, 돼지고기의 앞다리살을 얇게 썰어 센 불에 볶아 내는 음식인데요, 중국음식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한국에서 온 출장자들이나 여행자들에게 권해본 음식 중 가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향긋한 기름과 강력한 불, 그리고 돼지고기(말해 무엇합니까), 매콤하고 깔끔한 고추. 이 넷이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히어로 급 요리이지요.


그리고 흰쌀밥. 흰쌀밥이 몸에 좋지 않다지만, 기름과 고추의 풍미가 강한 후난 차이는 흰쌀밥과 함께 먹어줘야 요리의 맛이 깔끔합니다. 게다가 매운 고추 때문에 활활 일어난 입안의 불을 쌀밥이라야 꺼줄 수  있기도 하고요. 정통 후난 음식점에서는 보즈판 钵子饭이라고 하여, 항아리 재질의 토기 그릇에 쌀을 직접 담아 쪄낸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찐 밥이라 찰지지 않고 딱딱해서 찰진 밥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어색할 수 있지만, 후난 음식과는 아주 잘 어울리고, 토기에 묻은 쌀알을 떼어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크기가 크지 않아 저는 몇 그릇이나 먹는데요, 엄마 말씀처럼 풀풀 날아갈 듯한 중국 쌀을 아무리 먹어도 금방 배가 꺼지더라고요.




길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식당에서는 사람 수에 따라 일 인분의 밥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양푼이나 밥통에 밥을 가득 담아 줍니다. 먹고 싶은 대로 덜어 먹을 수 있게 말이지요. 처음에는 세숫대야 같은 양푼에 밥이 담겨있는 모습이 어색했는데 이젠 맘 편히 덜어먹을 수 있어 좋아요. 사람은 적응하기 나름인가 봐요.



후난 음식을 어디서 먹을 수 있냐고요? 혹은 어떻게 알고 먹을 수 있냐고요? 간단합니다.

후난 지역을 상징하는 한자, "湘 xiang "이 한 글자만 찾으면 됩니다. 이 이름을 달고 있는 음식점은 적어도 후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래서 후난 음식을 샹차이 湘菜 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아차차, 많은 한국 사람들이 싫어라 하는 "샹차이 香菜",  향채와 한국 발음은 같지만 전혀 다른 뜻입니다.

湘菜는 후난 음식,

香菜는 향채. 음식을 맛을 돋워주는 일종의 허브.

둘 다 누군가는 맛있게 먹는다는 점은 같네요! 저도 처음 향채를 먹었을 때 화장품을 먹는 듯 한 느낌에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모든 중국 음식에 향채를 얹어 먹을 만큼 향채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사실, 정말 유명한 후난 음식은 따로 있을 겁니다. 후난 10대 명 요리 라든지 하는 리스트들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음식에는 저희가 놀랄만한 재료들이 많이 사용되었더라고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료들이지만 동시에 인상을 쓰며 위에서 말한 후난 음식 전체를 잊어버리게 될까 봐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해요. 그래서 제가 먹어보아 맛있었고, 한국 친구들이 좋아했던 음식들 위주로 얘기를 해 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기회가 되어 샹차이 湘菜를 맛보게 되신다면, 중국 음식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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