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이 존재하는 부모-자녀
코로나 때 온라인 상담을 시작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화상상담', '비대면 육아 상담', '온라인 양육상담' 등으로 불렀다. 책상아래는 수면바지 책상 위는 재킷을 입고 노트북 앞에서 하는 상담은 새로운 삶이 되었다. 화상으로 상담을 하면서 몇 가지 공통된 경험이 있어 나누고자 한다.
# 공통된 경험 하나. 화상 상담을 하는 도중 계속 엄마를 부른다.
화상 상담은 부모상담만 진행했다. 상담 센터에 부모만 방문해서 상담을 하면 몰랐을 텐데 집에서 화상으로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작은 방에 들어가서 한 시간 상담하는 엄마를 계속 찾는다. 분명 한 시간 동안 상담을 한 다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방문을 계속 열어 본다. 급기야 상담도중 나가서 TV를 틀어주거나 핸드폰을 하게 해 주면 좀 잠잠하다. 그래도 다른 프로 봐도 되냐, 다른 게임해도 되냐, 뭐 먹어도 되냐, 로그인이 안된다 등으로 자주 찾는다. 집 안에서 상담이라는 엄마의 개인 스케줄이 전혀 배려받지 못했다. 예의가 없거나 말을 안 듣는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려가 없었다. 엄마만의 시간과 공간 즉, 집안에서 엄마만의 스케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 공통된 경험 둘. 온 가족이 거실에서 생활한다.
거실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가 거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면 엄마는 카메라 밖에 앉아서 아이의 책과 노트를 챙겨주고, 카메라 속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과제가 무엇인지 체크하고 있었다. 무려 1교시부터 5교시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러니 수업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함께한다. 그 정도면 엄마랑 같이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들어서 방에 들어가서 쉴 때도 혹여나 아이가 뭐 필요할 것이 있을까 방문을 열어놓고 수업소리를 들으면서 누워계신다고 했다. 아이 방이 없는 것도 아니고, 1학년도 아니었다. 놀 때도 장난감들을 거실로 가지고 나와서 놀고 TV 시청도 거실에서 한다. 아빠도 거실 소파에서 스마트폰을 하시거나 TV를 보고, 간식을 먹는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에서 밥을 먹으니 온 가족이 거실에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온 가족이 거실에서 같이 자는 경우도 자주 봤다.
# 공통된 경험 셋. 아이들 중심으로 생활한다.
극장에 가서 아이가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함께 본다. 4학년 5학년이면 아이들끼리 극장에서 영화를 봐도 될 것 같은데 꼭 같이 보신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 상관없는데 두 시간 자다가 나왔다고 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배달을 시킬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결정한다. 중국집에서 아이와 엄마가 우동과 짜장면을 시킨다. 이유는 두 가지 다 아이가 먹고 싶은 메뉴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는 불짬뽕을 좋아하는데.... 외출이 모두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오프라인으로 학교에 다닐 때는 애들 학교 가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했는데 코로나에 종일 붙어있다 보니 어느새 아이의 삶을 함께 살고 있게 되었다.
아이와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구분이 필요해요.
아이의 일상은 아이의 것으로 주고,
나의 일상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코로나에 엄마들이 우울이 많았다. 애들이 다 집에 있어서 우울하다고 하는데 애들이 집에 있어도 자신의 삶을 찾는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보였다. 코로나가 끝났어어도 거기 두기는 필요하다.
엄마도 집에서 개인 스케줄이 있다는 것을
아이도 알게 해 주세요.
시간과 공간의 구분하여
한 두 시간 정도
엄마를 찾지 않게 알려주세요.
각자 방에서 자기 일을 하는 생활을 하세요.
아이는 아이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엄마는 엄마방에서 찬 한잔을
수업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챙겨도 됩니다.
극장에서 아이들은 애니메이션
부모님은 액션
따로 봐도 됩니다.
불짬뽕 드세요.
엄마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이 서점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아이들이 책 고르는 동안
따로 커피 드셔도 됩니다.
이제 온라인 수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육아의 기본은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구분이 필요하다. 아이가 시험 100점을 받아도 50점을 받아도 부모의 인생은 같아야 한다. 물론 100이면 50점 보다 기분은 좋겠지만, 100점이어도 부모의 인생이 나아지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아이의 점수로만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아이의 인생이지 부모의 인생이 아니다. 집안에서부터 거기 두기를 시작해 보자.
덧붙이는 말 - 거리 두기를 마음의 냉랭함이나 관계의 소원함으로 오해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