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만나는 사이
언젠가 부터 엄마표 영어수업, 엄마표 독서수업, 엄마표 수학수업, 엄마표 미술수업 등 엄마가 하는 수업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수업 중 단연 엄마표 영어가 가장 많은 듯 하다. 엄마표 수업은 아이에게 사교육이 아닌 엄마가 직접 집에서 편하게 수업한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시간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도 있다. 상담을 했던 친구들 중에 엄마표 수업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이들과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표 수업을 하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엄마표 수업을 열심히 하다보면 가끔 엄마와 자녀 관계가 모자 관계나 모녀 관계가 아닌 사제지간이 되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게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녁에 마주 앉아서 서로의 일상, 즐거웠던 일, 오늘의 기분에 대한 대화는 하지 않고 오로지 수업에 관련 이야기만 하면 사제지간이 된다.
(영어 에니메이션으로) 흘려듣기 했니?
단어 문장 외운거 확인하자
소리내서 읽기 동영상 찍자
영어 동화책 읽기 해야지
학습지 한 장으로 마무리 활동하자
엄마표 수업에 대한 확인과 촬영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 대부분이 될 경우가 있다. 이런 시간이 오래되면 엄마표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빼면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 보드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고 같이 한국어로 된 영화도 보면서 엄마표 수업을 해야하는데 점점 수업으로만 만나게 되는 것이다. 모녀 관계 모자 관계가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표 수업을 많이 접하게 된 이유가 뭘까? 개인적으로 SNS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인스타,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아이와의 수업을 기록으로 남기는 분들이 많다. 영어로 동화책을 읽는 동영상, 아이가 쓴 영어 에세이 사진, 흘려듣기용 애니메이션 커리큘럼 등의 자료가 많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기록이 주가 되었을 경우다. 좋은 동영상 멋진 사진을 위해 아이에게 "한 번 만 더" 를 요구하거나 카메라 각도, 조명, 주변 환경 정리 등을 살피면서 동화책을 읽으라고 해야한다. 혼자만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기록이 주가 되어 남에게 보이기 위한 수업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번외로 조심스럽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엄마표 수업으로 교육 사업을 하시는 분들께 부탁한다. 엄마표 수업으로 사업을 하실 때 아이가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모델이 되는 것은 괜찮다. 단, 아이가 느끼기에 나와 엄마의 관계가 "비지니스 파트너"로 느끼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아이가 엄마 사업의 모델이 자녀보다 우선인 포지션이라고 느끼면 언젠가 문제가 된다.
애착관계를 유지 하면서 엄마표 수업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감히 말한다. 애착관계와 엄마표 수업을 둘 다 유지하지 못 할 것 같으면 엄마표 수업을 포기 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