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나의 엄마, 아빠

by 김다희

임신임이 분명해졌을 때, 나는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안정기까지는 침묵해야 하나 잠시 고민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만큼은 바로 소식을 전해야한다는 남편의 말에 곧 수긍하고 말았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소식을 전해들은 엄마로부터 곧 다급한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엄마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왜인지 애가 닳은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임신이래.”

“응, 들었어. 어쩌려고 그래...”

엄마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의 흥분한 목소리나 축하한다는 인사를 기대했던 나는 엄마의 반응에 김이 새고 말았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커다란 서운함도 밀려왔다.

“딸이 임신했는데 엄마라는 사람 반응이 뭐 그래?”

나는 결국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다음 날 새벽, 아빠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큰 딸, 너의 임신으로 아빠와 엄마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구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네게 고맙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어,

임신이라는 과정이 얼마나 지나기 힘든 시간인지, 앞서 그 시간을 지나온 아빠와 엄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애지중지 키워온 네가 이제 더 이상 너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거나, 철부지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기는 힘들어졌다는 것이 조금은 짠하고 애잔하구나.

그래도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네 편에서 너를 지지할 거야."


기다렸다는 듯 시작된 입덧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나였다.

이 시간을 지나온 엄마이기에, 또 그 옆을 지킨 아빠이기에

딸인 나의 임신 소식에 온전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나보다 한 걸음 더 앞서가며 나를 걱정해주는 엄마, 아빠의 그 깊은 사랑을 내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나 또한 언젠가는 뱃속의 이 작은 생명에게 그런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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