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우리 동네 택시 아저씨
경기도에 출장이 잡혔다. 언니네, 동생네가 경기도에 살고 있어 ‘올라간 김에 보고 와야지~’하며 3박 일정으로 짐을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물금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 핸드폰 어플을 이용하여 택시를 불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앞 유리창에 “예약”이라는 녹색 불빛을 내뿜는 흰색 택시 한 대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차량 번호판이 내 눈에 정확히 보이기 시작할 때쯤 내가 예약한 차량임을 알아차리고 “당신을 부른 건 바로 저예요~”하듯이 손을 흔들었다.
택시는 나의 여행 캐리어를 이미 확인한 듯 내 앞에 서자마자 자동으로 트렁크 문을 열었다. 짐을 싣고 나도 택시에 올랐다. 기사님은 구릿빛 피부에 안경을 쓰셨고, 머리 정수리는 택시 천장에 닿으려고 할 만큼 체구는 커 보였으나 걷어 올린 소매 끝자락에서 보이는 팔뚝은 가냘퍼보였다. 몇 초간의 나의 탐색전은 아저씨의 물음으로 끝이 났다.
“물금역으로 가시는 거죠?”
“네~.”
하차 지점을 예약 시 미리 입력해 놓으니 그는 내가 어디에 내릴지 이미 알고 먼저 물어본다. 세상이 변하고, 디지털이 발전하니 오랜 습관처럼 하던 대화의 순서도 바뀌고 대화의 속도도 빨라진 것 같다. 요즘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도 “나야 주현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어~주현아~”라고 대화가 시작되니 말이다.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던 주체는 이제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금역과 우리 집은 도보로 약 30분 정도의 거리인데, 오늘같이 더운 날씨엔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걸어가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콜택시 마저 나를 거부하면 어쩌나 생각하니 순간 아찔했다.
택시 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여쭤봤다. 콜이 와서 현장에 나갔는데 손님이 보이지 않아 한참 기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셨다. 미리 나갈 채비도 하지 않은 채 택시 먼저 부르는 사람도 있나 보다. 택시야말로 시간 싸움인데 그럴 때 제일 힘들다고 하셨다. 그는 젊은 시절 대형 차량을 운행하고 은퇴 후 택시기사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고 부드럽게 운전하셨다. 10분 정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해서 건널목 앞에 내렸다. 반대편 물금역 택시 승강장 앞에는 역에서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또 다른 택시기사님들이 담소를 나누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계신다.
제2의 직업으로 택시기사를 선택하는 분들이 많으신지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장시간 운전은 젊은이들에게도 힘든데,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 지키면서 양산 시민과 교통약자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오늘같이 짧은 거리에도 금방 달려와주셔서 나는 무사히 제시간에 기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