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Dec 15. 2023

창의력보다 중요한 것

창의적이지 않은 일상 



#창의력 사고 수학
#창의력 중심 교육
#창의력 학습
#창의력 교구 
#창의력 키우기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말들이다. 창의력이라고 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도 비슷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창의력"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학원이나 학습지 광고 효과가 더 큰듯하다. 많은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 논술, 미술, 글쓰기 등등 다양한 교육영역으로 접근한다. 심지어 놀이치료를 하면 창의력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도 받아봤다. 




양육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를 키우기 힘든 분들이 많다. 힘든 부분을 듣다 보면 놀랍게도 창의력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은 창의력보다는 정해진 대로 "단순 반복"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습관적으로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해야 하는 것들에서 힘들다고 한다. 

 

왜 아침마다 옷을 입으라고 따라다니면서
말해야 입을까요?

자기 전에 매일 하는 양치가 어려운 가요?

등원 차량을 자주 놓쳐요. 

하교 후  물병을 싱크대에 꺼내 놓으라고
매일 말하는데 안 해요.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으라고
유치원 때부터 말했는데
중학생이 되어도 안 되네요. 

창의력이 1도 필요 없는 단순 반복적인 일상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등교하기 어렵고,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기 어렵고, 양치, 숙제, 학원 시간 맞추기 등등 끊임없이 어려움이 생긴다. 그러다가 게임시간, 핸드폰 시간을 지키기 어렵고, 청소년이 되면 귀가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안되니 부모는 매일 똑같은 일로 화를 내고 아이와 씨름을 한다.   


어릴 때 창의학습교육이 아닌 창의적이지 않은 일상 교육에 더 힘을 쏟아야 했는데.....라는 마음이 든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담을 해 보면 꽤 어릴 때부터 옷을 입혀주고, 양말을 신겨주고, 밥을 떠 먹여주었다. 이유는 각종 학습 센터, 문화센터, 학원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어릴 때부터 각종 학원에 다녀 창의력과 학습능력은 높은 수준인데 부모와의 관계는 계속 안 좋아진다. 부모는 늦는다고 준비를 재촉하고 아이는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초등학생이 되었다. 부모는 학교 후 물통을 싱크대에 꺼내놓으라고 매일 말하는데 아이는 매일 꺼내놓지 않는다. 슬슬 부모는 물통 때문에 매일 저녁 화가 나고, 아이는 부모의 화가 익숙해져 무섭지 않고 여전히 물통을 꺼내놓지 않는다. 이런 순간이 하루에 여러 번 발생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딱 하나다. 처음부터 다시 일상 교육에 힘을 써야 한다. 문제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한계가 있으니  일상교육을 위해 다른 교육을 잠깐 중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집에서 국어 학습지, 영어 방송 듣기, 논술 등의 학습을 하면서 동시에 일상생활의 습관화 교육은 어렵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건 당연한 것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익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사는 방법을 싹 바꿔야 하는 큰 일이다. 마치 갑자기 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어 삼시세끼 다른 반찬으로 밥상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삶이 시작된 것과 같다. 문화센터, 브런치 모임, 독서 스터디등 하던 것을 그대로 하면서 삼시세끼 밥상을 차리긴 힘들다. 잠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함께 상담한 좋은 케이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였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인 일상이 힘들었고, 부모는 같은 일로 화내고 싸우기 싫어 다 해주는 것을 선택했다. 고학년이지만 등교 시 필통에 연필 깎아주기, 옷 입혀주기, 밥 먹여주기, 머리 감겨주기, 학교가 단지 옆에 있지만 차로 데려다 주기 등의 도움을 주었다. 이유는 늦기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단순반복적인 일상은 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했다. 부모는 또래보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각종 경시대회에서 상도 곧잘 받아오는 것으로 위안을 받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언젠가부터 3~4교시만 되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안 받으면 아빠한테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한다. 이유는 조퇴를 시켜달라는 것이다. 배 아프다, 머리 아프다, 토할 것 같다 등 백가지 이유로 조퇴를 원했다. 상담센터에 방문했고 이유를 요약하면 "반복적인 학교 일상을 견디기 싫고, 수발 들어주는 엄마가 없어서 불편하다"였다. 부모에게 양육코칭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부모에게 학원, 학습지를 잠시 쉬고 "온 힘을 다해 반복적인 일상을 스스로 살아내기"위한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부모는 놀랍게도 상담사의 말을 받아들였다. 경험상 이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는 부모는 많지 않다. 학원, 학습지, 경시대회 준비를 중단하고 아침마다 스스로 옷 입기, 물통 넣기, 연필 깎기, 스스로  준비하기, 걸어서 학교 가기 등 말도 안 되게 당연한 일상들을 훈련했다. 아이는 힘들어했지만 부모의 태도가 단호하니 울고 불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해 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놀랍게 수학경시대회 상보다 혼자 준비하여 지각하지 않고 등교를 한 날 더 큰 성취를 느꼈다. 


부모는 이 과정이 힘들었는지 과거로 돌아가 아이를 키운다면 3살 때부터 단순 반복 적인 일상이 당연해지도록 알려주는 일에 중심을 둘 것이라고 했다. 



반복적인 일상을
스스로 살아내는 힘이 먼저입니다. 





덧붙이는 말 - 창의력 교육이 나쁘다가 포인트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상담사례는 허락을 받았으며 재구성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