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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ul 10. 2023

핸드폰은 몇 살부터 사줘야 하나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로 기르기  

   

“엄마, 우리 반에 핸드폰이 없는 어린이는 2명이래요” 나는 매우 놀랐다. 그 두 명은 바로 우리 아들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반인 쌍둥이 아들들을 제외하고는 전체가 다 핸드폰이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도 놀란다. “핸드폰 없으면 워킹맘이 애들 어떻게 하려고?”, “집에서 애들 심심해하지 않아?” “요즘 없는 애들이 어딨어?”라며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해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 걱정해 주는 엄마들과 밥 먹고, 차 한잔 하면 “우리 애가 핸드폰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화를 냈다.” “애가 유튜브를 끊임없이 본다고 해서 매일 전쟁이다” “차에서 하도 핸드폰을 봐서 시력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하도 핸드폰을 해서 뺏었다가 학원 픽업 시간 때문에 도로 주었다”는 이야기들을 경쟁하듯이 한다. 듣고 있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학원 픽업 때문에 도로 주지? 시간 약속을 하면 되는데... 왜 전쟁을 하지? 왜 화를 내지? 나는 다 의문이다. 답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엄마가 사 주었기 때문에 전쟁을 하는 것이다. 없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 주어야 한다면 규칙을 지킬 수 있는 힘, 심심함을 이겨내고 뭔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힘, 혼자 놀 수 있는 힘, 책의 즐거움을 아는 힘, 몸을 움직이며 성취를 아는 힘,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귀하다는 것을 아는 힘, 스스로 온 오프를 제어할 수 있는 힘, 계절의 변화를 아는 힘, 시간을 지킬 수 있는 힘, 꽃과 바람과 하늘을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후에 사주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힘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그저 핸드폰이 없으니 저절로 그리 되고 있다. 아이들은 자주 운동과 산책을 한다. 집에서는 책을 읽고, 정해진 시간만큼 알아서 TV를 본다. 때가 되면 스스로 학원을 가야 하고, 책을 읽으면서 낄낄거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시를 쓰기도 한다. 아이와 시간 약속을 한다면 그 시간에 그 자리에 반듯이 나와야만 한다. 부루마블과 루미큐브(보드게임)를 하며 놀기도 하고, 꽃놀이 가서 꽃을 보아야 한다. 


"에이.. 요즘 애들 그런 거 다 시시하게 생각하는데..." 하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날로그의 즐거움은 오랫동안 꾸준히 쌓여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시하다고 말하는 부모치고 아이와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왜냐면 핸드폰을 주어야 부모가 편하고, 부모도 핸드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 전쟁을 치르는 부모님들께 감히 말하고 싶다. 없어도 된다고. 없어도 산다고. 없으니 그런 힘들을 갖게 된다고.  힘이 생긴 후 사 주어도 된다고. 


참고 : 아이들은 올해 4학년이고, 핸드폰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도 워킹맘이고 불편함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집에 급한 연락 가능한 폰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집 전화 / 딱 연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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