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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부터 따로 잘 까?

#수면독립 #분리수면

by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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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상담사로 일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다. 특히 5세 이하의 부모님들은 기저귀를 떼는 시기, 아이의 언어발달 수준, 어린이집 입학 시기, 동생에 대한 질투, 좋은 유치원의 기준, 한글 시작 시기, 친구관계 등의 질문을 자주 한다.



몇 살부터 따로 잘 수 있나요?




신생아 때부터 현재까지 같이 자고 있고, 곧 따로 자고 싶은 분들이 하는 질문이다. 근래에 들어 아예 신생아 때부터 따로 자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신생아 때는 같이 자다가 4~5살 무렵부터 분리 수면을 시도하는 것이 보편적인 듯하다. 이 질문을 받으면 현재 잠자리 형태에 대해 다시 묻는다.



저랑 아이랑 둘이자고 남편이 따로 자요.

온 식구 다 같이 한 방에서 자요.

처음에는 다 같이 자다가 둘째 생기면서
첫째는 아빠랑 자고 저는 둘째랑 자요.

제가 애 둘 다 데리고 자고 남편이 따로 자요.



어쨌든 부모와 자녀가 따로 자는 것이 목표다. (부부가 따로 자는 것은 각자 스타일이다. 이 글의 중심은 자녀가 부모와 따로 자는 것에 있다.) 수면을 분리하는 것은 아이마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다. 형제의 유무, 같은 연령이지만 발달 수준, 아이의 성향, 부모의 성향, 집 구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그래서 딱 몇 살이라고 답해주기 어렵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분리수면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어느 정도 커서 잠자리를 분리한다는 것은 독립의 영역과 관련이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시기는 화장실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시작하자고 한다. 기저귀를 떼고, 우리 집 화장실에 혼자 못 가는 시기가 있다. 기저귀를 떼고 한 동안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변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서 옷을 벗고 용변을 보고 어설프나마 뒤처리를 하고 나온다. 이 과정이 놀랍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후에 잠자리 분리 시도를 하자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독립의 기준 중 하나이다. 그리고 밤에 화장실 문제로 계속 부모를 찾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함도 있다. 만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다닌다면 3~4월 입학시기나 8~9월 개학시기보다는 6월과 12월 학기가 마무리되어 가고 방학으로 들어가는 때를 추천한다. 입학 초와 학기 초는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이기에 피하길 권한다. 잠자리 분리를 시도 할 때 경우에 따라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 다음 날 늦잠을 자도 되는 방학이면 부모도 다음 날 기상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다. 잠자리 분리 실패 원인 중 늦게 잠들면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어 분리를 시도했다가 다시 같이 자게 된다.






아이가 분리되어 자는 공간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보통 아이방이 만들어져 있지만 대부분 거실에서 생활하다가 안방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 낮 동안 놀이도 거실에서, TV도 거실에서, 간식도 거실에서 먹는 거실 생활을 한다. 그러니 아이의 장난감, 책, 간식이 거실에 많다. 물론 아이방에도 안방에도 있다. 잠자리 분리가 하고 싶다면 우선 아이방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낮동안 대부분 그 방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하루종일 거실에서 생활하다가 잠을 내 방에서 자면 어색하고 무섭다. 집안 곳곳에 있는 아이의 물건을 잘 정리해서 아이 방을 만들자. 만들어진 내 방에서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간식도 먹으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점차 내 방의 느낌이 좋아져야 한다. 내 방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정서가 유지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잠자리 분리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안정된 정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의 냄새, 방 공기, 방 느낌과 친해져야 한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 대부분 내 방에서 생활한다면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 집 화장실에 혼자 자연스럽게 가고, 낮에 자연스럽게 내 방에서 생활을 많이 한다면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자. 아이 방에서 부모가 함께 자면서 내방에서 자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 이때 한 이불보다는 딴 이불을 추천한다. 부모의 온 기, 엄마의 살, 엄마의 머리카락, 팔 배게 등을 잠드는 수단으로 사용한면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바디필로우, 이불, 인형, 음악, 옛날이야기 등 다른 감각을 이용해야 한다. 아이방에서 각자의 이불에서 잠자길 한 달 정도 했다면 다음은 아이가 잠들면 나오자. 나올 때 이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엄마의 잠자리는 내 옆이 아닌 다른 방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잠들면 나간다는 것을 아이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안심의 말과 격려의 말 또한 필수다. 이 단계가 되면 아이가 새벽에 엄마 아빠가 있는 방으로 올 수 있다. 이때 함께 안고 자기보다는 아이 방으로 가서 재워주고 다시 나와야 한다. 이 기간이 길면 실패 확률이 높다. 따라서 준비가 철저히 잘 되었을 때 시작하다.






겨울에는 추워서 다시 한 방, 여름에는 더워서 에어컨 켜고 다시 한 방에서 자면 잠자리 분리가 된 것도 아니고, 안 된 것도 아니다. 분리를 했다면 난방과 냉방기구에 대해서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아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잠자리를 분리한다. 격려는 필수다. 따로 자니 몸이 너무 편하다는 식의 말은 아이가 서운하다. "이제 많이 컸구나" 격려하며 응원해야 한다.



주의점

- 바디필로우를 산다면 언제나 살 수 있는 평범한 것이 좋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다시 구매하기 어렵다.

- 아이방을 꾸민다면 가구는 새로 사도 되지만 침구는 쓰던 것을 추천한다.

- 아이방이 있는데 아직 사용 전이라고 안 쓰는 선풍기, 제습기 등을 넣어 창고처럼 쓰지 말자. 문 열고, 환기하고 들어가서 간식도 먹는 등 사용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 불안도가 매우 높다면 잠자리 분리보다는 낮 생활의 안정된 분리가 먼저다.

- 시도하고 실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할 바에는 준비를 잘하고 천천히 시도하자. 일단 한 방에서 다른 이불에서 자기, 패밀리 침대 분리하기 등으로 시작해 보자.



덧붙이는 말 - 때 되면 알아서 따로 잘 탄데 굳이 이런 노력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겠지요. 사람마다, 상황마다, 가정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지는 않아요. 다만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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