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기회를 가리지 않게

성장하기

by woo

글은 나의 흔적이고, 나의 존재감이기에 때론 글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면을 보자면 글은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내 과거를 반추해 보고 후회로 얼룩진 과거의 나를 조금 정화시켜 보았다.




계약직 직원으로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사회의 번듯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은 분노, 인생을 실패한 것만 같은 패배감, 주변 사람과 자꾸만 벌어지는 격차에서 오는 열등감. 이 모든 감정들이 그냥 '화'로 뭉뚱그려져 사리분별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계약직인데 대졸 공채에게 시킬법한 일들(실제로 같은 업무를 하기도 한다)을 강요받을 때, 분노는 폭발했다. 소위 업무에 난이도가 다름에도 인력이 부족하니 대졸 공채 업무까지 하고 거기에 온갖 잡무까지 밀어 넣을 때 왜 이 급여받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불편하고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때 느낀 내 감정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온갖 업무를 나에게 떠넘기는 만행이 벌어질 때면 발악에 가까운 거부를 했다. 이건 합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업무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내가 해도 되는 업무와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스스로 구별 지었다. 일 잘하니까 시킨다는 사람들의 말이 나를 그저 이용하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절대 더더욱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다. 일을 잘한다 한들 내게 돌아올 보상 같은 것은 없었기에 급한 대로 아무 일이나 아무에게 시키며 나를 그저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미웠다. 미운만큼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그리고 회사와 트러블이 많아졌다. 어쩌면 그들과 싸우는 에너지가 차라리 그 일을 하고 마는 에너지보다 더 컸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깨지고 부서지고 힘겨워하며 내가 원하는 바대로 단순 반복 업무만을 하게 되는 승리를 얻고 느낀 점은 더 이상 성장의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야말로 언제든 대체 가능한 완벽한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함정에 빠진 나름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언제나 다른 세계에서 다른 꿈을 꾸며 살아온 나로서는 회사 일보다 그 꿈에 치중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 직장에서의 의미 없는 삶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은커녕 자신을 더 비현실적이고 구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렸을 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항상 끝까지 남아 청소를 했던 내가 어째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아마도 같은 신분이 아닌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 때는 모두가 그냥 학생이었기에 같은 대우를 받았는데 회사에서는 급의 차이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다. 안타깝게도 그 차이만큼 업무에도 차이를 두고 싶은, 그래서 공정하다고 믿었던 마음이 사실은 내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 차이에만 집중하면 분노가 일지만 기회에 집중하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면 좌절할 수 있다. 그건 성패가 분명하게 나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급의 차이로 업무에도 차이를 두는 것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에 몰두하고 열심을 다해 본 사람은 결과에 상관없이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멈춰 있는 것보다 성장하는 사람이 무슨 꿈이든 빨리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글을 쓰는 내겐 어쩌면 더 절실히 필요한 건 나의 성장이었을지도.


오직 나의 성장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을 다하자고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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