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돈의 노예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쓰는 만큼 들어온다고?

by woo

**해당 게시글은 코로나 발생 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잘도 가는데 저는 아직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습니다. 방학이 되어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그 돈을 모아도 학비 대기도 바쁜데,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 나이까지 아직 해외를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가까운 곳이라도 어울려 여행을 다니는데, 그런 걸 보면 정말 회의감을 느낍니다.'



종종 들리는 자유게시판에서 본 내용을 대충 요약해 보았다. 요지는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욜로족도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이렇게 어떤 모험과 도전 앞에 '돈이 없어서 못한다'는 핑계를 앞세우는 현상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피상적으로는 안타까운 사연이긴 하나,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그는 여행을 못 갈 운명일까?


냉정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그저 여행 대신 평범한 일상을 선택했을 뿐이다. 세 명 중 한 명이 해외여행을 나간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런데 자신이 여행을 가지 못하는 나머지 두 명에 속한다면 속이 상할 만도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세 명 중 한 명이 여행을 갈 수 있을 만큼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말로 원한다면 학비를 여행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요즘은 저가 항공사 등 생각보다 여행비용이 그리 크지 않기도 하다.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행운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얼마 전 아주 흥미로운 책을 한 권 읽었다. '고코로야 진노스케' 작가의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이라는 책이다. 제목부터가 끌리지 않는가?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 내용이 처음에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쓰라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사실은 그 일에 쓸 돈이 없다는 의미이지 돈은 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학비를 낼 돈은 있지만 여행 갈 돈은 없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처음에는 이게 뭐냐며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저 인정하기 싫은 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주머니에 돈은 있다. 하지만 그 돈으로 버스를 탈 것인가, 야식을 사 먹을 것인가 단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지 돈 없다고 징징 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돈을 쓰면 반드시 필요한 돈만큼 수중에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 논리에 의심을 품고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을 줄 안다. 나 역시 백 퍼센트 동의하기보다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정도이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요행으로 어디선가 돈이 들어오면 꼭 돈 쓸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런데 그걸 거꾸로 생각해 보면 돈을 쓰고 나면 또다시 돈이 들어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어쩌면 돈을 주고 경험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알겠는가? 그 투자가 나중에 큰 수익을 내게 될지.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돈이 없어 못한다'는 그런 돈의 노예가 되는 행동과 생각들은 끊길 바란다.



돈은 좋은 것임엔 분명하다. 원하는 일,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아무런 브레이크 없이 충족시켜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돈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있다. 무슨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돈이 없어서'라는 말로 포기한다. 실제로 주변의 누군가가 책을 출판하려면 돈을 들여서 책을 출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출판의 기회는 아무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 척도가 돈이 있느냐 없느냐는 아니다.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는지, 어둡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기인한 일인지는 알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꼭 써야 하고, 쓰고 싶은 곳에 돈을 못 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난은 불행한 일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라고 했던가. 틀림없이 불편하긴 하다. 틀림없이 가고자 하는 길을 빙 둘러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가능을 의미하진 않는다. 단순한 사치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배우고 싶은 공부가 있다거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과감히 투자해 보자. 그 일이 꼭 대단한 무엇의 결과가 되지 못하더라도 인생에 도전이라는 추억의 한 페이지는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추억, 그게 억울하다고 느껴진다면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봤자 결국엔 늘 돈이 없다는 결론으로 되돌아 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뭐라도 했다는 사실이 퍽 낫다. 자꾸 돈, 돈, 돈 거리며 불행한 에너지를 뿜어내면 돈이 오히려 멀리 도망가기 때문이다.



진짜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더 이상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작은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저질러라. 그것 때문에 당신 인생이 망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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