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동료가 이직에 성공했다

나는 제자린데 모두가 앞서갈 때

by woo

계약직 동료가 떠나는 경우는 두 가지다. 계약이 만료되거나,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겪어 본 바로는 그 어느 편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특히 지금은 이직에 성공하는 경우를 더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 그 사람을 결코 질투해서, 시기해서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내 처지 때문에 기분이 울적해진다. 결단코 그 사람이 잘 되어서 배 아픈 것이 아니다. 내가,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울컥할 뿐이다. 뭐, 누가 그게 그거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반박은 않겠지만 조금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과거에 굳이 그랬어야 했나 싶은 기억이 하나 있다. 하필이면 이직도 같은 곳으로 한 친구, 정확히 말하면 계약직 신분에서 시험을 보고 정규직으로 재입사한 친구가 있었다. 역시 그 친구를 시기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직장에서 달라진 신분으로 내 앞에서 자꾸 알짱거릴 때면 이상하게 자꾸 숨고만 싶었다. 실제로 그 친구를 피해 다녔다. 분명 같은 계약직이었는데, 같이 노력하고, 같이 애썼는데 나만 여전히 계약직인 신분이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때마다 나 자신을 반성하고 후회했다.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회사생활을 잘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그리고 이내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늘 여길 떠날 생각만 했고 늘 다른 이상을 꿈꿨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며 한기지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우습게도 이렇게 계약직 동료가 회사를 떠나면 '나도 저랬어야 했나?'싶어 다시 NCS 책을 펼쳤고, 그러다 회사생활에 한계가 느껴질 때면 '그래, 역시 이건 아닌데.'하고 책 던지기를 반복했다.


이 모든 것은 불안에서 기인했다. 나는 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내 꿈에 확신을 느끼지 못했고 누군가의 성공에 줏대 없이 흔들렸다. 연약했고, 나약했고, 그럼에도 누구나 우러러볼 멋진 삶을 살고픈 욕망에 눈이 멀었다. 허세와 허영이 가득했던 난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잘 나가는 누군가가 부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내가 싫으냐고? 아니, 난 그냥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싶고 좋은 집에서 좋은 차 타고 좋은 음식 먹으며 간간이 여행도 하며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그런 욕망을 억지로 버려야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태어난 사람에게 무욕을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삶에 도달하기 전까지 어떤 해결책이 필요해 보였다. 매번 타인의 성공에 부러워하고 초라해지는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며 불행해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자신의 성공을 전해오는 사람들은 참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그들의 성공 이전엔 꼭 아픔이 있었다.


어쩌면 그들의 성공에 시기와 질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성인군자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성공 이전에 겪은 아픔과 고통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됐다, 저 정도면 이제 성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사람들. 결국 신은 한 사람에게 영원한 고통만을, 혹은 영원한 성공만을 주는 법이 없다. 아직도 노력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다면 그건 어쩌면 더 큰 선물을 주기 위한 신의 치밀한 계획이 아닐까?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잘 된다는 것은 내 주변의 기운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좋은 에너지장에서 못난 시기와 질투로 재 뿌리지 말고 그들에게 다가가 나 역시 좋은 기운을 얻으면 그야말로 개이득이다. 그래서 조만간 내가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꿈을 먼저 이룬 친구를 만나 그 비법을 얻어볼까 한다.


친구가 잘 나가서 속 쓰릴 때, 기억하자. 내 주변에 잘 된 사람이 많을수록 내 삶도 잘 될 확률이 높아진다. 잘 된 사람은 더 여유 있어서 내게 손 내밀 기도 쉽다. 그러니 성공한 친구 배 아프다고 밀어내지 말고, 초라한 내가 싫다고 나 자신을 숨기지도 말고 진심을 담은 축하로 다가가 좋은 기운도 나눠 받자. 나는 여태 초라한 나를 숨기느라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살아서 성공이 더뎠나 보다. 하지만 다 괜찮다. 이젠 깨달았으니 앞으로 성공한 친구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내 삶에 또 하나의 천군만마를 얻었구나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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