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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23. 2023

영상을 보며 밥을 먹는 아이들

외식의 풍경



외식을 할 때마다 스마트 기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받아먹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한두 테이블이 아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아이가 있는 집 열에 아홉은 식탁 위에 스마트 기기로 영상이 틀어져 있다. 두 돌 정도 되는 아이들부터 초등학생들 까지 거의 미디어 영상을 보고 있다. 음식이 나오면 아이들은 여전히 영상을 보고 있고, 부모님은 아이들 입에 한 숟가락씩 먹여주면서 식사를 한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분 거의 어떤 장면인지 상상이 될 줄로 확신한다. 


   



사실 스마트기기로 영상을 보여주면서 외식을 하는 부모님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육아로 몸이 고단하고, 심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외식할 때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큰소리를 내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고 미안한 상황인 것도 이해한다. 그래서 아닌 줄 알면서도 영상을 틀어주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눈을 마주차고 대화를 하면서 냄새도 맡아보고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맛을 보는 등 오감을 이용하여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무엇이 가장 맛있어 보여?
음~ 고소한 냄새가 난다.
지난 주 식당에서 먹은 고기랑
비슷한 모양이네 
숟가락으로 집어보자
어떤 맛이야?


이런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식사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모가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미디어 영상을 보여 줄 때 보다 손이 많이 가고 인내도 해야 한다. 힘든 부분임에도 감히 부모들께 요청한다. 다른 곳에서 힘을 아껴서 외식할 때 눈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밥을 먹길 바란다. 첫째는 아빠 스마트폰, 둘째는 엄마 스마트 폰을 보면서 입으로 밀려오는 음식을 그저 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무겁다.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마음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경험이 필요하다. 미국의 소아과 학회의 미디어 노출 사항 가이드 중 수면과 식사, 부모와의 놀이활동 시간에는 전자기기를 금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다른 아쉬움으로는 미디어 기기의 볼륨이 제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상의 소리를 비교적 크게 하고 보는 가정들이 있다. 소리가 작으면 아이가 짜증을 내니 아이의 짜증을 잠재우기 위해서 볼륨을 올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솔직히 아주 작은 소리라도 옆 테이블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볼륨을 크게 하고 게임을 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을 자주 본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학생을 쳐다본다. 학생은 사람들이 시선은 상관없다. 공공장소에서 나의 볼륨이 남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이 교육이 안 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영상을 봐야 한다면 볼륨 제로(작은 소리도 안됨) 또는 헤드셋을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식당에서는 안보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영상을 안 보여 주면서 외식하고 싶은데, 이미 영상과 함께 하는 외식이 당연한 듯 자리 잡았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부모도 아이도 연습이 필요하다. 


1. 나와 배우자가 힘이 빵빵한 날로 스마트 기기 없는 외식의 날로 정한다. 

2. 방이 있는 식당으로 선정한다. 이유는 영상을 보여 달라고 조를 때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3. 차에 스마트 기기를 두고 내린다. 아예 차단하는 것이다. 부모도 안 봐야 한다. 이때 미리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챙겨야 한다.   

4. 메뉴가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빨리 나오고 먹기 용이한 음식이 좋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고기보다는 돈가스. 찌게보다는 면.

5. 스티커, 자동차, 책 등을 준비하되 음식이 나오기 전에 사용한다. 

6. 음식이 나오면 "함께 먹는다" 에 집중한다. 


한 두 번이 어렵지 크게 결심하고 실행하면 할 수 있다. 인내가 필요하다. 보여주면 편한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아이가 있는 집 열에 아홉이 영상을 보지 않고 함께 밥을 먹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지길 바래본다. 


덧붙이는 말 - 이 글이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주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혹여 그렇다면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드립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금씩 힘을 내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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