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로맨틱하지는 않았던 시작

by 김다희

신혼 2개월 즈음의 어느 날, 소박하게 축하할 일이 있었다.

과일과 케이크, 예쁜 초까지 준비한 우리는

축하해- 샴페인을 터뜨리려 했다.


그때 불현듯, 지난밤의 꿈이 떠올랐다.

파란 하늘, 하이얀 구름 위에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고,

그 바구니에 아기가 누워 있었다.

어리둥절한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자니, 곧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은 네게 버거울 수도 있으니, 딸로 데려가렴."

나지막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였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며 곧 까맣게 잊어버렸던 꿈,

그 꿈은 왜인지 알코올을 앞에 두고 떠올랐다.

잔을 들이키기가 왠지 꺼림직해진 나는, 남편에게 임신테스트기를 사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결국, 선명한 ‘두 줄’과 마주하게 되었다.


‘언젠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나와 남편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한번쯤 상상해봤던 일이었다.

감격에 눈물짓거나, 그렁그렁한 남편의 눈망울을 마주한다거나 하는 등의 로맨틱한 장면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은 없었다.

두 줄과 마주한 나는 허둥지둥 거렸고, 남편 역시 당황스러움에 땀을 삐질 거렸을 뿐이었다.


임신이라는 사건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직장은? 이직 준비는? 산전검사도 안 받았는데 괜찮은가...'

정신없이 밀려오는 생각들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쿨쿨 자는 남편이 야속해 엉덩이를 꼬집어주고 싶기도 했다.


멀리까지 내다볼 수는 없었지만,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음엔 분명했다.


어색함, 당황스러움, 두려움.

그것이 내 임신여정의 첫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