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담다 May 11. 2023

시어머니의 남자 -04

환상

6월 어느 날 여자는 사랑이라 믿었던 환상에서 깨어났다.

"아가야! 이제부터 피아노만 치고 살아라" 

이 한마디를 붙잡고 싶었던 것 같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어린 여자는 미처 깨닫지 못하였으리...


시어머니의 남자는 유치장에서 두 달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내 의지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환상'도 금이갔다.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차정숙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순수함'이지 싶다.


순수함 그 자체로 가족을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했으니 말이다.

오로지 아이들과 가족만 생각하며 의사라는 직업도 포기할 만큼

소중했고 지키고 싶었던 것들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닥터 차정숙에 몰입되어 차정숙이 행복한 해피앤딩의 결말이었음 한다.


말하지 않아도 요즘 모두가 힘든 시기이기에

드라마의 결말은 모두가 바라는 대로 해피앤딩이 주를 이룬다.


나와 딸은 차정숙의 차후 선택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

딸은 차정숙이 이혼을 선택한다.

난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

아직도 여자는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시어머니의 남자는 건물주라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여자의 결혼이 시작되고 3년이 채 지나기 전 일어난 일이다.

시어머니는 건물관리가 힘들다며 그 속내는 따로 있었지만 건물을 내다 팔아버렸다.

우리에게 한마디 언급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피아노만 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나만의 착각이자 '환상'이었다.


초등학교 때 음악선생님이 취미가 뭐냐고 묻는 질문이 생각난다.

어린 학생의 대답은 풍금 치는 것이었다.

피아노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되돌아보니 그때부터 피아노의 환상을 꿈꾸어 온 듯하다.

음악선생님의 풍금을 치는 모습이 '환상처럼' 다가왔다.

풍금 치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 어린 학생의 꿈은 20년이 흐른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풍금도 만져보지 못했던 어린 여자아이는 피아노의 환상을 놓아야 했다.


문득 어느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인생은 미완성- 조용남노래의 가사가 입안을 맴돈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마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사라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그렇다.


인생은 미완성이었다. 채워가며 아름답게 그리며 그 인생이라는 

그림을 완성시켜 가는 인생은 살아봄직 한 길이다.

여자에게는 두 아이의 소중한 선물이 안겨졌다.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의 남자 -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